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13 최진근 큐리언스 대표 jinkeun.choi@curiens.com
최진근의 패션 인문학 이야기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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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갱이 그린 그림 중에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긴 제목이 붙여진 그림이 있다. 이 세 개의 단순한 질문은 우리 인간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자 아직까지 우리가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와도 같다.
동양의 노자, 장자나 서양의 플라톤같은 철학자 그리고 시스티나 성당의 천정화를 그린 미켈란젤로나 우주의 법칙을 만유인력이라는 수학으로 푼 뉴턴과 상대성이론을 만든 아인슈타인, 그리고 우리 인간의 육체를 이루고있는 원자들의 생성을 설명한 물리학,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빅뱅이론, 그리고 다윈의 진화론과 현대의 분자생물학 등 모든 철학자, 예술가와 과학자들의 이론을 학교에서 배웠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온갖 정보를 능숙하게 다루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도 여전히 이 물음에는 몇 마디 대답하지 못하고 있는 심오한 어려운 질문이다.
◇ 고갱의 질문,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해 진화론에 의한 인간의 기원에 대해 한 번 정리해보기로 한다. 지금 우리는 상식으로 다 알고 있지만 1859년에 발표된 ‘종의 기원’에서 다윈이 말한 진화론은 당시 고갱이 살던 빅토리아시대(1837년~1901년) 에 큰 충격을 던졌다.
당시 사람들은 인간은 신이 창조한 것이라고 모두가 믿고 있었다. 이런 시대에 진화론은 인간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생물도 신이 창조한 것이 아니라, 생명체는 ‘우연히’ 출현한 것이다라고 했다.
이후 생물학에서는 생명은 원자들의 우연한 결합이 만들어낸 극히 단순한 분자유기물로부터 시작되어 복제, 번식, 적응의 진화적 과정을 거치면서 인간을 포함한 지금의 복잡한 생명체로 진화했다고 본다. 진화론은 지구상에 복잡 정교한 생명체가 점진적으로 나타날 수 있게 한 디자이너는 어떤 초월적 창조주가 아니라 ‘자연선택’이라는 맹목적·물질적 진화 법칙이라고 설명한다.
진화론이 이미 알려진 시대에 그 그림을 그린 고갱이 질문을 던진 것은 아마도 고갱은 이런 진화론에 의한 해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거나 부족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고갱이 살았던 19세기 이후의 현대의 고인류학적 발견에 의하면 인간과 유인원(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의 혈통은 약 5백만년전에 원초혈통에서 서로 갈라졌으며, 조잡한 석기들을 만드는 원시인간류는 약 2백만 년 전에 출현했다. 현대의 침팬지 등 유인원들은 우리와 친척관계일 뿐 우리의 조상은 아니다. 현재까지 발견된 인간의 화석을 근거로 하면 모든 초기 인간류의 고향은 아프리카이다.
2백만년 전쯤에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여기서 나타났고, 1백만 년 전에는 호모 에렉투스가 나타나서 유럽,아시아대륙의 온화한 지대나 열대지역에서 살고 있었다. 현재 인류의 직계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는 약 20만 년전에 역시 아프리카에서 나타났다.
우리의 사촌쯤 되는 네안데르탈인은 약 10만 년 전에 출현하여 호모 사피엔스와 6만년 정도 함께 존재하다가 이들은 대략 4만 년 전에 사라졌다. 그리하여 호모 사피엔스만이 살아남아 우리의 직계조상이 되었다.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기원했다는 것은 DNA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되었다. 고인류학적으로 우리는 아프리카에서 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 과학이 풀지 못하는 숙제, 인문학적 이해 더해야
고갱이 지금 살아있어서 빅뱅으로 수소가 생기고, 별의 폭발에서 생겨난 산소나 탄소가 우연히 결합하여 생긴 생명체가 긴 세월의 진화 후에 인간이 되었다거나, 수백만 년전 아프리카에서의 초기인류의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것을 안다고 해도 자신의 의문이 속시원히 풀리지 않았을 것 같다.
물리학에서는 원자의 99.99999%는 빈공간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원자로 이루어진 우리의 몸이나 모든 물질은 꽉 차 있다. 원자구조나 물질이라는 각각의 사실은 따로 따로는 이해가 되는데, 손가락을 쳐다보면서 실제로 만지고 보는 손가락이 실제로는 텅 빈공간이다라고는 이해되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적인 감각으로나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영역들이 있는 것 같다.
이를 볼 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것 같다. 마찬가지로 고갱의 물음도 알 듯 말 듯 하지만 아직도 완전하게 풀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 답이 없더라도 이 질문 자체만으로도 우리로 하여금 성찰하게 만든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과학뿐만 아니라 인문학적인 상상력과 직관도 많이 더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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