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22 김소희 말콤브릿지 대표 rosmary1@paran.com
김소희 칼럼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이 말은 흔히 복고풍 의상들로 연결되기 쉽지만 실은 더 큰 의미에서 해석해 볼 필요가 있다.
일례로 현재의 트렌드를 서술하는 가장 대표적 단어인 ‘놈코어(Norm-core)’를 예로 들어보자. 놈코어, 즉 베이직한 스타일, 노멀한 스타일이 중심이 된다는 이 트렌드는 비단 패션디자인에 머물지 않는 느낌표를 전해준다. 다시말해 구체적으로 어떤 디자인의 코트와 바지가 유행한다는 개념을 떠나, 곰곰히 생각해보자. 과거에 베이직 스타일이 유행했던 시기가 없었던가?
사실 우리는 여러 번 놈코어의 시기를 겪었던 바 있다. 가장 가까운 시기로는 90년대말쯤의 이지캐주얼의 시대가 바로 그 시기다. 이런 시기에 사람들은 ‘차별화’보다는 ‘동질화’를 추구한다. 평범한 사람들은 입을 수 없는 옷을 입기보다는 평범한 사람들과 즐겁게 어울리는 것이 멋져 보인다.
이런 시기에는 가끔 슈퍼 브랜드들이 탄생하는데, 과거엔 ‘지오다노’나 ‘빈폴’ 등이 그 수혜자였다. 당시의 광고는 주로 문화적 심리를 공략하는 것으로, 젊은이들이 한데 어울려 비슷한 옷을 입고 춤을 춘다던지(지오다노 진) 하는 광고들이 위력을 발휘했다.
이번 놈코어의 시기에는 과연 어떤 브랜드가 최대 수혜자가 될까? 안타깝게도 현재로선 ‘유니클로’가 또 한 번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유니클로’는 브라톱이나 히트텍 같은 기능성 생활의류를 판매하는 ’생활복’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들어 대부분의 스키니 청바지 시장을 ‘유니클로’가 독식해가는 현상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TV 광고 또한 인상적이다. 한명은 변호사를, 한명은 빌딩 청소부를 따라가며 그들 모두가 선택한 ‘유니클로’라는 독특한 동질감을 보는 이에게 선사한다.
이 시기의 특성은 ‘캐주얼화’다. 딱딱한 정장 스타일보다 캐주얼한 스타일이 멋지다고 여겨진다. 최근들어 남성복에서 화이트셔츠를 벗어나 회색 셔츠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과거같으면 벌써 캐주얼 브랜드들이 하나 둘 출사표를 던졌을 텐데, 지금은 아무런 소식이 없다 어째서일까.
지난 2000년대초와는 달리, 지금의 시장은 너무도 다변화되고 축소되어 있다. 여성복 브랜드들은 이미 정장 브랜드로 자리매김을 굳건히 한 뒤인데다, 최근 백화점에서 캐주얼 여성복으로 하나둘 잠식해 들어오는 브랜드들은 주로 온라인 브랜드들이나 편집숍이다. 이들은 매우 저렴한 가격대를 지니고 있어 기존 브랜드가 경쟁하기 어려운 장벽을 형성하고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상황은 얼마나 많은 온라인 브랜드가 있으며, 이들이 쏟아내는 티셔츠, 바지, 니트의 양은 또 얼마나 대단한가.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놈코어 시대의 본질은 무난하고 싼 옷을 입고 싶어한다기 보다는 서로 타인과 호흡하고 싶은 ‘동질화’ 심리에 있다는 것이다. 각박한 세상에서 타인과 연결되고 싶다는 의미를 채우기에는 싸고 보편적인 옷이라는 제품의 특질만으론 어쩐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80년대에도 이 같은 동질화의 시기가 글로벌하게 존재했었다. 당시 국내에선 ‘이랜드’가 최고의 수혜자였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베네통’이란 브랜드가 큰 인기를 모았었다. ‘베네통’은 이 때 문화를 파고드는 저력을 보여준다. 그들이 ‘United Colors of Benetton’이란 카피를 사용하면서 보여주었던 당시의 놀라운 광고들은 전세계는 하나, 인종의 차이나, 종교의 차이를 뛰어넘어 우리는 하나라는 메시지를 매력적인 이미지로 보여주는 충격 그 자체였다.
브랜드는 문화를 파는 곳이라고 했던가. 놈코어의 시대만큼 브랜드의 문화적 정신을 보여주기에 적합한 시대도 없다. 그냥 흘려버리기엔 어쩌면 너무 큰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급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자신의 기회를 찾아내 새로이 도약할 제 3의 브랜드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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