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18 윤태규 MIP 컨설팅 ambroyoon@naver.com
윤태규 MPI컨설팅 시니어 파트너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핸드폰 시장은 소형화 소형화를 외쳤다. 그러다 핸드폰이 e-메일이나 DMB 등 많은 양의 데이터를 다루게 되면서 기기의 대형화 시대를 맞았다.
애플의 아이패드가 나오면서 스마트폰은 단지 전화기로써의 기능보다는 노트북의 기능에 가까운, 그러면서도 노트북보다도 훨씬 편리하고 뛰어난 성능을 가진 기기로 변신을 하게 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가 지금처럼 원활한 스마트 기능을 가지고 핸드폰을 사용하게 된 시기가 불과 4~5년 밖에 안되었다는 사실은 우리 같은 기성세대들을 항상 놀라게 한다.
오랜 시간 사용했던 기기인냥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요즘의 젊은세대들을 보면 기계도 기계지만 사람도 능력도 엄청나게 진화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낀다.
이러한 스마트폰의 등장은 많은 기업들의 ‘명암’을 가리게 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전자 회사들인데, 소니와 후지츠 등 ‘원(原)전자시장’에서 독점적인 영향력을 누려왔던 기업들이 ‘암’의 대표작인 예이다.
워크맨, PDP 등 지금 우리세대들도 최소한 한번은 구입했을 기기들이 이제는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면서 그들의 시대가 지고 있다는 것이 예고 되었고, 스마트폰에 ‘고(高)기능’을 갖춘 카메라가 장착되며 그렇지 않아도 필름사업의 몰락으로 힘들었던 코닥과 캐논이 카메라 시장에서도 악전고투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더구나 그들은 남들의 콘텐츠를 철저하게 외면 했던 터라 그 파장은 더욱 컸다. 이러한 상황은 오디오 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명품오디오로 알려진 B&O, B&W, 마란츠, 테크닉스 등 스마트폰 하나 때문에 치명타를 입은 오디오 기업은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떠오르는 기업은 있기 마련이다. 특히 B&W(Bowers & Wil kins)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기업 중 하나이다. 그들은 수십 년간의 성공 신화보다는 앞으로 더 더욱 성공한 기업으로 남겠다는 기업정신이 돋보인다고 해야 할까?
이들은 어떤 상품을 만들던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명품이라고 판단, 기존의 오디오 기업들이 아이팟이나 MP3등 디지털음악을 쓰레기로 취급하던 순간에도 기존의 대형스피커에서 과감히 아이폰용 고급스피커를 만들고, 더 나아가 소형 이어폰으로 바뀐 헤드폰 시장에서 오히려 고품질 대형 헤드폰을 만들면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다.
B&W 지난해 매출 2천4백억원 중 약 1천3백억 원이 아직도 대형 고급스피커 판매실적이며, 이는 아이폰 관련 기기를 생산하기 전과 다름없는 수준이라고 한다.
발상의 전환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것이다. 우리는 흔히 이런 기업들의 관계를 ‘악어와 악어 새’로 표현한다. 혹자들은 ‘악어’가 당연히 갑이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악어 새’가 을인 것만도 아니다.
규모와 이미지의 차이가 그렇게 만들뿐이지 실제 그들의 관계는 ‘갑을’ 관계가 아닌 ‘동업’의 관계, ‘보완관계’라 볼 수가 있다.
B&W관계자는 ‘우리는 애플의 등에 올라탔다’라는 표현도 서슴없이 한다. 아무나 그 등에 올라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물학자들은 오히려 ‘악어’가 ‘악어 새’를 더 필요로 한다고 한다. 아이폰이 B&W 스피커 덕분에 그 판매율이 올라갔다는 사실은 이를 증명한다.
이렇게 되면 아이러니하게도 ‘악어 새’가 갑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느 상품이 메인이라는 개념은 이제는 필요가 없다.
우리 패션기업들도 너무도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있다. 저 성장시대 아니 성장이 멈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패션기업들은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고 성장시대에서는 누구나 ‘악어’이었을진 몰라도 이제는 ‘악어’로 살기에는 너무도 힘든 시대이다.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패션계의 ‘악어’는 이미 정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악어 새’로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살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내가 누군데 감히’ 하는 한국식의 건방짐으로 자꾸 ‘악어’가 되려고 하지 말고 B&W처럼 우리를 필요로 하는 ‘악어’가 누구인가를 찾는 것, 또 같이 ‘악어와 악어 새’가 될 수 있는 파트너가 누구인지를 찾는 것이 이 험난한 시대를 이겨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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