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규 쇼핑몰이나 새로 개발되는 타운의 MD를 하는 바이어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이 A급 브랜드, 흔히 말하는 ‘KEY’ 브랜드의 유치다. 일단 ‘KEY’ 브랜드를 유치하게 되면 쇼핑몰의 위상이나 매출에도 영향을 주지만 무엇보다도 다른 브랜드를 입점 시키는데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이는 아직까지 대부분의 국내 브랜드들이 신상권의 입점 여부를 자체의 기준이나 분석보다는 ‘KEY’ 브랜드의 입점 여부에 더 비중을 두기 때문이다.
패션에서는 ‘유니클로’와 같은 SPA가, 외식에서는 스타벅스 같은 브랜드가 기준이 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아웃도어도 내노라 하는 톱 브랜드가 결정되면 따라서 입점하기 때문에 그 브랜드만 입점하면 줄줄이 사탕이라는 우스갯 소리도 나온다. 심지어 국내의 내노라 하는 패션기업에서도 어떤 브랜드가 들어오냐는 질문을 먼저 받게 되는게 현실이다.
물론 신규나 후발 브랜드가 업계의 1등 혹은 벤치마킹 대상 브랜드의 비사이드(beside) 전략으로 같은 상권에 오픈하거나 옆자리에서 오히려 대박 성공하는 경우는 흔히 있어 왔다.
그리고 우리는 이 경우를 브랜드의 차별화된 채널 전략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미 시장에 자리 잡고 우위를 점하고 있는 회사나 브랜드에서 여전히 눈치를 보고 있다면, 이는 정확한 상권 분석의 부재라고 밖에는 달리 말할 수 없다.
물론 신규 상권의 입점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 하기 위한 한 방법일 수도 있다고 판단하지만 이왕 구체적인 상권 분석의 결과를 토대로 입점 유무를 판단해 준다면 신규 쇼핑몰 역시 올바른 피드백을 통해 MD 방향을 선회하거나 전략 수정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상당수 패션 기업들이 구체적인 상권 분석틀이나 판별 시스템을 통해 움직이기 보다는 담당자의 경험이나 역량, 판단력에 의존하는 것이 크기 때문에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물론 개개인의 역량이 뛰어나고 다년간 상권 분석이나 개발을 통해 성과를 많이 낸 수많은 실력자들이 있다.
아울러 그들이 갖고 있는 암묵적인 상권에 대한 지식은 해박하고 흔히 말하는 상권을 보는 촉이 뛰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표현되거나 과학적으로 정리된 자료가 많은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간다. 아울러 패션 업계 관행상 자주 회사를 옮기다 보니 그나마 그 지식이 전수되기도 쉽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패션 상권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아울러 조직 내에 시스템화해야 하는 요구사항이 어쩌면 작금의 패션 브랜드의 당면한 과제일지도 모르겠다.
◇ 빅데이터 활용한 과학적 판별 가능
최근 상권 기초 데이터에 있어서는 외부에서 많은 부분이 보완되고 있다. 과거에 직접 그렸던 상권도는 전문화 되어 발행되고 있고, 매장이나 거리 등의 사진 자료는 스마트폰으로 언제든지 검색 가능하도록 편리해졌다.
이젠 웬만한 건물의 평수나 용도 등 기초 자료에 대한 검색은 책상에 앉아서 웹이나 모바일로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는 시대다. 더불어 IT 기술의 발달로 빅데이터에 연동된 수많은 자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통신회사의 통화량을 기반으로 특정구간의 유동량도 파악이 가능하고 신용카드 사용분석을 통하여 이용 매장, 고객의 나이, 사용시간 등 아주 상세한 데이터까지 파악이 가능하게 되어 데이터 마이닝이 화두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패션 상권에 어떻게 적용하여 사용하느냐에 대해서는 아직 숙제로 남아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빅데이터 기반 상권분석 시스템들을 들여다 보더라도 패션의 복잡함을 담기에는 한계가 많아 보인다.
고객성향과 나이, 가격에 따라 세분화 되는 패션 고객을 단순히 여성복, 남성복 등으로 표현해서 분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울러 패션의 특성상 판매사의 능력과 고객 관리능력 등 고려해야 할 부수적인 요소가 너무 많다. 결국 이 해결점은 패션 브랜드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게 되었다.
최근에 미팅했던 한 유아복 브랜드는 입점 시 대형 산부인과 주변을 선호한다고 했다. 아마도 산부인과 고객과의 연결성이 유아복 판매에 영향을 미쳤음은 예상되는 사실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산부인과의 규모나 마케팅 유무에 따른 매출의 변동성 등 구체적인 자료가 덧붙여 진다면 아마도 좋은 과학적 데이터가 되지 않을까?
휴게소에 입점해서 성공한 브랜드가 구체적으로 차량통행량, 휴게소 매출과의 상관 관계, 이용고객 분석 등을 통해 구체적인 데이터를 성공사례로 정리해 준다면 이 또한 아주 유용한 분석사례로 남을 듯 싶다. 이렇게 각 업체별로 분석된 좋은 자료들이 당장 외부와 공유 되지는 않더라도 쇼핑몰이나 신규 상권을 분석할 때 피드백 되고 조직내에 시스템화 되어 자료로 축적된다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상권 분석틀이 나올 수 있는 훌륭한 기반이 될 거라 의심치 않는다. 이미 편의점업계나 대형 유통업체는 과학적인 분석틀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 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외식업체만 하더라도 패션보다는 한 수 위인 듯하다. 패션의 복잡 미묘함을 감안할 수 밖에 없더라도 결국 패션의 과학적 상권 분석은 우리 패션 브랜드의 몫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