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17 박장수 티라이브러리 대표 karl@teelibrary.com
한국 패션의 Globalization
박장수 티라이브러리 대표

최근 많은 국내 디자이너들과 브랜드들에게 ‘해외 홀 세일 비즈니스’라는 단어 자체가 화두가 되고 있다. 2009년 첫 해외 전시회를 참가한 이래, 요즘처럼 많은 디자이너 분들과 브랜드 관계자들로부터 해외 진출에 대해 문의를 받아본 적이 없다.
우리 같은 작은 브랜드를 어떻게 알고 연락을 주셨는지 신기할 정도이다. 그런데 그분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대다수 분들이 마치 해외 홀세일 마켓 진출이라는 것을 현재 진행하는 국내 비즈니스와 병행하면서 추가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화수분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이번 글에서는 필자가 지금까지 해외 진출의 뒤안길에서 보았던 어두운 면들과 그리고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가장 먼저 생각해 볼 것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해외 시장 진출이라는 것이 국내 영업만 해오던 브랜드들에게 미개척한 시장임과 동시에 기회임에는 틀림없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 대다수가 해외 시장 진출에 성공한 브랜드/디자이너에 대한 기사나 소문을 접했을 때 ‘나라고 저렇게 못할게 뭐야’라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하였을 것이다. 특히 내가 알고 지내던 디자이너가 성공적인 해외 PT show나 전시회를 했다는 기사를 읽었을 때 말이다. 하지만 그 화려해 보이는 스토리의 뒤안길에는 정말 많은 실패들이 함께 존재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내 신규 사업자의 절반 정도가 창업 후 3년 안에 문을 닫는 마당에 해외 진출이라고 쉽겠는가? 게다가 세계 경기가 계속 침체기를 걷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온갖 매체를 통해 들리는 해외 진출 성공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사람을 혹하게 만든다. 기사 속에서 접하는 내용에는 무슨 브랜드가 무슨 해외 전시회에 참가했는데, 100만 달러는 기본이요, 심지어 훨씬 더 큰 규모의 오더 상담을 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필자에게도 첫 해외 전시회 경험은 정말 장미빛 미래를 꿈꾸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전시회가 열리는 3일 동안 밀려오는 바이어들과 이야기하느라 점심식사는 한 번도 못했고 저녁에는 다음날에 대한 긴장감에 제대로 저녁도 못 먹었다.
전시회 3일 동안 거의 400명이 넘는 바이어들을 만나고 돌아오니 무려 5kg가 빠졌다. 귀국행 비행기 안에서 ‘이제 바이어들에게 메일만 보내면 오더가 쏟아져 들어 오겠구나, 그럼 이 많은 오더를 어떻게 생산하지?’ 라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돌아왔다. 하지만 막상 현실은 전혀 달랐다.
메일에 회신이 없는 것은 기본이요, 전시장 현장에서 오더한 바이어들에게 오더 컨펌을 받기 위해 전화를 해도 끊어버리기 일수였다. 3개월 후 시즌 세일즈를 마무리 짓는 시점에 수주액은 정말 왕복 비행기 티켓 값과 부스값 일부를 상쇄할 정도였다.
이제와 안 사실이지만 부스에 많은 바이어들이 온 것은 그냥 처음 보는 브랜드에 대한 바이어들의 호기심이었으며, 심지어 전시장에서 오더를 하고 돌아간 바이어들 중에서도 오더를 캔슬하는 것도 다반사였다.
◇ 장미빛 희망부터 버려야
해외 전시회에서 우리가 접하는 현실은 상상과 전혀 다르다. 우선 우리가 경쟁해야 하는 상대가 다르다. 과거 해외 시장조사를 하며 동경해 마지않던 그 해외 디자이너 또는 브랜드들이 바로 우리의 경쟁 상대이다.
게다가 정말 운(?)이 좋으면 그들이 바로 내 옆에 부스를 차리고 앉아있을 수도 있다. 즉 해외 시장에 나가는 순간 여러분들은 바로 자신들의 동경 대상과 경쟁해서 이겨야 오더를 받는 다.
우리는 해외 유통구조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네트워크도 없으며, 바이어가 믿고 오더할 수 있는 신뢰도도 없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한국에서 얼마나 잘해왔는지, 얼마나 큰 회사인지 관심이 없다. 운 좋게 바이어가 관심을 표하고, 전시회 끝난 후 따로 콜렉션을 리뷰하겠다고 해도 우리에게는 바로 지금이 아니면 미팅을 할 수도 없다.
지금까지 열거한 약점들은 정말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해외 진출을 결정짓는 순간 정말 예상치 못했던 수많은 난제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한 차례 해외 전시회에 나가서 자신의 브랜드가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돌아왔다면 그 자체로도 정말 큰 성과이다. 대다수 브랜드가 전시장에서 방문 바이어가 없어서 멍하니 부스에 앉아 핸드폰으로 인터넷만 들여보다가 돌아오는 경우가 더 많다.
그들은 바이어와 상담 자체를 하지 못했기에 자신들이 극복해야 할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도 못한 채 돌아온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다음 전시회를 위한 개선책을 강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행착오를 피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초심-처음의 마음’이다.
국내에서의 브랜드 인지도, 성과들은 다 잊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해외 바이어들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브랜드 자체의 DNA를 개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전 세계 그 어떤 브랜드와 경쟁해도 이길 수 있는 브랜드만의 DNA를 개발하는 것이 만드는 것이 바로 해외 진출의 시작점이다.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