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B와 푸마가 인정한 ‘한국패션’의 위상

2014-09-22 정인기 기자 ingi@fi.co.kr

데스크 칼럼 - 정인기 편집국장









최근 한국 패션업계에서 매우 의미있는 이벤트가 있었다. 지난 13일 불금 저녁에 압구정동 카시나 매장에서는 독일 스포츠 브랜드 ‘푸마(PUMA)’가 한국 리테일러 카시나와 콜래보레이션한 ‘디스크 럭스’ 신상품 발표회 겸 파티를 가졌다.

‘카시나’는 점포수가 10개 안팎이지만 ‘나이키 티어제로’를 비롯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글로벌 브랜드들의 최상위 등급 상품을 판매하는 국내 리테일 마켓의 아이콘으로 인정받고 있다.

비슷한 시간 한강 새빛둥둥섬에서는 세계 최대 패션 컨벤션 ‘BBB’ 독일 주최사가 한국 패션 관계자들을 위한 파티를 개최했다. 내년 9월 DDP에서 한국판 BBB 개최를 앞둔 프리 마케팅 차원이었으며, 이 자리에는 칼 헤인즈 뮐러 BBB 회장 등 독일의 주요 패션인들이 참석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BBB는 세계 최대 규모의 패션 컨벤션이다. 데님, 스포츠웨어, 스트리트 캐주얼은 물론 컨템포러리 캐주얼에 이르기까지 패션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이벤트가 ‘서울’을 아시아 마켓 거점으로 선택한 것은 하나의 이슈라고 할 만하다.

참가기업 뿐만 아니라 수 천명의 관련 바이어들이 서울을 찾게됨으로써 패션 뿐만 아니라 관광, 숙박 등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일련의 행사를 살펴보더라도 한국패션의 달라진 위상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은 규모가 크지 않은 리테일러지만 패션 아이콘으로서 영향력을 인정하기에 톱 클래스 상품을 ‘카시나’에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또 BBB는 시장 규모가 크지 않고, 아직 리테일 마켓이 성숙되지 않았지만 아시아 패션시장 내 영향력을 감안해 서울을 아시아 마켓 공략의 교두보로 선택한 것이다.

그만큼 최근 한국 패션의 위상은 대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드라마와 케이팝 등 문화에서 시작된 ‘한류(韓流)’가 바야흐로 패션을 통해 산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 일회성 아닌 지속하는 ‘자주적 사업’으로 키워야

그러나 기대가 높은 만큼 우려도 적지 않다. 벌써부터 패션업계에서는 “BBB는 결국 메인 마켓인 중국시장을 가기 위해 서울을 활용하고 있다. 내년 행사를 준비하면서 다음 스텝을 고민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 “한국 브랜드에게 문을 개방하겠지만 홀세일 브랜드 기반이 취약한 국내 기업들의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경쟁력 높은 수입 홀세일 브랜드의 국내시장 진입만 확대시킬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BBB가 리테일 시대로 진입한 국내 패션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이정표는 분명하지만, 안일하게 대응하거나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면 럭셔리와 SPA에 이어 미들마켓 마저 글로벌 기업에게 내주는 꼴이라는 것이다.

자원이 부족하고 인력이 우수한 우리 패션산업을 감안하다면, 개방과 자유경쟁은 비껴갈 수도 피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행사를 1년 앞둔 이 시점에서 국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은 같이 고민하고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 패션업계 중론이다.

한 패션 전문가는 “시장이 전용 헬기까지 내주며 장소 선정에서부터 사소한 행정편의까지 파격적으로 예우했다면 BBB측에서도 한국 패션산업 육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한국 브랜드의 참가 기준은 무엇이며, ㎡당 7000달러에 달하는 참가비는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밝혀야 한다”며 구체적인 사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 서울시와 패션업계에도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컨벤션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명목으로 무작정 해외 브랜드를 유치하는  것이 아닌 우리 자체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BBB와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를 유치한 만큼 이를 통해 ‘한국발 패션 컨벤션 브랜드’를 만들어 미래 사업으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뮌헨 등이 전시산업을 육성해 도시 경쟁력을 키우듯 우리 자체의 컨벤션 브랜드를 키워 ‘아시아 패션산업 허브=서울’이란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BBB를 바라보는 패션업계 염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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