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02 윤태규 MPI컨설팅 ambroyoon@naver.com
윤태규 칼럼 - MPI컨설팅 시니어 파트너스

일본의 유명 패션기업인 월드社는 어패럴 홀세일러로서의 한계를 느끼면서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1998년부터 ‘디파트먼트 SPA(department SPA)’라는 형태의 리테일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물론 월드社가 기존의 보수적인 임원들로부터 엄청난 반대에 부딪친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지만, 최고 경영진들은 그러한 반대를 무릅쓰고 오히려 더 나아가 ‘디파트먼트 SPA’에 ‘OPEQUE’라는 ‘스토어 BIZ’를 오픈, 연평균 성장률(CAGR)을 무려 25.7%으로 상승시키는 효과를 보았다. 2002년 3992억원 이었던 매출을 2008년에는 무려 1조5764억원으로 성장했다.
그들의 ‘신(新)사업’은 ‘바잉 SPA’와 ‘패션 코모디티(Fashion commodity)’ 로 양분해 철저하게 리테일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브랜드나 아이템의 옥석을 가린 결과다.
다양한 브랜드 혹은 아이템을 들여와 그 스토어를 발전시킨 후,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홀세일 브랜드 입점을 차츰 확대 시켜, 매장과 브랜드를 동시에 성장시키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본 셈이다.
이는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형 편집숍이나 SPA 브랜드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빠른 시간내에 ‘총판’ 개념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리테일’의 개념으로 갈 것인지를 확실하게 결정을 봐야 한다.
결국 독자적으로 모든 아이템이나 브랜드 영역을 전개하겠다는 것은 확률게임에서 그만큼 멀어지는 것이다. 특히 큰 성공을 거둔 ‘OPAQUE’의 경우 생필품화된 의류, 목욕용품, 잡화, 화장품 등을 입점시키면서 절대 자기 브랜드만을 고집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단언컨대 전 세계의 어느 브랜드도 모든 영역을 고루 잘 할 수 있는 브랜드는 존재할 수 없다.
이러한 니즈에 힘입어 몇 년 전부터 중소 제화업체들이 협업을 통해 롯데백화점에 편집숍을 오픈했다. 이 숍은 의외의 실적을 올리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였다. 중국 천진(天津)의 롯데백화점에도 오픈한 동대문 브랜드 편집숍 또한 한국의 다른 메이저 브랜드들 보다 오히려 선전을 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제시해 주고 있는 듯 싶다.
최근 필자에게 압구정동에서 수입 가방매장을 운영하는 사장님 한 분이 찾아 왔다. 가방 브랜드의 특성상 성수기와 비수기가 확연히 구분되는 아이템이기에 그 매장은 4월 이후부터 거의 개점 휴업상태라고 하소연을 했다.
필자는 편집숍을 구성해 보라고 추천했고 아이템도 몇 가지 추천 해주었다. 편집숍을 한다는 사실을 가방 본사에 얘기하기가 어렵겠지만, ‘원 브랜드 원 숍’의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설득을 하라고 했다. 그는 이내 화장품, 잡화 등 다른 아이템을 들여와 편집 사업을 시작했다. 아직 아무런 연락이 없는 것을 보면 확인은 안 되었지만 아주 잘 되거나 아주 안 되거나 둘 중 하나일 터.
디자인을 ‘콜래보레이션’하고 매장에 연출되는 여러 인테리어나 VMD 등을 ‘콜래보레이션’ 한다는 얘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들었던 터이지만 지금과 같이 편집숍의 ‘콜래보레이션’은 이상하리만치 한국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았던 시스템이었다.
너무도 한국의 브랜드들은 자존감이 강해서 모든 것을 본인이 다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을 빠른 시간 내에 털어버리지 않는다면 아마도 그 사람이나 브랜드 기업은 살아 남기가 힘들거나 살아 남더라도 그 생명력이 상당히 약해질 것이다.
필자도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면서 원래의 당사 업무 영역인 경영컨설팅만을 해서는 쉽게 얘기해서 밥 벌어 먹기 힘든 시기가 왔다. 교육 프로그램도 하고 창의적인 것도 다른 컨설팅 업체와 ‘턴키(turn key)’로 일을 해야 얘기가 될 듯싶다.
‘독불장군’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 나만의 세계를 이뤄 간다는 것은 이제는 유효하지 않은 언어라고 감히 얘기한다. 필자가 자주 얘기하는 ‘따로 또 같이’라는 어구를 잘 되새겨 ‘명품 브랜드’보다는 ‘명품 편집숍’이 나오는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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