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철학과 프로페셔널

2014-06-02 김소희 말콤브릿지 대표 rosmary1@paran.com

김소희 칼럼




누구나 어느 한 계통에 오래 몸담고 있다보면 ‘철학’이란 것이 생겨난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던지, 패션이라면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던지, 브랜드 사업은 어떻게 이끄는 게 좋겠다던지 등등 어느 정도 선명한 자기 의견을 갖게 된다.

철학이나 가치관이란 말은 듣기엔 모호해 보이지만, 실상은 매우 구체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철학이나 가치관이란 말은 ‘판단의 기준’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심한 감기로 최악의 컨디션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버스에 올랐더니 다행이 빈자리가 있어 앉았다고 하자. 이런 상황에서 연로한 노인이 내 앞으로 다가올 때, 당신은 노인을 위해 양보할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앉아 있을 것인가.

이런 판단에는 정답이란 없고, 어느 것이 가치있는지 함부로 말하기 어렵다. 바로 그러한 순간에 개개인이 판단하는 기준을 우리는 철학이나 가치관으로 부르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철학 같은 것이 아예 없다. 그들은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은 채 그저 외면해버린다.

그리고는 그것이 습관처럼 굳어져, 급기야는 철학이고 가치관이고 간에, 하던대로만 행동하는 되돌이표형 인간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매 순간,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질문한다는 것은 매우 피곤한 일이다. 그러나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 그 분야에서 만큼은 자신이 몸담은 시간에 비례하는 철학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 철학 없는 프로페셔널의 불행

오랜 기간의 경험과 지식이 숙성된 know-how가 무르익어 이런 철학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그를 ‘프로페셔널’이라 부른다.

프로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안다. 그들 또한 미래가 어떠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은 적어도 어떤 환경이 닥쳐오건 간에 제대로 접근하는 방식을 알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어떤 사람들은 프로페셔널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철학이나 가치관 따위는 없는 공허함이 자리잡기도 한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의 경력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패션사업의 근본에 대해 본질적인 고민을 해보지 않았다.

권위있어 보이는 트렌드를 따라하거나, 밑도 끝도 없이 우아함을 추구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돈에 얽매이는 천박함을 보여주는 행동은 더 이상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재 국내 패션산업의 정경을 둘러보면, 10년 전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그리고 현재의 상황은 지나치게 유동적이어서, 추후 10년은 지속적인 변화의 흐름 속에 있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측들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들을 계속 외면한다면 우리에겐 어떤 미래가 닥치게 될까. 독일의 저명한 극작가이자 시인인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의심을 찬양함’라는 시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현재 패션계의 리더들이라면 변화하는 시대를 위한 결단을 위해, 한 번쯤 곱씹어볼 구절들이다.



결단을 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결단을 피하기 위해서 의심하는 생각 깊은 사람들
… (중략)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그들은 침몰하는 배의 승객들에게 물을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 (중략)
이 일은 아직도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고 중얼거리면서 그들은잠자리에 든다.
그 행동은 우유부단이 본질이다.
…(중략)
스스로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의심하는 능력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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