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

2014-03-24 김소희 말콤브릿지 rosmary1@paran.com

김소희 칼럼 - 김소희 말콤브릿지 대표

 





 




얼마 전 종료된 14/15 추동 패션쇼는 여러 모로 유의미한 패션계의 변화를 말해준다. 지난해의 추동 패션쇼에서 패딩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실종되었는데, 올해에는 패딩이 다시 늘어났다. 그리고 패딩 스타일의 방향은 예년에 비해 확실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사실 패딩 의류는 모든 의류기업이 관심을 두는, 겨울 주요 판매 아이템 중 하나다. 이는 국내와 국외가 다르지 않다.



해외에서도 패딩을 찾는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패딩에 대한 관심은 매 시즌 첨예한 변화를 보인다. 먼저 올해 패딩이 늘어난 이유를 설명하려면, 작년에 왜 패딩이 확 줄어 들었는지부터 설명해야 할 듯 하다.



최근 몇 년간 갑자기 늘어난 패딩의 수요와 인기는 우리로 하여금 ‘노스페이스’ 같은 아웃도어 브랜드를 거쳐, 결국엔 ‘몽클레어’나 ‘캐나다구스’ 같은 패딩 전문 브랜드들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다. 이런 현상이 극에 달하다보니, 해외 명품 디자이너들은 한 가지 깨닫는 바가 생겼다.



“아, 우리 고객은 패딩을 우리 브랜드에서 사지는 않는구나. 패딩을 사려면 그들은 ‘몽클레어’로 가는구나”라는 것.



그 이전까지는 이 깨달음은 명확하지 않았다. 즉 해외 명품 디자이너들조차 패딩의 유행에 합류하고자 소위 ‘몽클레어’ 풍의 패딩을 너도 나도 제시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는 전문 브랜드가 아닌 브랜드들이 제시하는 스포티한 패딩류에 시큰둥했고, 디자이너들은 아예 패딩보다는 자신들의 전문 분야인 코트와 퍼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 우리 브랜드에 걸맞는 특종은?



올해의 변화는 더욱 드라마틱하다. 디자이너들은 또 한 번의 깨달음을 경험하였다.



그래도 소비자는 역시 패딩을 원하는구나, 하는 것과, 그렇다면 ‘몽클레어’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디자이너 스타일의 패딩이란 무엇일까 하는 질문들이다.



그리하여, 탄생한 디자이너들의 패딩은 말 그대로 올바른 것이었다. ‘몽클레어’나 ‘캐나다구스’가 내놓을 수 없는, 디자이너적 스타일 감각이 살아있는 새로운 패딩 코트들이 이번 추동 패션쇼를 장식했다.



디자이너들은 디자이너다운 패딩으로 이 시장에 다시금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들은 최근 해외 패션계에서 두드러진다. 마치 “남의 시장에서 싸우지 마세요. 그에게 양보하세요”라는 메시지라도 전파되는 듯, 디자이너들은 남의 유행 아이템에 더 이상 ‘me too(나도 할래)’ 전략을 내걸지 않는다.



 다시 말해, 타인의 영역을 깨끗하게 양보하는 대신, 자기 스스로의 영역을 개발하는 흐름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제 패션계도 또 한 번 패딩과 특종 의류를 준비할 시점에 와 있다. 



추동을 준비하며, 작년의 결과를 돌아볼 때, 가슴아픈 산더미 재고의 기록과 더불어 타브랜드는 “어떤 아이템을 잘 팔았더라”하는 ‘카더라’ 통신 사이에서 적잖은 갈등이 일어날 때다.



이럴 때 해외 패션계의 동향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한 시장을 나누어 먹기에는 해외나 국내나 그 시장의 크기가 너무 작아져 버렸다.



남이 먹는 파이를  빼앗기 보다, 내가 가진 파이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패딩의 인기는 당분간 사라질 것 같지 않다.



유명 브랜드를 모방한 스타일을 자꾸 제시해봐야, 또 뾰족한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가장 필요한 올바른 질문, ‘그렇다면, 내가 이 시장에 제시해야 할 패딩 스타일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서 재출발하여 부디 올 겨울에는 매출 크기보다는 효율에 집중할 수 있는 시즌이 되길 바란다.



커버
검색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