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코드] 넥워머
2015-10-26고학수 기자 marchberry@naver.com



어렸을 때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 부모님께서 항상 강조하시던 것이 두 가지 있다. “발과 목을 따뜻하게 할 것.” 특히나 편도가 잘 붓고 손, 발이 찼던 나에게 양말과 스카프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당시에는 어린 마음에 부모님의 “양말 신어라, 스카프 둘러라.”라는 말이 나를 괴롭히기 위한 잔소리로 들렸었다. 나이가 들고 내 가정이 생기면서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지는 가을이 오면 내 아이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이 두 가지를 챙기게 된다. 

실제로 목덜미와 팔뚝은 우리 몸에서 열을 가장 뺏기기 쉬운 곳 중 하나이다. 추우면 목을 움츠리고 팔 뒤쪽을 문지르는 이유이다. 체온이 1도 떨어지면 면역력이 30% 하락한다는 이론이 있을 만큼 건강을 위해 몸의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아름다운 비례와 막힘과 뚫림의 미학을 위해 어느 한 부분의 실루엣은 드러내고 싶어한다. ‘샤넬’ 컬렉션에서 보이듯 목을 감싸면서도 드러낸 스카프처럼 모순적인 미감 같이 말이다. 흔히는 두툼하고 풍성한 코트 아래로 스타킹을 신은 다리를 드러내거나 맨목을 드러낸다. 그것이 비록 나의 건강을 해칠지라도 말이다.

이러한 여성들의 심리를 간파한 디자이너들이 이번 F/W 시즌 새로운 아이템을 내놓기 시작 했다. ‘마르니’ 컬렉션에서의 터틀넥은 풍성한 모피 코트와 매치되어 단아하고 정숙해 보이는데, 이러한 얇은 니트 터틀넥의 목 부분을 잘라 낸 듯한 아이템이 다양한 디자이너 컬렉션에 등장한 것이다.

마치 두꺼운 초커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넥워머들은 ‘르메르’ ‘MSGM’ ‘샤론 와촙(Sharon Wauchob)’ 등의 컬렉션에서 깊게 파인 V 네크라인의 상의에 매치되어 겨울철에 보기 드문 맨살의 결을 드러낸다. 이는 은근히 에로틱한 무드가 만들면서 따듯함이라는 실용성까지 겸비했다. 

그러다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 ‘로에베’의 컬렉션을 보다 보니 처음에는 다른 디자이너들처럼 아래가 없는 넥워머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피부처럼 보이도록 짠 누드톤의 니트였던 것이다. 얇은 소재감 때문에 쇄골의 라인도 드러나는데다 약간의 광택감까지 더해져 진짜 살인 줄로만 알았다.

디자이너의 트릭이 드러난 것은 아프리카계와 아시아계의 모델이 입은 의상을 보고서였다. 별 의식 없이 보면 황인종의 모델에서도 그다지 이질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는데, 흑인 모델에 와서야 뭔가 이상하다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웃음이 났다.

이렇게까지 세심한 디자이너들의 배려 덕분에 여성들은 더욱 섹시하면서도 추위에 떨지 않아도 되는 옷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있다. 그러니 목 건강 잘 챙기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