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는 메시지다' - 현대소비와 미디어

2014-10-27 윤태영 칼럼 

GY인터내셔널 윤태영 이사








대중매체를 배제하고 현대 소비사회를 논의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그만큼 현대사회에서 대중매체는 대중문화와 소비문화를 견인하는 제1의 동력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을 듯싶다.



전통적으로 매체는 Contain 즉, 무언가를 담아 전달하는 용기의 의미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매체는 단순히 정보만을 전달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즉 어떤 매체를 통해 전달되느냐에 따라 정보의 의미가 달라질 뿐 아니라 그 파급효과 역시 매우 강력해진다.



이를 두고 캐나다의 미디어 이론가이자 문화비평가인 마셜 맥루한(Marshall Mcluhan)은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말로 매체의 특징과 그 속성의 중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그는 미디어의 속성에 주목하여 미디어가 가지고 있는 자체적 특징이 메시지 자체를 규정짓는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

미디어의 형식과 틀이 미디어가 전달하는 내용보다 중요함을 지적한 것으로, 어떤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느냐에 따라 커뮤니케이션의 내용이 갖는 의미와 영향 정도가 판이하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쇄매체에서 전자·통신매체로의 중심 이동은 현대사회의 커뮤니케이션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바야흐로 근대성의 핵심인 시각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이 시작된 것이다. 따라서 시각적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대표격인 TV의 속성과 특징을 이해하는 것은 현대 소비문화를 이해하는데 있어 매우 유효한 단서를 제공한다.

보는 매체인 TV는 읽는 매체인 라디오나 신문보다 훨씬 강렬한 소비욕망을 유발한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보면 욕심이 생기고 욕망은 눈에서 온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소비행위를 보는 것 만으로도(그것이 비록 TV를 통해서일지라도) 우리 안의 소비욕망은 꿈틀거린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는 그의 저서 「텔레비전에 대하여」를 통해 현대사회에서 TV를 둘러싼 사회 주체들간의 은밀하고 내밀한 지배구조와 그 영향관계에 대해 강조했다. 더불어 TV가 그토록 시청률이란 지표에 매달리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주지하다시피 TV 방송국의 매출과 이윤 획득의 원천은 광고이다.

따라서 TV의 고객은 광고주이지 시청자가 아닌 것이다. 여기서 방송사의 매출을 좌우하는 광고의 판매량과 가격을 좌우하는 것이 바로 시청률이다. 시청률 지상주의는 TV 방송국의 입장에서 당연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산업적 측면에서 TV는 매우 소비적인 매체이다. 이는 구조적으로 TV가 매우 소비적일 수 밖에 없는, 그리고 광고주 중심의 소비문화를 형성하고 확산시키는데 집중할 수 밖에 없음을 잘 보여준다.

현대사회에서 TV는 관련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매우 사실적인 정보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우리는 이제 경기장에 있는 것보다 더 실감나게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TV는 직접 눈으로 보지 않은 광활한 우주와 바다 속 심연의 세계 역시 생생하고 사실적인 모습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TV 수용자들은 더 이상 우주나 깊은 바다 심연에 대해 수고롭게 상상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우리가 할 일은 소파에 기댄 채 그저 TV가 전하는 영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일뿐이다. 덕분에 우리는 수고로움이 뒤따르는 상상력을 포기하고 그 자리에 ‘수동성’이 들어서는 것을 용인하였다. 그러면서 TV의 수용자들은 점점 더 TV에 의존적이 되어간다. 

같은 영상매체인 영화는 돈을 지불하고 감상하지만, TV는 프로그램 앞뒤에 붙은 광고를 보는 것으로 시청료를 대신한다.

따라서 TV의 수용자들은 타 매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관여도와 집중도를 보인다. ‘산만한’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잡기 위해 TV는 현란해야 하고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고, 말초적인 방법으로 선정적인 소재를 다루어야 한다. 결국 TV는 즉물적이고 자극적일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갖는다.

이와 함께 TV 프로그램의 열악한 제작환경은 TV의 소비지향성을 더욱 확대시킨다.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수많은 광고주들의 제품을 등장시키고(간접광고), 모든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재벌과 상류층은 고가품의 노출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이렇게 TV는 화려한 소비물의 향연을 보여주며 소비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처럼 소비문화의 성격은 당대를 규정하는 가장 유력한 매스미디어(대중매체)의 구조와 특징을 반영한다. 따라서 현대의 소비문화는 TV라는 매체가 갖는 특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최근에 이르러 TV와 모바일의 결합을 의미하는 TV 3.0 시대(아날로그 방송을 수신하는 하드웨어적 ‘TV 1.0’시대에서 디지털과 연결된 ‘TV 2.0시대’)의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이는 통신서비스의 발전(LTE)으로 가속화되고 있으며, 앞으로의 소비문화는 보다 개인화된 미디어와의 관계에서 새롭게 만들어져 갈 것임을 시사한다.

결국 TV는 인터넷, 모바일 등 뉴미디어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자기 진화를 통해 현대 소비문화의 중심매체로서 여전히 그 기능을 잃지 않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대의 소비를 이해하기 위해 앞으로 TV가 어디까지 진화해 갈지 지켜보는 일은 중요할 뿐 아니라 흥미진진한 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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