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기업, IT 이상의 매력 있다

2014-01-13 윤태규 MPI컨설팅 ambroyoon@naver.com

윤태규 MPI컨설팅 시니어 파트너스

 



IMF가 한국 경제를 한창 흔들고 있던 2002년, 필자는 본인이 몸담았던 기업의 계열사 중 우량 비상장 기업의 주식을 해외에 매각하기 위하여 동분서주했다.


인수의향을 나타낸 여러 투자사들 중에서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홍콩의 2개사가 만든 컨소시엄을 우선 협상 업체로 선정하고 MOU 체결과 동시에 실사를 시작했다. 필자도 그 당시엔 이론적인 지식만 있었는데, 실질적으로 비상장주식 해외매각 작업은 처음이라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었다.


그 중 가장 어려웠던 일은 우리가 기본적으로 주식 매매에 있어 가졌던 일반 상식을 벗어난 사항들을 꼼꼼히 따진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로 체크하는 사항은 직원들. 특히 노조가 있는지, 표준 근로계약서는 적절한지, 복지시설 및 복지시스템은 어떤지 등 근무환경이었다.


주식 매각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던 사항들을 일일이 체크하고, 지방이나 해외 작업장까지 직접 방문해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인터뷰하는 것을 보고 몹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최근 몇 년간 해외 언론을 통하여 우리도 잘 아는 선진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하청 공장에서 벌여지는 일련의 인권유린 사업장들을 고발하며, 그 기업의 상품 불매 운동 뉴스를 자주 접하곤 한다.


결국 10여 년 전, 기업의 직원들 근로 환경이 투자자들의 투자 금액을 산정하는데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필자도, 또한 한국의 대부분의 기업들도 몰랐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은 우리가 그냥 추측으로만 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이었다.


세월이 흘러 지금 필자는 그 경험을 토대로 많은 패션기업들에게 가치평가 기준, 또는 가치 극대화에 대한 정보를 기업의 핵심 인력을 만날 때마다 입버릇처럼 얘기하고 있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겠다는 마음으로 많은 매체의 지면을 통해 강조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 패션업계는 그러한 사항에 대해서 막연하게나마 중요하다는 인식은 가지고 있으나, 그 중요성이나 필요성이 그 동안 전통적으로 중요하다고 평가되었던 일들에 한참 밀리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물론 중요시하던 트렌드나 컬러 등 ‘크리에이티브’적인 요소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업이 일정한 수준이 넘어가면 중요도의 순서가 바뀌는 것이 당연한데, 아직 우리 패션기업의 중요도는 요지부동인 것이 확실한 듯 하다.


우린 20여 년 간 단지 성장과 확대만을 지향했던 수많은 기업들이 사라진 것을 알고 있다. 그러면서 그 기업들이 추구하던 브랜드들도 속절없이 사라졌다.
선진국의 패션기업들은 오너가 바뀌어도 그 브랜드는 영원히 가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아주 크다. 결국 그 근본적인 차이는 기업의 가치를 어떻게 평소에 인정 받고 있느냐에 차이가 있다.


매년 자신의 기업을 자주 언론에 노출하고 투자자들에게 꾸준히 IR하면서 그 기업이 가치를 인정받았던 기업이 잠시의 어려움을 겪는다면 많은 투자자들은 그때가 투자의 ‘찬스’라고 생각하고 두말없이 미래의 이익을 위해 투자를 서슴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실적이 좋은 기업도 그 기업이 마치 안개 속에 있는 미스터리 같은 기업이라면 그 누가 투자를 섣부르게 할 수 있겠는가?


또한 열심히 회사의 가치를 우리 스스로 준비하고 있었다면, 투자자들의 투자 제안에 우린 그들의 제안보다 더 좋은 조건을 과감히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잠시 착각하고 있는 것은 기업의 가치를 매출로 따진다는 오류이다. 공공연히 들리는 1조 원병에 걸린 기업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은 한국 패션기업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기업의 가치는 시장이 평가해 주는 주식의 가치, 곧 기업의 경영권 가치이다. 기업들은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매출도 영업이익도 늘리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지난 연말 패션인사이트와 ‘지속성장 패션 50기업’을 선정했다. 그 내용을 보면 기존에 우리가 생각하고 평가했던 기업의 가치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매출은 적지만 건실하고 투자가치가 충분한 기업으로 평가된기업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외형은 크지만 지속성장 평가는 아주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기업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지속적인 평가를 통하여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 하고, 패션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산정하는데 일조하려고 한다.


이에 2014년 본 칼럼은 필자를 포함한 3명의 금융인들이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및 여러 가지 측정 방법을 통하여 디테일한 가치평가 기준을 알리고 또 그것으로 기업의 가치를 스스로 정확히 알 수 있도록 하는 취지로 운영할 계획이다. 남의 도움 없이도 가볍게 자가 평가가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 기업들이 스스로 평가해서 보완점이 무엇인지, 우리의 강점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개발할 예정이다. 2014년은 우리 패션기업들이 IT기업 못지않은 평가를 받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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