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11 김소희 말콤브릿지 대표 rosmary1@paran.com
김소희 칼럼-말콤브릿지 대표

요즘 필자는 M-net의 ‘쇼미더머니’라는 힙합 프로그램에 심취해 있다. 쇼미더머니는 이른바 ‘힙합신(우리 식으로 말하면 힙합 업계)’에서 내노라 하는 래퍼들이 4팀의 심사위원을 이루고, 이들이 지원자 래퍼들을 각 팀으로 영입해 서바이벌 시켜나가는 랩 배틀 프로그램이다.
필자가 이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처음엔 4팀의 심사위원들이 보여주는 미묘한 알력관계 때문이었다.
쇼미더머니의 심사위원 4팀은 다음과 같다. 첫번째 팀은 힙합계의 선두주자라는 일리오네어 (힙합레이블 회사 이름)에서 온 ‘도끼(이하 이상한 이름들 모두 예명임)’와 ‘더콰이엇’, 두번째 팀은 다소 대중적인 힙합레이블 회사인 ‘브랜뉴’에서 온 ‘스윙스’와 ‘산이’, 세번째 팀은 이름도 유명한 YG에서 온 ‘타블로’와 ‘마스타우’, 4번째 팀은 홀로 나온 래퍼 ‘YDG(양동근)’이다.
놀라운 건 이 4팀은 각자는 매우 유명한 래퍼들이지만 서로 친하지 않다. 솔직이 어떤 팀끼리는 안 친한 정도가 아니라, 은근히 ‘쟤 랩 하는 애들이야? 난 왜 쟤 모르지?’라는 알력도 느껴질 정도다.
일리오네어와 브랜뉴는 힙합 언더그라운드의 대표 주자들이므로 상호 경쟁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에 비해 YG는 엄청난 대기업인 셈이고 양동근은 혈혈 단신이다. 그러다보니 일리오네어와 브랜뉴가 보기에 왠지 YG는 낯선 느낌이고, 양동근은 오리지널 래퍼가 아닐 것 같은 의심의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 자신만 주류라는 권위주의·폐쇄주의가 문제
패션계에서도 가끔 비슷한 경우를 많이 본다. 예를 들어 ‘에이랜드’에선 터줏대감 브랜드고, 나름의 팬덤이 있는 디자이너지만 기존의 백화점식 브랜드 세계에선 누구도 그를 알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경우다. 기존의 패션 브랜드에서 볼 때 신진들은 낯선 존재요, 역으로 잘나가는 신진 디자이너 입장에서 볼 때에는 기존의 백화점식 패션 브랜드가 그다지 친숙한 존재 같지 않아보인다.
이런 현상들은 힙합과 패션 모두 ‘주류가 없는’ 산업 토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다. 사실 패션에서 주류란 개념은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라도 오늘 패션계에 출사표를 내고 자신의 소비자를 만들어가기 시작하면 그의 역량에 따라 그의 영역은 바로 생겨날 수 있다. 힙합도 마찬가지여서 힙합퍼들이 오가는 사이트에 자신의 음원을 올리고, 이것이 인정을 받기 시작하면 그는 곧 언더그라운드의 뜨는 래퍼가 될 수 있다.
이런 자유분방함은 힙합과 패션이 가진 본질적 매력이기도 하다. 그리고 도리어 추한 것은 이런 업계에서 자신만이 진짜, 혹은 자신이 주류라고 외치는 권위주의나, 혹은 자기세계에만 안주하려는 폐쇄주의다.
과거에는 소비자와 소통할 루트가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패션을 배우려면 회사에 들어가 몇년을 해야하고, 또 음악을 배우려면 누구밑에 들어가 몇년을 해야한다는 공식들이 가능했지만 오늘날에는 소비자와 직접 소통할 공간이 널리 오픈되어 있어, 이런 조건들이 그다지 필요없다.
오늘날 누군가 이 낡은 공식을 붙잡고 권위주의를 외치려 한다면 이는 그야말로 지나간 세대의 트로트처럼 들리리라.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패션의 답은 그저 스트리트에만 있다고 맹신하는 가로수길 워너비들은 철없는 동요를 부르고 있다.
지난주 쇼미더머니에서 4팀의 심사위원들은 각자 공연을 통해 자신들이 힙합신에서 왜 의미있는지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일리오네어와 브랜뉴는 언더힙합답게 거침없는 욕설, 날선 라임의 랩으로 오늘날 젊은 세대들이 원하는 힙합을 보여주었다.
한편 YG의 랩은 또 달랐다. 그저 가사와 랩을 뱉는 방식에 집중하기 보다는 음악적으로 차원높은 비트를 보여주며 듣는이에게 또다른 랩의 세계를 안내했다.
YDG 역시 남달랐다. 혼자 혈혈단신 나왔지만 개성있는 랩방식과 무대매너로 전혀 다른 3팀에 뒤지지 않는 위상을 보여주었다.
패션도 이제는 너무 세분화되었다. 백화점 업계, 신진업계, 온라인 업계, 홈쇼핑 업계등 점차 소비자만큼이나 잘게 부숴지고 있는 업계 현황을 보며, 각자로부터 의미있는 자질들을 배워나가는 소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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