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14 김우현 기자 whk@fi.co.kr
김우현 칼럼 - 패션인사이트 편집국 이사

국내 대표적 패션기업인 제일모직과 LG패션이 최근 잇달아 사명(社名)을 바꾸자 아쉬워 하는 이들이 많다.
지난 40여년간 국내 패션업계의 양대 산맥으로 시장을 주도해온 두 기업의 간판이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어서 안타까움이 클 수 밖에 없다.
제일모직은 이미 작년 12월 패션부문을 삼성에버랜드로 떼어 넘긴데 이어 이달 초 소재사업마저 삼성SDI에 넘겨 사실상 제일모직이란 이름이 없어지게 된다. LG패션도 지난 달 28일 주주총회를 거쳐 사명을 LF로 변경했다. 올해가 LG패션의 전신인 반도패션이 출범한지 40년이 되는 해로서 새 이름?새 출발에 의미를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름을 바꾼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우리에게 100년 패션기업은 진정 꿈인가.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전통 기업
사실 제일모직과 LG패션뿐 만이 아니다. 코오롱패션 역시 오래 전 패션이란 이름이 없어지고 지주회사 격인 코오롱인더스트리 내에 FnC 부문으로 불려지고 있다.눈을 돌려 섬유 분야로 까지 확대하면 더 많은 전통기업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제일모직과 함께 삼성그룹의 한 축이었던 화섬업체 제일합섬은 창업주 이병철 회장 별세 이후 후계구도 분할 작업의 일환으로 계열이 분리돼 새한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후 새한그룹이 와해되면서 웅진그룹에 인수돼 웅진케미칼로 바뀌었다가 최근 도레이첨단소재가 인수하면서 또다시 도레이케미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섬유 수출의 대표기업이자 SK그룹의 모태인 선경합섬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이 각별한 애정을 쏟았던 선경합섬은 구조조정 작업을 거쳐 SK케미칼로 이름이 바뀐 뒤, 지난 2000년 삼양사의 원사사업 부문과 결합해 휴비스란 이름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이 밖에도 화섬 원사업체인 고합, 면방업체인 대농 등이 경영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시장에서 퇴출됐으며, 직물 수출업계의 간판 기업인 동국무역도 지난 2008년 삼라콘소시엄에 매각되어 TK케미칼로 이름이 바뀌었다.
업계 관계자는 “급변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창업 당시 사명을 고집하는 것이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 시대정신에 발맞춰 사업을 다각화 하는 한편, 창조적 DNA로 혁신을 거듭한다면 100년 기업이 반드시 꿈만은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 60년 역사 제일모직 이름은 살리자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이름을 다시 되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LG패션은 이달 1일부터 ‘LF’란 새로운 사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제일모직이라도 이름이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패션업계에서 제일모직이 차지하는 위상이나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모태라는 점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모직물에서 출발해 패션부문으로 영역을 확장했을 뿐 아니라 케미칼, 소재사업에 차례로 진출하면서 혁신을 거듭해온 창조적 기업 이미지를 어어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다행히 제일모직이 지닌 상징적 의미가 커 작년 12월 제일모직 패션부문을 넘겨 받은 삼성에버랜드가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바꾸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반가운 소식이다.
1954년 출범해 지난 60년 동안 한국의 산업화와 인재사관학교로서의 역할에 기여한 공로를 생각하면 그렇게라도 이름이 유지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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