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19 이슬 기자 ls@fi.co.kr
기자의 시각 - 이슬 패션인사이트 기자

지난 7일 오전 11시 광화문광장에선 이색 시상식이 진행됐다. 시상식의 이름은 ‘2014 패션업계 청년착취대상’으로 영예(?)의 대상은 이상봉 디자이너에게 돌아갔다.
시상식을 주최한 곳은 패션노조. 디자이너 지망생, 디자이너 인턴을 하는 형제자매를 돕기 위해 활동하는 사람, 패션업계의 고질적인 관행에 지쳐 업계에서 발을 뺀 사람 등 다양한 인물들이 뭉쳐 패션업계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패션노조 측은 “이상봉 사장께서 회장으로 계시는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가 지난 2014년 문화체육부장관상인 ‘올해의 디자이너상’을 새로 만들어 시상하는 모습을 보면서 패션계에 막 진입한 청년들의 열정과 노동을 마음껏 착취해오신 오너 디자이너분들을 선정해 치하해야겠다는 뜻으로 ‘2014 패션업계 청년착취대상’을 개최하게 됐다”고 퍼포먼스를 열게 된 배경을 밝혔다.
패션노조는 시상식 직후에 청년들이 십시일반 모금한 회비로 구매한 축하 화환을 이상봉 디자이너 사무실에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노조는 패션계에 뿌리처럼 박혀 있는 근로계약서 미작성, 부당임금, 인격모독(몸뚱아리 차별), 야근수당 미지급, 부당해고 등 5대악을 관철하기 위해 단계적인 계획을 설계했다.
◇ “단순한 마녀사냥은 No!” 현직 디자이너들이 문제점 직시해야
이날 이색 시상식의 여파는 컸다. 이상봉 디자이너가 포털사이트 실검(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으며, 각종 매체에서 기사가 쏟아졌다.
일부에선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열정페이’를 적용한 시상식이라는 점, 다수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려온 이상봉 디자이너가 대상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단순한 마녀사냥으로 끝나지 않을까 염려된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실제로 일부 언론에서는 사건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보단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해 기사를 작성하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이 회사는 논란이 불거진 지난해 말 직원들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으며, 최저임금과 법규에 준하는 월급을 책정해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이 정말로 요구하는 것은 패션계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로서,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를 책임지는 회장으로서 그 동안의 잘못된 관행을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힘을 보태달라는 것이다.
청년들은 이상봉 디자이너와 함께 후보에 오른 최범석, 이승희, 이석태, 고태용 디자이너는 물론 현직 디자이너들이 이 같은 문제점을 직시하고, 한국 패션의 미래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하기를 바라고 있다.
◇ 산업 발전하려면 인재들이 선호하는 직업 만들어야
최근에는 신생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해외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거나 패션기업에 인수돼 전문 경영을 맡기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패션의 산업화에 앞장서고 있다. 그런데 이면에는 몇몇 젊은 디자이너들조차도 기성 디자이너 세대들의 악습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베트맨D 패션노조 대표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브랜드를 만든 20대 후반 디자이너가 무급으로 인턴을 채용하거나 최저임금 수준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의 월급을 준다는 제보를 받았을 때 정말 안타까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과거처럼 특정 고객들에게 옷을 판매하고, 제자를 길러내는 도제식 방식을 요구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디자이너 브랜드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연령층이 더욱 다양해지고 글로벌해진 것이다. 세계 무대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브랜딩을 다지기 위해서는 더욱 다양한 소양을 갖춘 인재의 영입이 요구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좋은 인재가 시장에 들어와야 하는데 지금 패션계의 모습은 밝은 미래를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신진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 만큼, 업계에 인재가 늘어날 수 있도록 다른 관점과 태도로 패션계를 이끌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패션노조가 지속적으로 고용노동부 등 정부기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한 결과, 고용노동부에서 금주부터 인턴·견습제도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패션업종 등에 대해 법정 근로조건 보호 및 부당행위 방지를 위한 근로감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청년들의 의견을 사회적으로도 수렴하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도 발벗고 나서는 아름다운 모습을 하루 빨리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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