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자본주의’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나

2014-06-02 윤태영 GY인터내셔널 이사 sookekim@gmail.com

윤태영의 패션소비자 리포트 ①

윤태영 GY인터내셔널 이사 /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 겸임교수



 





 



우리는 현대의 자본주의를 소비 자본주의라 부른다. 18세기 이래 자본주의는 여러 발전 단계를 경유해 왔다.

초기엔 상업이 자본주의의 기본 성격을 규정했고, 그 뒤를 이어 산업이, 그 다음은 금융이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소비가 지금의 자본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그럼 언제부터 소비 자본주의가 시작되었을까?

이에 대해선 여러 주장들이 있을 수 있으나 필자는 그 시점을 다음의 경우로 상정해 본다.

즉 ‘자동차를 만드는 일보다 파는 일이 더 어렵게 되었을 때, 그래서 인간 자체가 인간에게 과학의 대상이 된 때’를 소비 자본주의가 시작된 시기로 보고자 한다. 이렇게 말한 사람은 프랑스의 사회학자 보드리야르이다.

그는 1970년에 발간한 <소비의 사회>를 통해 현대 소비사회의 구조와 특징에 대해 설명했다. 주지하다시피 현대 자본주의는 산업자본주의시대를 경과하며 생산수단과 생산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이룬다. 그 결과 나타난 과잉생산의 문제는 자본주의에 내재된 구조적 모순이 되었다. 따라서 끊임없이 소비하지 않으면 생산은 멈추게 되고 자본주의 역시 멈추게 될 운명을 맞게 된다.

이렇게 소비하고 또 소비하게 해야 자본주의가 돌아가는 구조 속에서 어떻게 중단 없는 소비를 가능케 할 것인지의 문제가 대두된다. 여기서 소비의 대상과 개념에 변화가 일어난다. 즉 물리적, 기능적 사용가치에 대한 소비만으로는 과잉생산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우리가 섭취할 수 있는 음식물의 양과 소화기관의 활동에는 한계가 있듯이 말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 소비사회는 사물의 사용가치와는 별개로 기호가치를 만들어 낸다. 기호가치는 사물 자체와는 별도로 이미지, 분위기, 구별짓기, 지위표시, 유행 등을 상징하며 소비의 무한한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이를 통해 현대 소비는 기호와 상징을 소비하는 단계로 발전한다. 즉 결핍과 필요에 따른 ‘자연적인 욕구’에서 기호와 이미지로 대표되는 상징적 가치에 대한 ‘인위적인 욕망’으로 소비의 기본 동력이 바뀌게 된 것이다.



 



◇ 소비는 현대인의 의무이자 윤리

이와 함께 소비의 무한성을 가능케 한 또 다른 동인은 바로 현대인들의 욕망체계에서 비롯된다. 즉 타자와 자신을 구별짓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욕망은 소비에 또 다른 날개를 달아주었다.

현대 사회에서 소비자는 다른 사람들처럼 보여야 하지만 정확하게 다른 사람들처럼 보여서도 안 되는 과제를 부여 받았다. 즉 ‘모방’과 ‘개성’이라는 유행의 본질적 함의가 동시에 내포된 이 말에는 자신이 속한 집단에의 소속감과 함께 집단 내에서 다른 사람들과는 달라야 하는 현대인들의 내밀한 욕망체계가 작동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과 타자를 구별짓고자 하는 현대인의 욕망은 소비를 통해 실현되고, 이때 소비는 자신의 정체성을 얘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등장한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또 어떤 사람인지는 그 사람의 소비를 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이로써 소비는 현대 사회에서 커뮤니케이션의 기능까지 획득하게 된다. 

마침내 소비는 물과 공기처럼 우리의 무의식에 침윤되어 우리 자신을 규정하는 방식이 되었다. “Buy Nothing Day(아무 것도 사지 않는 날)”는 이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캠페인이다.

아무 것도 사지 않는 날을 만들어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는 단 한 순간도 소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현대 사회에서 소비는 우리의 일상을 집요하게 지배한다.

지금까지 얘기한 바에 비추어보면 현대 사회에서 일상화된 소비와 소비자란 호칭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소비자로 불리는 순간 우리는 현대 시민임을 인증 받는 것이며, 소비는 현대인의 의무이고 도덕이며 윤리가 된다.

현대사회에서 소비가 갖는 이와 같은 의미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소비를 제대로 인식하고 이해하고 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겠다. 또한 현대사회에서 소비자로서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소비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를 어떻게 바꾸어 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수회에 걸쳐 연재될 ‘현대 소비사회의 이해’는 미력하나마 이러한 목적에 부응하는 글이 될 것이다. 이후 독자 여러분과 필자 모두에게 유의미한 시간이 길 바라며 첫 페이지 인사를 가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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