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31 정인기 기자 ingi@fi.co.kr
데스크 칼럼 - 정인기 편집국장

올해도 어김없이 ‘서울패션위크’가 열렸다. 올해로 14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서울시가 국내 패션산업 발전을 위해 매년 30여억원을 지원해 3월과 10월 두 차례 치르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서울의 새로운 명물이 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개관 행사로 치러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됐다.
국내 패션의 메카인 동대문의 히스토리 위에 최첨단 기술과 디자인이 접목된 DDP에서 개최됨에 따라 올해 행사는 연일 독특한 의상으로 한껏 멋을 낸 패션인들로 넘쳐나는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행사 기획과 진행을 둘러싼 내면은 곪을대로 곪아 획기적인 변화가 절실하다는 것이 행사장을 찾은 패션인들의 한결같은 지적이었다.
◇ 서울패션위크는 패션산업 육성이 목적
매년 행사를 치를 때면 명가의 보도처럼 으레껏 꺼내는 ‘단골 메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더 이상 방치한다면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서울패션위크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 단골 메뉴의 첫 번째 주문이다. 이 행사는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B2B를 지향하고 있다.
행사의 흥행이나 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위한 재미는 필요하지만 디자이너들의 단골 고객을 위한 VIP 초대전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국내는 물론 해외 전시회와 쇼룸을 통한 비즈니스 플랜도 없이 단골이나 지인에게 보여주거나 연예인을 통한 입소문을 위한 행사에 더 이상 국민의 세금을 지원해 줘서는 곤란하다.
여기에 대해서는 행사장에서 만난 서울시 관계자도 “이처럼 지극히 디자이너 개인적인 행사에 세금을 지원할 수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어 차후 정책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필요하다면 컨벤션과 컬렉션을 구분해 분산 개최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이미 전세계 패션 산업의 흐름이 홀세일 브랜드의 트레이딩 페어가 중심인 컨벤션 비즈니스로 전환됐는데, 우리만 여전히 컬렉션에 무게 중심을 실는 것은 시대정신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행사에서도 학생과 일반인이 다수인 행사장 통로에 40여개 부스를 꿔다놓은 보리자루마냥 진열해 놓아 참가 디자이너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부스 참가자들은 “전시장 부스 규격과 바이어 1:1 미팅 스케줄을 하루 전에 통보하는 등 업무 체계가 없었다”며 행사 도중에 단체로 주최측에 항의하기도 했다.
두 번째는 행사를 책임지는 주최자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이번 행사는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디자인재단과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가 공동 주관하고 있다. 그러나 행사장에서는 누가 주최자인지, 책임자인지 불명확했다.
서울시는 뒷짐지고 책임 소재만 따졌고, 디자인재단은 올해 처음 맡은 탓에 우왕좌왕이었다. 컬렉션 현장에서는 좌석 문제로 시끄러웠고, 컬렉션은 평균 10분 이상 지연됐다. 첨단으로 만들어진 행사장 곳곳에는 A4용지에 인쇄된 안내문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등산복 차림의 일반인들도 아무런 제재없이 행사장을 누볐다.
서울시와 재단 관계자들에게 행사가 왜 이렇게 어수선하냐고 물으면 그들은 한결같이 디자이너연합회 핑계만 대느라고 급급했다. 명색이 서울의 대표적인 패션 행사인데, 그 흔한 캐치프레이즈 하나 찾아볼 수 없었고 자신있게 행사를 설명할 수 있는 디렉터도 없었다.
◇ 디자이너와 기업의 상생 모델 찾을 때
디자이너연합회는 이번 행사의 새로운 주인이었다. 공동 주관사로 공식 데뷔한 만큼 행사 기획에서부터 참가 디자이너 선정, 컬렉션 운영 전반에 이르기까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물론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하는 주체자들이 대부분 디자이너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디자이너 독자적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생존하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을 인지한다면, 서울패션위크에 패션 및 유통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본인들의 일방적 주장은 잠시 내려놓는 배려도 필요하다. 서울패션위크가 디자이너들만의 행사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인지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미 국내 패션 시장이 서울 주요 상권은 물론 전국적으로 셀렉트숍이 활성화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실질적인 비즈니스는 컨벤션을 활성화시킨다면 디자이너와 기업이 상호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국의 이미지는 K팝과 드라마는 물론 패션에서도 상당한 수준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동안 수 많은 디자이너와 기업들의 노력으로 가능성 높은 콘텐츠로 평가받고 있다. K팝과 드라마와 같은 한류를 산업으로 연계시키기에도 패션 산업만큼 시너지가 높은 것도 드물다.
이처럼 한류패션이 움트는 시기에 패션 및 유통기업과 디자이너, 유관 정부 부처와 지자체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다시 한 번 한국 패션산업의 중장기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패션업계 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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