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가 BBB 등급이면 좋은 건가요?”

2014-02-06 이희정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 

이희정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



 



대다수 사람들은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다. 패션센스가 좋다는 말에 원래 내 자신이 트렌드세터였던 것 같고, 주름이 늘었다는 말에 피부과에 가기도 한다. 이는 사람뿐 아니라 패션업체 또한 마찬가지이다. 자금조달 혹은 대내외적 활용을 위해서 외부평가를 받았을 때 기대보다 높은 평가를 받으면 무척 자랑스럽기도 하고, 생각보다 평가가 낮으면 크게 실망하기도 할 것이다.



그 평가가 구체적인 문장이나 숫자가 아닌 신용등급이라면 어떨까? 등급의 높낮이에 따라 기뻐하거나 화내기 전에 처음 등급을 받은 기업들은 모두 똑같은 생각이 들 것이다. “그래서 내가 받은 등급이 좋은 거야? 나쁜 거야?”



100점 만점에 95점으로 신용등급이 산출된다면 이해하기도 비교하기도 좋겠지만 현실의 신용등급은 숫자 대신 알파벳과 +/- 기호로 표현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ICR(Issuer Credit Rating)이나 회사채 평가에 사용되는 장기신용등급은 AAA, AA, A, BBB, BB, B, CCC, CC, C, D와 같이 10개 기호로 구성되며, 이 가운데 AA부터 B까지는 상대적 위치에 따라 + 또는 ? 부호가 부여되어 실질적으로는 총 20개의 신용등급이 사용되고 있다. AAA와 가까울수록 원금과 이자의 지급확실성이 높으며, D와 가까울수록 채무불이행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전체 등급 가운데 AAA~ BBB(BBB-이상)가 투자등급으로 분류되며, BB~D(BB+이하)는 투기등급으로 분류되는데, 본래 투자·투기등급이라는 용어는 미국의 금융관련 규제기관들이 금융기관의 투자성과를 분석한 후 적합한 투자대상을 규정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투자·투기등급은 신용평가업무가 시작되면서 도입되었다는 점에서 미국의 경우와는 차이가 있지만, 신용위험의 차이를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투기등급의 평균적인 부도확률(누적)은 투자등급의 부도확률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을 나타낸다.



현재 한국기업평가는 10개 업체(신세계인터내셔날, 영원무역, 태광실업, 이랜드월드, 신원, 신성통상, 쌍방울, 좋은사람들, 호전실업, 코데즈컴바인)의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으며, 등급은 A+에서 BB-까지 넓게 분포되어 있다. 우리 회사 또는 다른 회사의 신용위험에 대해 시험지 점수처럼 절대적인 숫자를 통한 세밀한 비교는 어렵지만, 자신의 등급을 패션업계 내 다른 기업들과 비교하거나, 잘 알려진 타 산업 기업들과 비교한다면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잠시 생각해 보자.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이 반드시 좋은 기업일까? 예를 들어 BBB 등급을 받은 우리 회사가 분명 BBB+ 등급을 받은 길 건너편의 회사보다 좋은 회사인 것 같은데 신용등급은 왜 낮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우리 회사가 규모도 훨씬 크고 최근 새로운 사업들에 진출하면서 성장가능성도 매우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길 건너편 회사는 오랜 기간 동안 한 사업만 지속하면서 큰 투자 없이 안정적으로만 운영하고 있다.



이는 이해관계자의 관점이 다른 데에서 기인한다. 돈을 빌려준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길 건너편 회사가 돈을 다시 돌려받기에 훨씬 좋은 회사이지만, 우리 회사의 경우 자칫 신규사업이 잘 되지 않아 부도가 날 경우 투자한 원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반면, 회사의 가치에 투자한 주주의 입장에서는 성장 가능성이 훨씬 큰 우리 회사가 더 좋은 회사일 수 있다.



즉, 신용등급이 높으면 평판이 제고될 뿐 아니라 외부 차입 시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비용으로 돈을 빌릴 수 있고 신용경색 등 자금시장 상황이 악화되었을 경우에도 돈을 빌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신용등급은 회사 자체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빌려주었을 때 갚을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한다는 의미로 접근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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