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원칙 정부지원’에 산업 경쟁력 저하 우려

2014-05-12 정인기 기자 ingi@fi.co.kr

데스크 칼럼 - 정인기 편집국장







 



 



국내 패션시장이 본격적인 리테일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제조력이 강한 공급 중심이었던 이전과 달리 리테일 시대에는 소비자 중심의 콘텐츠 구성이 리테일러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이템도 의류와 가방, 신발 외에도 가구, 리빙, 문구, 키친, 가드닝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만큼 패션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고, 산업에 대한 가치도 상승하고 있다.



때마침 현 정부에서도 경쟁력 높은 콘텐츠 개발을 통한 ‘창조 경제’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만큼 향후 국내 패션산업 전망은 밝게 조망되고 있다.



이런 연유에서일까?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 단체의 패션산업 지원책이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리테일 시대, 다양한 콘텐츠를 육성하고 접할 수 있는 트레이드페어(Trade Fair) 부문에 대한 지원이 적지 않다.



패션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선 일단 반가운 소리다. 지원의 종류도 구체적이고, 세부적이다.



국내외 각종 전시회 참가비 지원에서부터 시제품 제작 지원, 전시회 통역 지원과 브로셔 등 각종 인쇄물 제작비 지원까지 세심하게 챙겨주고 있어, 자본이 열악한 신진 디자이너들에겐 큰 힘이 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중소기업청과 일부 지자체에선 판로 지원을 위한 편집숍을 오픈하거나 백화점 팝업 스토어(Pop-up Store) 운영까지 지원해주는 등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애정이 넘쳐서일까? 사업에 대한 명확한 목표도 없는 무조건적 지원에 대한 부작용도 적지않아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무성하다.



지원을 담당하는 중앙 부처도 기존 산업자원부에 이어 최근에는 중소기업청, 문화체육부 등의 중앙 부처와 서울시, 부산시, 대구시, 경기도, 경상북도 등 다수의 지방자치 단체까지 나섬에 따라 중복 지원을 피할 수가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패션업계에서는 이러한 분위기를 반기고는 있지만 제대로 된 지원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원칙을 요구하고 있다. 



◇ 무리한 중복 사업은  마이너스 초래할 수도



첫 번째, 지원사업의 명확한 목표를 먼저 설정하고, 그에 걸맞는 세부사항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명확한 목표도 없이 예산만 집행한다면 일정을 무리하게 잡게 되고, 지원 대상자에 대한 기준도 불명확하게 된다.



최근 패션 관련 전시회 개최를 추진 중인 문화부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명확한 목표 없이 예산만 확보한 탓에 기존 유사 행사와 중복되고, 10억원에 이르는 적지 않은 예산의 실효성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두 번째, 전문성 있는 수행 기관을 선정해야 한다는 요구다. 관련 부처와 지자체들은 나름대로 공정한 방식으로 지원 사업을 수행할 대행사를 선정하고 있지만, 현실과 맞지않는 선정 기준과 평가방식을 두고 잡음이 적지 않다.



서울시에서 주최하고 있는 ‘서울패션위크’는 지난 10여년간 대행사 선정 과정에서 늘 시끄러웠다. 정부 지원금이 일정 수준 이상일 경우, 유사 사업 수행 실적과 기업 규모가 중요한 평가 항목인 관계로 대기업 계열사가 우선적으로 선정됐으며, 해당 선정사는 또다시 전문업체에게 행사를 하청하며 아까운 예산만 갉아먹는 악순환을 반복해 왔다는 것이다.



세 번째, 개인에 대한 직접적 지원보다는 사회적 인프라에 투자해 달라는 주문이다.



해외 전시회에서 활동이 돋보이는 이탈리아는 철저히 국가관에 지원하고 있다. 국가관 내에 패션쇼 무대와 비즈니스룸, 개별 기업 전시관 등을 패셔너블하면서도 체계적으로 구성함으로써 개별 기업이 입점하고픈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대부분 해외 전시회 지원사업은 전시회 참가비와 시제품 개발비 등 개인에게 직접 지원하고 있어 ‘최소 비용’을 부담하고 추가 투자는 아끼고 있다.



또한 세일즈 랩(sales Rep), 공동 쇼룸 등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 관련 비즈니스 인프라에 대한 지원으로 영역이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외 전시회를 참가해본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참가 이후 업무에 대해 어려움을 하소연 한다.



사전 마케팅에서부터 전시회 참가 이후 소싱, 물류, 무역, 금융에 이르기까지 전문 영역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소셜 인프라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패션산업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확대는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기존 사업과 유사한 사업을 중복하거나 단순 실적에 급급하기보다는 산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적 투자를 위해 관련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달라는 것이 패션업계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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