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13 최은시내 기자 cesn@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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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홀세일 시장은 전체 패션 시장에 비해 그 역사가 짧다.
1970년대 이후 기성복이 대중으로 퍼져가기 시작하면서 20~30년간은 백화점이 단일 유통으로서 패션 콘텐츠를 독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1990년대 초반에는 패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공급이 못따라갈 지경에 이르면서 백화점과 패션업체는 ‘내놓기만 하면 팔리는’ 전대미문의 호황기를 누려왔다.
하지만 분위기는 이내 반전됐다. 19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며 한국에는 빠른 속도로 전산망이 보급되기 시작했고, 소비자들은 이를 통해 발빠른 정보력을 갖추게 됐다. 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컬렉션을 실시간으로 공유했고 미국 셀러브리티가 입은 옷은 금세 시장에 풀려 트렌드를 주도했다.
소비자들은 똑똑해진 만큼 까다로워졌다. 마네킨에 코디된 상품을 일괄 구매하고 숍매니저의 조언을 충실하게 따르던 과거와는 달리 직접 스타일링을 즐기기 시작했다. 브랜드명보다는 상품 자체의 디자인과 품질에 대해 꼼꼼하게 따지기 시작했고, 남들과 다른 나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아이템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이 같은 수요가 폭발하면서 등장하게 된 것이 홀세일 시장이다. 대중을 겨냥한 디자이너 셀렉트숍 ‘에이랜드’ 와 같은 신유통이 탄생하며 더불어 관련 홀세일 브랜드도 급증했다. 지난 2011년 신진 디자이너들의 발굴 및 육성을 위해 등장한 트레이드쇼 ‘인디브랜드페어’ 참가사가 70여 개에 이르렀고 4년이 지난 올해는 2배가 넘는 140여 곳에 달한다.
한국에 홀세일 시장이 대두된 것은 10년 남짓. 짧은 시간내에 팽창하기는 했지만 한국의 홀세일 시장은 아직 태동기에 불과하다. 해외 시장에 비해서는 그 시스템이 아직 안정되지 못해 혼선을 빚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렇기에 선점하기도 쉬운 것이 한국 홀세일 시장. 놓치기에는 아쉬운 매력적인 브랜드가 가득해 물어물어 구매해가는 해외 소비자들도 점차 늘고 있다. 국내외 바잉 경험이 풍부한 바이어를 통해 한국 홀세일 브랜드 거래에 대한 팁을 알아보자.
비키류 패션 에이전트
패션 매거진 에디터 출신의 비키류는 에이전트로 변신해 싱가포르와 한국을 오가며 브랜드 발굴에 열심이다.
비키류는 한국 홀세일 시장은 활용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고 평가한다.
“한국 홀세일 브랜드들은 플렉시블하다는 것이 장점이에요. 스토어 성향에 따라 그에 알맞는 상품을 공급하고는 하지요.”
브랜딩이 잘 다져져 있다는 것 또한 한국 홀세일 브랜드의 특징. 브랜드의 콘셉과 히스토리는 물론 디자이너 자체에도 스토리텔링을 부여해 다수의 마니아층을 확보한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SNS를 적극 활용해 스타로 떠오른 디자이너들도 등장했다.
“디자이너들이 센스가 뛰어나기 때문에 바이어가 원하는 것 그 이상으로 잘 만들어줄 수 있어요. 하지만 정확하고 세부적인 디렉션을 줘야한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이지연 P.B.A.B 대표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를 발굴해내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이지연 P.B.A.B 대표. 그는 한국 홀세일 브랜드는 “디자인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해외 유수의 패션학교에서 공부를 마친 유학파들이 유입되며 글로벌 테이스트에 맞춘 ‘잘 팔리는 옷’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 생산은 대부분 유수의 소싱 단지인 동대문을 통하기 때문에 품질도 뛰어나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때까지 바이어가 직접 검수에 참여하는 편이 좋다고.
“동대문은 패스트패션의 산지입니다. 속도에 따라 돈이 오가는 전쟁터죠. 그러다보니 다른 오더에 치여 내가 주문한 상품이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의 퀄리티로 제작되는 경우가 간혹 있거든요.”
또한 이 대표는 여러 시즌에 거쳐 브랜드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생 브랜드의 경우 자금난에 시달리면 브랜드가 가진 정체성과 상관없이 트렌드에 휩쓸려 버릴 때가 있으니, 디자이너가 의지를 갖고 브랜딩을 다져가는지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용채 원더플레이스 이사
“한국에 홀세일 시장이 형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까지 이를 비즈니스를 전담해 줄 에이전시가 부족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게 바이어 입장에서는 호재일 수 있거든요. 다이렉트로 거래하기 때문에 더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공수할 수 있죠.”
이랜드를 거쳐 현재 원더플레이스에서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용채 이사는 풍부한 콘텐츠 또한 한국 홀세일 시장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패션 사업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보니 끼가 충만한 젊은이들이 많이 뛰어들었어요. 동대문이라는 훌륭한 소싱처가 뒷받침이 되는 데다 요즘에는 직접 매장을 차리지 않더라도 셀렉트숍을 통해 유통시키거나 온라인이나 SNS를 통해서 판매하면 되니까요. 이런 친구들 덕에 한국 홀세일 시장이 더욱 풍요로워지고 활성화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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