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코드] 새
2015-12-01고학수 기자 marchberry@naver.com
마음을 움직이는 FASHION & SHOW!



자연의 아름다움은 우리의 삶, 문화, 예술에 많은 영감을 준다. 특히 새의 지저귐, 날갯짓, 깃털의 오묘한 색 등은 사람의 감수성과 상상력을 자극해 다양한 문학, 영화 등에 중요 모티브로 존재했다.

비둘기 떼가 푸드득 날아가는 장면, 숲 속을 거닐 때 들려오는 새의 지저귐, 호수 위를 유영하는 새가 있는 풍경 등은 새에게는 단순한 일상이겠지만, 영상 작품에서는 의도적으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클리세로 작용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새는 오랜 옛날부터 다양한 상징으로 이야기 안에서 인간사를 대변해 주는 역할을 해왔다. 다양한 새의 습성과 이미지에 따라 캐릭터를 부여하는 것이다. 평화의 상징 비둘기에서부터 척척박사 올빼미, 우아한 백조, 용맹한 매, 화려한 공작, 청렴한 두루미, 어둠의 전령 까마귀 등은 다양한 인간상을 닮았다.

날개가 있어 날 수 있는 새는 그렇지 못한 인간에 대비되어 이승과 저승, 하늘과 땅을 연결해 주는 전령사의 역할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특징에 때로는 환상이 가미되면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더없이 아름다운 생명체로 그려지기도 한다.

새는 꽃만큼이나 다양하고 화려하며 아름답고 오묘한 색과 형태를 자랑한다. 따라서 디자이너들이 새를 패션에 있어 중요 모티브로 쓰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그리고 이 새를 다양하게 변주하는 방식도 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숲 속의 풍경을 동화처럼 표현하고자 했던 ‘돌체 앤 가바나’의 2014 FW 컬렉션에서는 부엉이 외의 다양한 새들을 모양 그대로 사진처럼 프린트하거나, 백조를 단순화시켜 간략하게 캐릭터로 변화시켰다.

다만 부엉이 패턴 드레스에는 꽃을 매치하고, 백조는 레이스와 보석을 사용해 진부하지 않았다. ‘DVF’의 컬렉션에서도 새를 아플리케했는데, 단순한 형태였지만 레이스와 벨벳, 비즈 등 다양한 소재를 이용하여 화려하게 표현되었다. ‘폴 앤 조’의 컬렉션처럼 기하학적으로 변형하여 패턴으로 사용한다.

위와 같은 방식들이 새를 표현하는 2차원적인 방식이라면, 부조처럼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방법도 있다. ‘구찌’ 컬렉션에서는 두툼하게 자수를 놓고 비즈를 더해 그 질감을 살려냈다. 색을 섬세하게 사용한 ‘발렌티노’의 새 자수도 아름다웠지만, ‘구찌’의 새가 더 생동감이 느껴진다. ‘MSGM’의 새는 다양한 크기와 색, 형태의 플라스틱 조각 장식으로 깃털 못지 않게 화려한 새를 표현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니나리찌’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깃털 원피스가 가장 수준 높은 표현 방식처럼 느껴졌다. 깃털을 사용했지만, 새를 그대로 표현하지 않고 오묘하게 붙임으로써 날아가는 새의 형상을 추상화시킨 것이다. 결국 패션에서도 예술 작품처럼 추상화된 표현 방식이 가장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