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산련 회장 추대 놓고 업계가 분열된다면…

2014-01-08 김우현 기자 whk@fi.co.kr

김우현 칼럼

 


 
갑오년 새해를 맞은 업계는 비장하리만큼 위기의식에 휩싸여 있다. 주요 그룹의 신년사를 보더라도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불확실성의 증대와 경영환경의 위기감이 짙게 깔려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다"며 이름 없는 기업이 순식간에 선두에 설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정몽구현대·기아차회장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고, 구본무LG 회장은 "1등 경영만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외부 환경을 예측 못하고 자만심으로 쓰러졌던 코닥이나노키아처럼 한국의 거대 기업들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1등이 1년도 버티지 못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한국 경제를 주도하는 대기업들이 이럴진대 섬유·패션업계는두 말 할 나위도 없다. 끊임없는 개혁과 창의로 무장하고 다시 허리 띠를 졸라 매야 글로벌 무한 경쟁의 정글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작금의 섬유·패션업계는 이 같은 시대정신을 외면한 채 새해 2월로 예정된 한국섬유산업연합회(이하 섬산련) 차기 회장 추대를 둘러싸고 심한 내홍을 겪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 없다.


◇ 회장 추천위 공정성 논란 뒷말 무성
국내 섬유·패션산업의 총본산인 섬산련 회장 추대 과정에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간 축제의 장이 돼야 할 차기 회장 추대가 업계간 불신과 반목을 조장하는 분열의 장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의 무관심 속에 그동안 거들떠 보지도 않던 섬산련 회장 자리를 놓고 왜 이렇게 뒷말이 많은 걸까.


문제는 이례적으로 경합자가 많아 최종 압축된 3명의 후보 중 한 사람의 적임자를 만장일치로 추대하기 위해 구성된 5인 추천위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다. 업종 간 균형을 이뤄야 할 5명의 추천위원 배정이 특정 업종과 특정 지역에 편중됐다는 것.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우군이 부족한 후보 측에서는 발끈할 수 밖에 없다.


외부 인사 없이 업계 사람들만으로 추천위원을 구성하다 보니 당연한 결과다. 공정하고 폭넓은 여론 수렴을 위해 학계나 외부인사를 추천위원에 배정할 수는 없는 것일까.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이달 말로 예정된 포스코의 차기 회장 인선 과정을 예로 들면서 "회장을 뽑는 CEO 추천위원회는사외 인사 6명으로 구성되고 내부 인사는 없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잡음을 없애고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논란이 끊이지 않다 보니 원점으로 돌아가 추천위 구성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섬산련 이사회에서 추천위원을 지명한 만큼 이들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업계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 비중 커진 패션업계서 차기 회장 맡아야
항간에 떠도는 이런 저런 의혹들을 차치하더라도 새해부터 3년 임기를 시작하는 섬산련의 새 수장은 패션 쪽 인물이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


과거 섬유 소재와 OEM 의류 수출 중심에서 내수 패션으로 산업의 중심축이 이동한 만큼 비중이 커진 패션업계에서 차기 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논리다. 지금이야말로 제조업 마인드의 섬유 중심이 아닌 엔드유저인 패션 중심으로 사고를 바꾸고 산업구조를 재편해야 할 때라는 것. 이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인 창조경제 실현에도 부합할 뿐아니라 위기에 처한 국내 섬유·패션산업을 살리는 유일한 해법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최근 발표된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를 보더라도 올해 국내 경제가 2%대 저성장기를 벗어나 3%대 후반의 중성장기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 같은 중성장기에는 제조업이나 수출 보다 내수·서비스업으로 산업의 무게 중심이 이동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차기 회장은 글로벌 비즈니스 감각에 산업 발전을 위한 명확한 로드맵을 갖고 있으며, 자체 브랜드 사업이 안정화된 패션 기업 오너가 적임자라는 여론이 높다. 특히 봉사하는 자세로 이권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업계 전반을 아우르는 상생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신념있는 인물이 추대되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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