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 지원가능성과 신용평가

2014-11-24 이희정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 heejung@korearatings.com

파이낸스 칼럼 - 이희정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

 








작은 마을에 바지를 만들어 판매하는 A와 조끼를 만들어 판매하는 B가 찾아와 신용을 바탕으로 사업자금을 빌리려고 한다.

두 사람의 신용도를 파악하기 위해 A와 B가 연간 벌어들이는 수익, 가지고 있는 자산, 이미 다른 곳으로부터 차입한 자금 등 다양한 자료를 비교해 보았다. 놀랍게도 모든 조건이 동일했다. 단 한가지, 가족관계만 제외하면 말이다.

A는 혈혈단신이었지만, B는 그 마을 토지의 상당부분을 경작하는 부농의 자식으로 밝혀졌다.

A에게는 가슴 아픈 일이지만, 이러한 경우 신용평가의 관점에서 B의 신용도가 A보다 높게 책정된다.

만약 마을에 흉작이 들어 마을 사람들이 옷을 살 여력이 없다고 가정할 때, 장사가 안되어 A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B는 자식이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을 염려한 부모의 재무적 지원으로 빌린 돈을 상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족의 지원 사례는 기업의 신용평가시에도 계열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동일하게 적용된다.

평가업체의 독자적인 채무원리금 상환능력을 평가한 독자신용등급(Stand-Alone Rating)이 도출되고, 계열사 지원을 추가적으로 반영하여 최종신용등급(Public Rating)이 결정되는 원리로 신용등급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용도가 높은 계열로부터의 지원가능성이 독자신용등급보다 높은 최종신용등급을 견인하는 힘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부실계열사 꼬리 자르기’ 논란이 존재하는 것과 같이, 유사시 계열 지원을 100% 확신하여 신용도에 일률적으로 반영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계열의 지원가능성을 합리적으로 예측하기 위해서 계열의 지원의지(Propensity)와 지원능력(Ability)을 주요 기준으로 나누어 평가하고 있다. 

계열지원의지는 계열 내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중요도(지배구조상 중요성, 경제적 중요성), 계열과의 통합도(사업적, 전략적, 신인도 측면), 지원의 실행가능성(채무보증 유무 및 규모, 유상증자 사례), 명시적 지원 요소 유무 등의 항목 분석을 통해 이루어진다.

한편, 지원능력은 개별기업의 독자신용등급과 계열통합신용등급의 차이로 판단된다. 이를 통해 스트레스 상황 하에서 계열이 재무적으로 지원해 줄 능력이 존재하는지, 능력이 있다면 실제로 지원할 의지가 있는지를 예측하여 최종적인 신용도에 반영하게 된다.

현재 패션산업에서 국내 상위권의 유통업체를 모기업으로 보유하고 있는 패션업체에게 계열지원가능성을 감안한 최종신용등급이 부여되어 있으며, 최근 대기업의 패션업체 인수사례들을 감안할 때 향후에도 계열지원가능성을 반영한 최종신용등급의 결정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계열지원가능성에 의한 최종신용등급 결정과정을 이해할 때, 주주변경, 주요 계열사의 신용도 등락 등의 이벤트 발생 시 자사 신용등급의 향방에 대한 예측이 보다 용이해질 수 있을 것이다.



커버
검색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