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숍’은 창조경제의 결정판

2015-03-09 최진근 큐리언스 대표 jinkeun.choi@curiens.com

최진근의 패션 인문학 이야기 | 4 |


김정운 교수의 책 <에디톨로지>(왼쪽)와 독일 학생들이 사용하는 카드



최근 김정운 교수가 쓴 <에디톨로지:창조는 편집이다>라는 책에서는 ‘창조는 편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창조 강박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도대체 어떻게 새로운 것이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 책을 썼다.

‘에디톨로지(Editology)’는 ‘정보와 정보를 엮어 새로운 지식을 편집한다’는 뜻이다. 영화의 편집자가 녹화 필름들을 모아 속도나 장면의 순서를 편집해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장면을 만드는 것처럼, 정보를 기존 방식과는 전혀 다르게 편집하는 것이 창의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지식인 혹은 천재는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 ‘남들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잘 엮어내는 사람’이며, 그 대표적 인물이 스티브 잡스나 피카소와 같은 사람인 것이다. 정보를 잘 편집하는 능력은 곧 창의성과 직결된다.

이 책은 여러 창의적인 편집사례를 독창적인 시각으로 아주 잘 정리해 놓았다. 여러 사례 중에서 실제 도움이 되는 방법론은 독일 대학생들이 공부할 때 사용하는 카드다. 카드 작성은 매우 번거로운 일이지만 한 번 작성해 놓으면 편집의 구체적인 방법론이 된다.

카드는 자기 필요에 따라 다양한 편집이 가능하기 때문에 편집의 도구, 창조의 도구가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독일에서 배운 것을 하나로 표현하자면 바로 이 카드를 활용한 편집 가능성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예를 들면 프로이트의 책을 읽으며,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내용을 카드에 정리한다. 카드 맨 위에는 키워드를 적고, 그 밑에는 그것과 연관된 개념(단어)과 출처, 날짜를 적고, 카드의 앞·뒷장에 그 내용을 빼곡히 요약한다. 피아제, 비고츠키, 융과 같은 심리학자의 책을 읽을 때도 같은 방식으로 정리해나간다. 독일 학생들은 카드들을 다시 편집한다. 편집할 수 있기 때문에 카드를 쓰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발달’이라는 개념과 관련된 프로이트, 파아제, 비고츠키, 융의 이론을 자기 기준에 따라 다시 정리한다. 이렇게 편집된 카드가 바로 자신의 생각과 이론이 된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엄청난 양의 노트를 보며 달달 외운다. 그러나 자신의 목록을 별도로 만들 방법이 없다. 일일이 뜯어내지 않는 한, 노트를 재구성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남의 이론을 익히고 외울 뿐이다. 그러나 독일 학생들은 카드목록을 재구성하여 자신의 이론을 만들어간다. 이렇게 카드로 축적된 편집 가능한 자료를 데이터베이스라고 한다. 내가 독일에서 배운 것을 한마디로 요약하라면 ‘공부는 데이터베이스 관리’다. 독일에서 철학을 비롯한 인문 사회과학이 발달한 것은 바로 이 자료 축적의 문화 때문일 것이다.”

카드에는 키워드·연관 키워드가 있기 때문에 하나의 정보와 다른 정보의 연결관계를 알게 된다. 예를 들어 60년대/사이키델릭, 60년대/비틀즈, 60년대/런던, 60년대/메리 콴트라 적혀있는 카드들이 있다면, 이 단어들을 가지고 서로 연관시키고 편집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연관관계를 아는 것은 편집의 가능성을 넓혀주고 창의적인 사고를 만들어주어 새로운 제품이나 디자인 전략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 편집숍에 있는 창조경제

현재 홍대 앞이나 가로수 길에 많이 늘어서 있는 편집숍의 상품분류와 진열은 이제까지 따로따로 있었던 상품과 상품들 간의 새로운 연관관계가 발견되는 네트워크 시스템이다. 한 예로 ‘원숭이’ ‘호랑이’ ‘바나나’를 백화점에서 분류한다면 동물인 원숭이와 호랑이는 같은 층에, 식물인 바나나는 다른 층에 둘 것이다. 그러나 편집숍에서는 원숭이와 바나나가 같은 층에 있고, 호랑이는 다른 층으로 분류된다. 원숭이가 먹는 것은 바나나이기 때문에 오히려 원숭이와 바나나가 관계가 있다. 이러한 네크워크적 분류는 백화점의 계층적 분류보다 연관성에 따른 새로운 편집의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창의적일 수 있다.

저자는 또 “요즘은 유럽이나 일본보다 한국의 상품전시나 분류의 에디톨로지가 훨씬 더 훌륭하다. 이런 젊은 변화를 지켜보는 일은 엄청난 즐거움이다. 이같은 변화가 ‘창조경제’의 진짜 내용이다”라고 말한다.

편집숍에서 상품과 상품이 어떤 스토리나 테마로 연관돼 진열된 것을 보고, 마치 정보들이 연결되고 편집되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되는 현상과 비슷하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요즘 편집숍을 창조경제의 진짜 내용이라고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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