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24 발행인 황상윤
창간 14주년 즈음해서…

한국 패션산업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습니다.
최근 10여년간 한국의 패션산업은 좋은 땅을 찾아내 브랜드를 출시하고, 얼마나 빨리 많은 브랜드를 키우냐가 관심이었습니다 그러한 회사가 잘나가는 회사였고 그러한 회사를 만든 영웅들이 활거하던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미처 생각치 못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사람에게 생로병사의 사이클이 있듯, 기업과 브랜드도 마찬가지란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성장에만 관심을 두고 앞으로 달려갔지, 어떻게 건강을 관리해 아름다운 노년을 맞을까에 대해서는 뒷전이었습니다.
시장의 변화와 성장하는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누가 빨리 크느냐는 경쟁에만 익숙했습니다. 경쟁을 위해서라면 준비할 여력도 없이 '시작'이 우선이었습니다. 싸움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니까요.
그 결과 운좋게 청춘이 반짝 빛을 발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작은 성공에 도취돼 유사한 브랜드를 만들고 키우는 데 시간과 돈을 쏟아부은 탓에 노년을 준비해야 할 자금도 바닥이 났고, 에너지도 방전됐습니다. 시장흐름도 예전같지 않고, 생각지도 못한 강력한 경쟁자 앞에 무기력함을 보일 수 밖에 없게 됐습니다.
사람도 힘이 왕성할 때 결혼을 해 다음 세대를 준비하듯, 사업도 왕성할 때 대(代)를 준비 해야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불꽃 브랜드로 성장할 때 우성 인자를 가진 F2를 만드는 대신, 당장 시작하기 좋은 유사한 형태의 F1만을 반복해서 쏟아냈습니다.
◇ 창업의 촉을 넘어 경영의 묘미 절실
흔히 패션을 감성 산업이라고 일컬어 왔습니다. 그만큼 창업자의 촉(觸)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촉이 무뎌지고, 규모가 지나치게 비대해져 창업자가 볼 수 있는 사이즈를 넘어섰을 때는 그 촉이 독화살이 돼 돌아오곤 합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패션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다수의 전문기업이 이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창업은 있으나 경영이 부족해 자기 생명을 유지하거나 확장하는데 한계에 부딪혀 왔습니다.
요즘 IT업계는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일명 ‘오픈 소스’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과 같은 폐쇄적 구조의 기업들이 기술적 우위를 자랑하며 시장을 지배했지만 ‘지식의 무한 공유’를 내세운 새로운 세력들에게 밀려난 것입니다.
경영이란 다음 세대를 준비하기 위한 시스템과 사람,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좀 더디게 성장하더라도 창업&성장과 함께 경영에 대한 지혜도 동시에 쌓을 때 비즈니스를 다음 세대까지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 패션시장은 지금 변화의 시대이자 본격적인 경영의 시대로 접어 들었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업에 대한 냉철한 자성의 시각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더욱이 우리 비즈니스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문 경영인이든, 2세든 창업자를 대신할 경영자를 키워야 할 때입니다.
다음 세대를 위한 경영을 위해 우리 스스로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지금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비즈니스에 새로운 인재가 들어오고 있습니까?
두 번째, 우리의 비즈니스에 대한 지식이 커지고 있습니까?
세 번째, 새롭게 태어나는 시대정신을 읽고 반응할 수 있는 젊은 에너지가 있습니까?
네 번째, 현재 우리의 사업이 최신 IT와 얼마나 접목돼 있습니까?
다섯 번째, 우리 회사만의 독특한 기업문화가 있습니까? 또 그 기업 문화가 상품으로 이어지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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