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17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글로벌전략 팀장

최근 아르헨티나 페소가치의 급락으로 터키, 남아공 등 신흥국들의 통화가치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신흥국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가 금융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신흥국 환율이 달러대비 약세를 보이고, 엔화는 강세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환율 움직임의 주범으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첫 번째로 꼽는다.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이 돈을 찍어내면서 지나치게 풀렸던 유동성을 마치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처럼 서서히 줄여가는 것을 테이퍼링이라 한다. 현재 100억달러씩 두차례 축소했으며 올해 통화정책회의(FOMC)에서 계속해서 줄여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신흥국 외환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되는 것은 테이퍼링 외에도, 주요 신흥국들이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 수지 적자 폭이 커지면서 펀더멘털에 대한 의심이 확산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흥국의 금융위기 주요 이슈는 ① 양적완화 축소의 영향으로 자금유출의 부담감이 여전히 상존해 있다는 점, ②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경상수지 적자 부담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 ③ 금융위기 이후 재정을 이용한 대규모 투자로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내수 확대를 위한 대규모 신용 확대가 부실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 ④ 구조 변화를 위한 정치적 리더십이 부족한 가운데 총선, 대선이 2014년에 집중되는 신흥국이 많다는 점이다.
이러한 통화가치의 급락은 국내 정치 경제적인 이슈가 불거진 신흥국에서 특히 부각되었다.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이슈화되고 있는 터키 리라의 절하 폭이 컸으며, 만델라 사후 재정적자 및 경상수지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구조개혁에 필요한 정치적 리더십이 약화된 남아공의 란드화 역시 절하 폭이 컸다. 야당과 극렬하게 대치하고 있는 태국도 마찬가지다.
90년대 후반과 같은 신흥국들의 외환위기가 도미노로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않다. 80~90년대 신흥국 외환위기는 고정환율제를 고집하고 외환보유고가 부족했으며 대외채무비중이 높았다.
그러나 지금은 변동환율제, 축적된 외환보유고, 낮은 대외 직접채무 부담, 개선된 정치적 투명성 등으로 해당 정부의 대응능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이 금융위기에 대한 완충장치로 작용한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개시되었음에도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 금융시장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신흥국의 금융시장이 이슈를 선반영해왔던 것도 하나의 이유겠지만, 테이퍼링 충격에 대한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해왔기 때문이다.
2013년 5월 버냉키 쇼크 이후 신흥국들이 취했던 주요 정책들은 대내외 높은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단기 정책으로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에 따른 통화 긴축 혹은 외환시장 개입, 토빈세 폐지 등이었다. 그러나 많은 신흥국들이 2014년에 선거가 예정되어 있어 강력한 구조개혁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선진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신흥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줄어드는 글로벌 불균형의 완화는 과거 선진국들의 경기가 회복되면서 자연스럽게 신흥국의 수출확대로 연결됐던 상황과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구조개혁을 빠르게 이뤄내지 못하는 신흥국은 선진국 중심의 글로벌 회복의 추세에 뒤쳐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유동성 축소 속도가 가팔라지고 이슈가 재부각될 때 펀더멘털이 개선되지 못한 신흥국들의 자금유출 부담과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와 중국 등의 소버린 펀더멘털이 튼튼한 첫 번째 그룹의 신흥국들은 대응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러시아, 브라질, 말레이지아 등 두 번째 그룹의 국가들은 추가 충격으로 통화가치가 절하될 수 있으나 거시경제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을 통해 금융위기로 전이되지 않고 천천히 회복 국면에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인도네시아 등 세 번째 그룹의 국가들은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은 뛰어나지만 외화유동성과 정치제도적 리스크 등 단기적 대응능력이 취약해 당분간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터키, 남아공 등의 네 번째 국가들은 외부 자금의존도가 과다하게 높은 구조적인 단점과 국민들에게 영합하는 대중주의적 정책, 정치제도적 개혁에 대한 낮은 기대 등으로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능력이 가장 취약하다고 판단한다.
신흥국 금융위기가 확산된다면 네 번째 그룹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해당 정부의 정책 대응과 외환 시장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1998년 외환위기로 많은 패션업체들이 도산했던 쓰라린 기억, 2008년 환율급등으로 인한 키코 사태로 대규모 손실에 직면했던 아픈 경험이 있는 우리 기업인으로서는 신흥국의 외환위기 이슈가 나올 때마다 가슴을 졸여왔으나 이번만큼은 다르다.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안정성이 높아지고 경상수지 흑자에 풍부한 외환보유고로 취약한 일부 신흥국과는 차별적인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판단한다. 그럼에도 실제 체감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흥 국들의 성장세 둔화 영향에서 우리의 기업들이 자유롭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렇게 어려운 환경을 반대로 신흥국 진출의 기회로 삼아보는 것을 어떨까.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많은 우리 기업들이 헐값으로 선진국의 투자자들에게 넘어갔듯이, 신흥 국들에게서 유사한 기회가 생길 것이다.
우리의 경험을 통해 저렴하게 해당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 수 있다면,지금의 신흥국 외환위기 이슈는 시간이 지난 후 엄청난 기회였음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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