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09 정인기 기자 ingi@fi.co.kr
데스크 칼럼 - 정인기 편집국장

“최악입니다. 가뜩이나 침체됐던 경기에 세월호 사건까지 겹치면서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년간 국내 아웃도어 마켓이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신장하던 추세에 맞춰 짰던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지만, 오너는 여전히 성장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있어 대책이 막막합니다.”
요즘 패션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면 첫 마디가 “어렵다” “대책을 세울 수가 없다”는 식의 푸념을 먼저 늘어 놓는다. 그러면서 경쟁사 소식을 물어본다. 그 분위기에 보조를 맞춰 “다들 비슷합니다”라고 맞장구를 치면, 다소 안심하는 분위기로 이어진다.
실제 올 들어 대부분 패션기업들은 전년 동기대비 매출이나 이익 모두 줄어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집계한 2013년 경영지표에서도 전체 300개 기업 가운데 43.2%가 전년대비 역신장한 수치를 나타내며 바닥 경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역신장 기업 비율은 20% 안팎이지만, 2012년에도 42.6% 역신장한데 이어 지난해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하며 심각한 수준을 반증했다.
그런데 모든 기업들이 이런 상황일까? 직업 특성상 다양한 형태의 기업들의 소식을 동시에 접하게 되는데, 요즘 어느 때보다 잘 나가는 기업도 적지 않다.
온라인에서 출발한 ‘스타일난다’는 한 점포에서 월 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주변을 놀라게 하고 있으며, 홍콩에서는 I.T에 입점해 ‘패션 한류’를 실현하고 있다. 또 편집숍 ‘원더플레이스’는 대부분 점포가 전년 대비 외형이 두 배로 늘어나는 기염을 토하고 있고, 사입형 SPA ‘트위’는 ‘자라’ ‘유니클로’를 능가하는 높은 효율을 자랑하고 있다.
신성통상은 4년 전부터 미얀마 생산공장에 과감히 투자한 덕분에 저가 공세를 이어가면서도 두 자릿수 이익율을 실현하고 있다. LF는 ‘어라운드코너’의 시장 안착에 자신감을 가지고 ‘앳코너’란 2차 모델을 시도하고 있고, 코오롱은 ‘워너비 케이(www.wannabk.com)’를 통해 ‘쿠론’ ‘럭키슈에뜨’ ‘슈콤마보니’ ‘시리즈’ 등 자사의 신진 브랜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며,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 자기혁신 없는 미래는 없다
잘 나가는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들이 말하는 비결은 하나같이 ‘소비자들의 욕구에 충실히 맞추며 발빠르게 자기 혁신을 했다’고 주장한다.
유행을 제대로 파악하고, 최적의 상품을 부담되지 않은 가격에 판매하기 위해 본사와 매장의 고정비를 낮췄으며, 재고를 최소화하고 다 팔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즉, 시장 흐름과 소비자 욕구에 충실했으며, 그에 걸맞는 구체적인 실행 매뉴얼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혁신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반면 어려움을 하소연 한 기업들은 어떠한가? 물론 그들도 시장의 요구를 알고 있다. 그러나 변화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부족했다. 과거 10여년간 반복해왔던 상품기획 방식을 바꾸지 않았고, 여전히 협력업체 위에 군림하는 ‘갑질’에 충실했다.
현장 중심을 외치지만, 여전히 사무실 책상 위에서 모든 일이 이뤄지는 과거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고 있다.
편집숍과 SPA형 등으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도입했지만, 여전히 백화점과 대리점주의 투자에만 의존하는 등 투자에는 인색했다. 겉모습만 보고 흉내내다보니 1, 2년 하다 접을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철저한 시물레이션과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필요하지만, 그에 대한 철저하고 체계적인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경기 상황 등 외부환경은 앞으로도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할 것이다. 그러나 경기에 상관없이 우리 패션시장은 늘 새로운 강자들에 의해 변화될 것이다.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한 끊임없는 자기 혁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과감한 도전이 절실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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