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의 심리학? 진정성의 시대

2014-12-05 윤태영 GY인터내셔널 이사 

윤태영의 패션소비자 리포트

윤태영 GY인터내셔널 이사 /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 겸임교수







“현대사회는 물, 불, 공기, 흙, 그리고 광고로 이루어져 있다.” 한 광고인이 어느 강연에서 했던 이야기로 기억된다.


그의 얘기를 듣고 자연스레 고대 연금술사들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들은 물, 불, 공기, 흙을 이용하여 금을 주조하고자 하였다. 이들 네 가지 원소는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서 여러 비율로 섞여 온갖 사물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믿어져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 광고인의 주장은 다소 지나친 감이 있지만, 현대사회에서 제5의 원소로 상정될 만큼 광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 이해된다.


그 만큼 광고는 물처럼, 불처럼, 때론 공기처럼 우리의 삶과 일상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현대인들이 스스로 의식조차 못한 채 하루에 최소 4000여 개 이상의 광고에 노출되어 있다는 조사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한편 1920년대 미국 미용용품 회사의 광고 헤드카피는 현대사회에서 광고가 다루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헤드카피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하루에도 남들이 당신의 손톱을 몇 번이나 쳐다보는지 아세요? 당신의 손톱을 볼 때마다 평가가 이루어집니다.” 이때부터 이미 광고는 상품이 아니라 우리의 자의식(Self-consciousness)을 그 대상으로 한다.


현대적 광고의 탄생이다. 광고가 다루는 현대사회에서의 자의식이란 ‘내 자신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대한 나의 생각’을 의미한다. 이렇게 자의식을 자극하는 광고는 1990년대 초 한국의 광고시장에도 등장한다.


“당신이 사는 집이 당신의 가치를 말해 줍니다” 모 아파트 광고의 메인카피다. 상품이 좋다는 것을 결코 대놓고 얘기하지 않는다. 그 대신 끊임없이 남을 의식하게 만든다. 이렇게 광고는 남을 의식하게 하면서 사람들을 결핍된 존재, 열등한 존재로 부각시킨다. 그리고 그 무엇을 구입함으로써 그 모자람이 충족된다고 얘기한다. 이것이 바로 지금까지 현대 광고에 내재된 주요 프레임이었다.


현대사회에서 광고는 우리 스스로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자의식을 일깨우며 끊임없이 욕망을 제조하고 유포한다. 광고는 타자의 시선을 전제하며 이미지, 상징, 차이, 과시의 필요성을 속삭여 왔다. 당신은 불행해야 할 권리가 없다고, 당신은 누구 이상으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그렇다면 끊임없이 남을 의식하며 형성된 욕망은 진정 나의 욕망인가? 이에 대해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자크 라캉(Jacques Lacan)은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욕망하는 것의 실체는 나의 욕망이 아닌 ‘타자의 욕망’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내가 아닌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것이다. 광고는 바로 이 과정을 촉발하고 또 촉진시킨다.


현대의 광고는 단순히 상품을 선전하는 매개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앞서 살폈듯 광고전문가는 욕망을 주조하는 마술사가 되었으며, 세상의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조물주가 되었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통념상 허용되지 않았던 동성애의 문제나 꽃미남, 연상녀, 당당한 여자는 광고의 힘을 빌어 등장하였고 이내 현대사회의 익숙한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파격적 광고로 유명한 베네통의 광고들을 생각해보면 광고가 현대사회에서의 금기를 어떻게 무너뜨려 왔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광고는 우리 시대의 문학이자 이데올로기로서도 기능한다. 최근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진행하는 기업 공익광고는 보편적 인류애는 물론 시나 에세이에 버금가는 서정성과 따뜻함을 보여주고 있고, 이 외에도 노인문제, 청년문제, 실업문제, 애국심 등 당대의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제기하고 대중의 사회적 관심을 촉발한다.


이처럼 광고는 당대의 시대정신을 반영함은 물론 지배적 담론을 형성하거나 확산시키는데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한편 현대사회는 진정성이 빠진 광고를 더 이상 수용하려 들지 않는다. 이미 우리는 광고를 보며 그 광고가 무엇을 위해 제작되었고 우리에게 무엇을 얘기하려는지 경계의 눈빛을 거두지 않는다. 또한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이들이 속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타자의 욕망을 끌어들여 자의식을 자극하겠다는 접근은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이다.


‘사람냄새가 나는’ 소위 ‘인문학으로 광고한다’는 이들이 업계의 대세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디지털 기술과 소셜미디어의 결합을 통한 인터렉션, 그리고 참여에 기초한 진정성있는 커뮤니케이션은 디지털시대에도 광고가 제5원소로 기능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되었다. 따라서 현대 광고에서 진정성은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가 된 것이다.


광고는 남을 의식하는 자의식에 더 이상 기대기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 광고만큼 시대의 흐름을 재빠르게 포착해내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사람 그 자체에 대한 진정성있는 이해와 애정의 기반이 더 없이 절실한 때이다. 그 어느 때보다 스마트해진 현대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는 몇 안 되는 방법, 바로 진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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