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홍족’이 전하는 중국 소비시장 변화

2015-04-27 김소희 말콤브릿지 대표 

김소희 칼럼







필자는 지금 광저우에서 세미나 준비에 한창이다. 수백여 명의 중국 패션계 CEO, 디자이너들을 앞에 두고 장장 5시간 동안 어떤 방식으로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할까.

중국 시장이 지금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때문에 매년 연말이면, 중국 소비자 보고서들이 쏟아지는데, 필자는 2014 중국 소비자 보고서와 2015년 소비자 보고서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 보고서들 속에서, 미처 몰란던 단어 ‘채홍족(무지개족)’이란 단어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 무지개족이란 개념은 매우 놀랍다. 그동안 ‘중국=돈’이란 말이 떠오를 만큼, 모든 중국 소비자들은 돈에 집착하고, 돈 쓰는 게 취미인 사람들처럼 이미지가 굳어져왔다. 싹쓸이 구매, 호화제품 구매란 바로 중국인들의 소매를 일컫는 말들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런 중국 시장에 조용한 변화가 일고 있다. 고성장의 그늘 속에 어느덧 중국의 많은 젊은 세대들도, 한국의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갈 곳을 잃어버리게 된 듯 하다. 더 부자가 되기 보다는 더 행복하고 싶은 그들, 그들이 삶을 바라보는 관점은 이전의 중국 소비자들과 매우 다르다.

채홍족들은 무지개가 7가지색을 고루 띠는 것처럼, 생활의 일곱 가지 요소가 고루 균형을 갖출 때 행복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시간 활용, 숙면, 고른 영양, 여가 즐기기 기타 등등 무지개의 각 색깔들은 건강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대변한다.

채홍족에 대한 관심이 깊어져, 필자는 중국 내에 채홍족에 대해 보도된 문헌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모두 중국어로 되어 있는 것을 번역기로 돌려, 영작하여 다시 봐야 하니 보통 번거로운 작업이 아니다. 그러나 이처럼 이상한 언어로 치환된 글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글이 너무나 아름다운 감동으로 다가왔다. 중국의 심리학자가 채홍족에 대해 쓴 칼럼이었데, 짧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내 인생에서 채홍족인 세 글자를 알게 된건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우리는 항상 행복은 다른 곳에 있다고 믿어왔다. 그래서 모두 고향을 떠나 길 위에서 분투한다. 아직 가장 멋진 무언가는 나타나지 않았고, 어디선가 나를 기다릴 거라 믿는다.

엄마와 함께 지낸 십 여년은 가장 단순한 행복의 시간들이었다. 엄마는 무지개에 대해 몇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이것은 장대비가 지나가면 나타나는 아름다운 것, 그리고 아무런 과학지식 없이도 무지개의 끝에는 호수가 있다는 것을 난 알 수 있었다. 사실 행복이란, 이렇게 세 끼 소박한 식사를 하고, 잘 놀고, 잘 자는 단순한 생활에 있다.

지금은 이미 그런 날들로부터 멀어졌고, 여전히 뭔가를 찾아 헤매고 있다. 그렇게 긴 세월 멀리 지구 한 끝에 와서야 나는 깨닫는다. 간단하고 소박한 생활과 아름다움은 바로 당신 주변에 있다.

많은 중국 기업인들과 이야기해보면, 도시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일수록 소비자의 반응이 예전같지 않음에 매우 민감해하고 있다.

도시 소비자들은 이미 변하고 있고, 기업들은 아직 채 준비되어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중국으로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은 중국 소비자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제 중국의 도시 소비자들은 전세계 소비자들과 똑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들은 돈을 풍족히 쓰지 않고, 꼼꼼히 물건을 따지며, 냉소적인 눈들로 기업을 바라본다. 그 기업이 진실한 기업인지, 나의 행복에 기여하는 기업인지를 칼 같은 자로 재보면서 말이다.

과연 이 세미나의 결과가 어떠할지 필자는 너무도 궁금하다. 중국기업들은 자신의 소비자 영역으로 세력을 확대해오는 채홍족에 깊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들의 변화에 부응하려 할까? 아니면 자기와는 관계없는 사람들 이야기라며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리게 될까? 다음에 기회가 되면 그 세미나 결과에 대해서도 한 번 써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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