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01 정인기 기자 ingi@fi.co.kr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이 지난달 27일 섬유패션 산업의 수장인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신임 회장에 취임했다.
'노스페이스' 성공으로 잘 알려진 성 회장은 취임 간담회에서 "시장논리 앞세운 정책을 수립해 국내 섬유 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가치 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내 화섬과 면방 등 소재산업은 시설에 과잉투자함으로써 비효율을 확장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더욱이 중국 제조업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섬유산업은 경쟁력이 약화됐다"며 "이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시장친화적 신소재를 개발해 매칭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회장은 이러한 공급과잉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 공통된 고민이며, 이를 위해서는 섬산련의 새로운 역할이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특히 필요하다면 중국을 비롯 각국 섬유 관련 단체들과 협의해 세계적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이 산업이 '치킨게임'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제조기업들은 1980년대초부터 해외로 진출하며 '글로벌'을 외쳤으며, 패션 브랜드들도 2000년 이후 해외시장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시장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글로벌시장 진출은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산업 현실을 감안할 때 섬산련과 같은 단체도 글로벌 무대로 활동 영역을 넓혀야 한다. 세계적 컨퍼런스와 전시회를 개최하고, 해외 행사에는 체계적으로 준비해 참가함으로써 우리 산업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
지금과 같은 글로벌 마켓에서는 한국 기업만의 독자 행보는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 성 회장의 주장이다. 목표를 공유한다면 중국 기업과도 합종연횡해야 하며, 이러한 교류 중심에 섬산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 지역 연고 앞세우면 공멸할수도"
원사에서부터 제직-가공-봉제-브랜드-리테일까지 섬유패션 산업 전반에 걸쳐 사업을 펼치고 있는 성기학 회장은 스트림 간 협력을 통한 시너지를 유난히 강조했다. 하지만 "국가와 지역을 앞세운 무조건적 협력은 모두가 공멸할 수 있다"며 특히 경계했다.
"큰어머니 떡도 싸고 맛있어야 사먹지 않겠냐? 같은 국가이니 거래해야 한다는 얘기는 같이 망하자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소비자에게 충성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또 그는 우리 기업들의 지나친 쏠림 현상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정 소재가 잘 팔린다고 모두 그쪽으로만 생산해서는 안되며, 브랜드 사업이 전망있다고 해서 기업의 특성도 살펴보지 않고 달려들어서는 그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섬유는 시대를 초월해 중요 산업인데, 정부에서 '사양산업'을 운운하며 평가절하했다. 국내 섬유산업은 원사에서부터 직물, 봉제,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각 스트림 간 경쟁력이 충분하고 잘 할수 있다. 그러나 전부 흩어져 있어 힘들다. 이를 하나로 추수리고 시너지를 만든다면 우리 섬유패션 산업은 앞으로도 충분히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는 이에 대한 개인적 경험을 얘기하기도 했다. 외환위기 이전에 CB본드를 발행한 적이 있는데, 영원무역은 브랜드 사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 반응이 호의적이었다는 것이다.
"개별 기업의 강점이 분명히 다른데, 왜 모두가 브랜드를 해야하나. OEM도 브랜드만큼 좋은 실적을 내면 구가 경제에 이익이다. 모든 것은 개별 기업의 선택이다."
"FTA 시대, 서울 대구를 바이어 찾는 길목으로"
성기학 회장은 개성공단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미국에 이어 중국과도 FTA 시대가 열린다면 국내 제조업은 새로운 경쟁력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 기회가 만들어질 때 제대로 투자할 수 있는 준비가 갖춰져야 한다. 해외 투자는 산업체 뿐 아니라 금융권이 참여하는 상업적 파이낸싱이 가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내부 전열을 다듬어야 한다."
성 회장은 최근 대구에 봉제공장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는 본딩이나 특수 방수재킷 등 까다로운 특수기능 제품을 생산 투입하며 향후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지금 잘 되는 시장에 쏠릴 것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고 잘 할 수 있는 부문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그는 "섬유 제품 가운데 가장 자동화된 것이 스웨터다. 자동화 시스템을 갖춰 고급 스웨터를 만든다면 FTA 시대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메리노울 소재로 만든 양말도 흥미를 가지고 있다"며, "미국 뿐 아니라 중국까지 FTA 시대로 접어드는 만큼 시장 경쟁력이 최우선이다. 중요한 것은 해외 유력 바이어들이 요구하는 콘텐츠와 인프라를 만들어야 하고, 서울과 대구는 바이어들의 길목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보조금에 기대서는 단체도 미래 없다"
성기학 회장은 섬유패션 관련 단체들도 시장경제 논리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섬산련부터 더 타이트하고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정부 산하 단체나 각종 협회도 시장경제에서부터 접근해야 시장이나 회원사와 호흡할 수 있다. 운영비를 납세자가 부담해야 하는 단체는 존재 이유가 없다. 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관련 단체나 협회부터 자기희생적 자세와 미래지향적 정책기획력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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