FASHION SHOW CODE - 모피 신발
2015-12-15고학수 기자 marchberry@naver.com
마음을 움직이는 FASHION & SHOW!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을 읽을 때마다 상상하게 되는 구절이 있었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작가는 떠나는 연인이 맨발일지, 신발을 신었을지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이 3연을 썼겠지만, 나는 항상 맨발로 꽃을 밟게 된다면 그 느낌이 얼마나 보드랍고 황홀할지 생각했다. 맨발로 꽃잎을 밟는 것은 흔히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지만, 풀밭을 걷거나 백사장에서 파도가 발가락 사이로 들어왔다 나갈 때, 또는 강아지의 털이 발에 닿았을 때 비슷하게나마 부드러움과 함께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의 욕망을 잘 포착해 그것을 채워주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 중 하나라면, 디자이너는 이러한 촉각 자극이라는 주제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개 디자이너들은 시각적인 자극에만 집중해 디자인하는데, 여기에 촉각을 디자인한다는 개념을 더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 다시 말해 소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들어 신발에 모피 장식이 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촉각 디자인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피 소재에 대한 디자이너와 소비자의 관심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혁신적인 모피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워낙 고가인데다 다루기 쉽지 않던 모피도 더욱 젊고 화려한 디자인을 요구하는 수요에 맞춰 색상과 질감이 다양해졌을 뿐 아니라, 윤리적인 소비를 위한 인조 모피의 개발도 활발해졌다.

이러한 추세와 맞물려 모피는 옷에서 벗어나 각종 액세서리에도 사용되고 있는데, 특히 신발은 모피의 새로운 시장이라고 할 만큼 많은 디자이너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구두는 물론이고 곰을 연상시키는 부츠, 심지어 운동화와 슬리퍼처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아이템에도 모피가 장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의 시작에 ‘셀린느’의 2013 SS 컬렉션에 등장한 ‘퍼켄스탁’이 있었다. 패션 피플들에게 큰 화제가 되었던 퍼켄스탁은 편안함과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슬리퍼 ‘버켄스탁’의 디자인에 모피를 접목한 것으로, 특히 발이 닿는 신발 바닥부분에 모피를 사용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 동안 모피는 코트에 사용될 때는 털의 아름다움과 희소성을 겉으로 드러나게 함으로써 외부를 향해 과시를 하거나, 부츠의 안감으로 사용해 착용자의 따듯함과 부드러움을 위해 실용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 퍼켄스탁은 1차적으로는 착용자의 촉감을 중시하는 듯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신발 중에서도 슬리퍼라는 가장 투박하고 캐주얼한 아이템에 사용함으로써 그 고급의 소재를 아무렇지 않게 신고 다닐 수 있다는 부와 그것을 대하는 호사스러운 태도를 드러내는 복합적인 아이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