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삼성, 생로랑과 샤넬

2014-04-21 김소희 말콤브릿지 대표 rosmary1@paran.com

김소희 칼럼 말콤브릿지 대표



 



애플이 삼성에게 2차 전쟁을 선포했다. 이미 2012년 한차례 삼성을 상대로 카피 소송을 걸어 작은 승리감을 맛본바 있는 애플은 이번에는 그 후에도 지속적인 카피가 일어나고 있고, 그에 대해 2조원을 물어내라며 다시 삼성을 공략해왔다.

사실, 삼성의 초기 스마트폰 마케팅 전략은 애플을 열받게 하기 충분할 정도로 애플과 유사했다. 단순히 기기의 모습이나 버튼의 이미지만 베낀 것이 아니라, 포장 박스와 광고 이미지까지 유사했으니 애플이 그 때 가만 있었던 것이 어찌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애플의 1차 소송은 승리로 끝났지만 사실 무의미했다.

배상액도 적었고, 판매금지를 얻어낸 삼성의 제품은 이미 생산이 종료된 제품이었으므로 큰 타격이 되지 못했다.

사람들은 지금 애플이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닐 것이라 예상한다.

그들은 그저, 반복적 소송을 통해 자신이 진정한 이노베이터라는 것과, 삼성은 카피캣에 불과하다는 것을 못 박고자 하는 취지일 거라고 말이다.

그런데 한편으론 참 이상한 일이다. 애플은 그런 명목으로 싸울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들은 진정한 이노베이터이며, 모든 소비자는 애플을 쓰건 쓰지 않건, 이미 그런 이미지를 애플에 대해 품고 있다. 다 알려진 사실을 위해 부득불 사투를 벌이는 그들의 모습은 너무 새삼스럽다.

오히려 그들의 행동은 소비자들이 애플에 품고있던 경외심에 대해 금이 가는 부작용도 만들어낸다. 왜냐면 이노베이터란 성스러운 이미지는 무언가 억울해서 아이처럼 징징대는 이미지와는 전혀 매치되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 이노베이터의 가혹한 운명이 도사리고 있다. 사실 애플이나 스티브잡스가 겪었을 마음의 고통은 실로 컸을 것이다.
스티브잡스는 자신이 개발한 운영체제를 윈도우가 카피하며 시장을 독식하는 걸 지켜본 사람이다. 우리는 신이 아니며, 그렇다고 기계도 아니다.

마음속에 생생하게 새겨지는 그 순간의 분노를 누가 없다고 말할 수 있으랴.



 



◇ 이미지 지키되 재창조에 에너지 쏟아야



패션계에도 똑 같은 사례가 있다. 바로 몇 년 전 세상을 타계한 입생로랑이 그러한 존재다.

그의 60년대무렵의 인기는 현재의 마크제이콥스를 능가하는 것이었고, 분명코 패션계에 존재하는 단 한 명의 스타였다. 그는 발표하는 컬렉션마다 화제를 몰고 왔고, 그의 주장이 곧 유행이 되었다. 이런 절대적 인기는 곧 수많은 카피제품을 양산했다.

이는 어찌보면 예견된 결과지만, 입생로랑은 너무도 괴로워했다. 그의 순수한 창의성을 희롱하는 장삿꾼들의 야만스런 행동에 그는 분노하고 좌절했으며, 점차 아무도 카피하지 못할 디자인을 만드는 방향으로 이 외로운 천재는 걸어들어갔다.

마지막에는 순금으로 된 옷을 제작하는 등 입생로랑의 디자인은 점차 소비자로부터 멀어져 갔고, 결국 그의 브랜드는 매각되어 그는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

입생로랑이라는 브랜드가 있고, 생로랑이 살아있건만, 그는 더 이상 입생로랑의 디자이너가 아니었다. 지금은 워낙 M&A가 많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당시로선 충격적 처사였다.

결국 그 후로 몇 년 뒤 입생로랑은 은퇴를 선언했고, 은퇴한지 몇 년 후 사망했다. 그는 은퇴식에서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패션계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걸 지켜보는 게 너무 큰 슬픔이었다고 말이다.

한편, 입생로랑과는 대조적으로 샤넬은 정말로 영리한 길을 걸어갔다. 샤넬 또한 발표하는 컬렉션마다 히트를 기록하는 천재적 디자이너였고, 그런만큼 많은 카피캣들이 그녀를 따라다녔다. 그러나 그녀는 현명하게도 이를 무시해버렸다.

어차피 샤넬 라벨이 붙어있지 않는 한 그것들은 샤넬이 아님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디자이너로서 이런 시각을 갖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녀는 창의적인 디자이너인 동시에 너무도 현명한 마케터였다.

마케터적 관점에서 보자면, 그녀의 방법은 최선 중에 최선이다.

자신의 이미지를 지키는 동시에 불필요한 에너지를 다시 재창조의 쏟는 것이 결국은 손해를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애플과 삼성의 소송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왠지 애플에게 패션계의 한 수가 필요해보이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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