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일본 ‘H&M’과 가라앉는 시부야 109

2014-06-23 김숙이 일본 칼럼니스트 sookekim@gmail.com

김숙이 칼럼 일본 칼럼니스트



 



6년전 ‘H&M’이 긴자점의 오픈을 발표했을 당시, 까다로운 일본 소비자들의 품질 요구를 외자 패스트 패션이 충족할 수 있을지, 그 성공 여부에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오픈 당일 어이없이 깨지고 말았다. 오픈 후 매장에 들어가기 위한 긴 행렬이 몇 주나 이어졌고, OL(Office Lady)에서 미시까지 폭넓은 고객층을 아우르는 마케팅 전략 앞에 일본의 높디높은 품질 신화는 붕괴 되고 말았다.

글로벌 패스트 패션이 일본인의 품질 알레르기에 면역력을 증가시켰는지, 품질 허용도 저하가 가속화 되었고 휴대폰으로 아무렇지 않게 옷이나 신발을 구입하게 되면서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의류 전자상거래시장이 단숨에 확대됐다.

품질이란 허들이 낮아진 것이 퇴보인지 합리적인 진화인지는 여전히 논쟁거리로 남아 있지만, 품질관련 비용혁신 및 대량생산에 대한 대응은 일본산 의류 브랜드에게 치명적인 데미지로 작용된 것임에 분명하다.

지난 6년동안 ‘H&M’의 매출은 급속히 확대되어, 2013년 465억엔을 돌파하면서 전년 대비 17.6%의 매출증가를 기록했다.

일본 전 지역에 39개 매장을 보유했으니 각 매장에서 12억엔의 매출을 거둔 셈이다.

그간 ‘H&M’은 시장 규모가 큰 주요 국가에서 연간 매출 1000억엔에 도달하는데 10년이상 걸렸지만, 일본만은 동일본 대지진이 있었던 2011년을 제외하곤 여느 나라보다 빠른 매출 확장 속도를 보이며 한 매장당 연매출이 세계 평균 6억4464만엔의 2.5배를 육박하고 있다. 이 기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일본 상륙 10년째인 2018년에는 1500억엔을 거뜬하게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 일본 걸문화의 대표 브랜드, 시부야109의 추락

한편 일본 걸문화의 성지로 일본 패스트패션을 이끌어온 시부야109의 매출은 전성기인 2008년 286.5억엔에서 해마다 감소 해, 2013년 3분기에는 198억엔으로 무려 30%이상 급락했다. 이러한 급락은 의류뿐만 아닌 일반 소비가 늘고 있었던 올해 봄에도 회복하지 못해, 이대로 간다면 올해 3분기에는 188억엔까지 떨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시부야에 국한하지 않고 전국 109관에서도 나타나 민사재생법 신청 및 외국계 펀드의 주식취득 등 파탄과 재편이 이어지고 있다.
도대체 일본 걸문화의 산지이자 성지인 마루큐 패션이 왜 이처럼 처참하게 무너지는 것일까?

일본산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마루큐가 글로벌 패스트패션에 제압되어 버린 것은 상품의 순환속도, 즉 상품구비의 기동력이다. 패스트패션의 매력인 ‘빠르고, 싸면서, 유행에 민감한’의 삼박자를 위해 신선도 높은 패션을 제공하기 위해 원자재 및 컬렉션 브랜드에 밀리지 않는 디자인 개발, 그리고 신속한 대량 생산 등으로 체계화되어 움직이는 글로벌 패스트 패션에 비해, 109 브랜드는 상품개발 체제와 조달 루트의 차이에서 패인을 찾을 수 있다.

글로벌 패스트 패션은 가격경쟁이 아닌 신속한 생산체제를 내세우는 반면, 109는 각각의 브랜드가 각기분투로 히트 상품을 추격하는 ODM으로 대응 할 수 밖에 없어 브랜드 가치도 상품의 신선도도 뒤쳐지게 된다.

즉, 제한된 정보와 체제에서 자체 개발로는 거대한 공룡을 따라잡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소량 개발체제로 가격경쟁력에서도 밀리게 된다. 

특히, 시부야 109에는 2010년 리뉴얼 이후, ODM의존 세입자가 더욱 많아져 히트 상품의 동질화는 물론, 글로벌 패스트 패션과도 동질화하여 마루큐의 독특한 문화가 희석되어 시부야 걸 스피릿은 말할 것도 없고 모노츠쿠리(장인정신)의 본질까지 없어져, 무분별한 세입자를 계속 유치한다면 109문화는 머지않아 붕괴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H&M의 일본 내 성공 비결은?

‘H&M’이 어떻게 일본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답은 철저한 현지화다. 이 브랜드는 글로벌 방식이 아닌 일본 고객의 목소리에 유연하게 대처했다. 고객 반응을 직접 보고 듣고 있는 스토어 매니저와 MD의 의견을 신속히 본사에 전달, 색상 및 크기 등을 수정해 일본인에 맞는 상품 구성을 한 것. 또한,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디자이너와의 협업과 기획 컬렉션 등으로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이벤트과 프로모션 상품을 구성해 고객의 지속적인 관심을 갖게 했다.

‘H&M’은 앞으로 패밀리 세대를 타깃으로 도심이 아닌 교외형 쇼핑몰 등에 원스톱 라이프스타일형 매장과 역내와 공항 등의 트래픽 매장 및 아웃렛 매장으로도 확대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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