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06 김정명 기자 kjm@fi.co.kr
리테일 기업 경영자 5인
지난해 패션 시장은 국내·해외 홀세일 브랜드들과 셀렉트숍으로 대표되는 리테일러가 큰 흐름을 주도했다. 백화점 중심의 유통을 전개하는 기존 패션 브랜드들이 SPA와 럭셔리 브랜드 사이에서 영향력이 약화된 사이 홀세일 브랜드와 셀렉트숍은 소비자들의 변화된 니즈에 적극 대응하며 패션 시장의 ‘미들 마켓’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국내 패션 시장에서 홀세일 브랜드와 셀렉트숍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홀세일 인프라가 부족한 국내 패션 시장 현실상 많은 부분에서 보완해야 할 요소가 산적해 있는 상태다. 업계 전반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경영자들로부터 새해 리테일 시장의 주요 현안과 해결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백화점 홀세일 브랜드 확대 환영
-최성환 아이콘서플라이 대표

최근 2~3년 사이 조금씩 규모를 키워온 백화점의 홀세일 브랜드 영입 규모가 올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홀세일 브랜드들의 판로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8월부터 각 사업부문 별로 부문장 직속 크리에이티브팀을 구성하고 30여개에 달하는 자체 셀렉트숍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각의 셀렉트숍 별로 콘셉에 맞는 홀세일 브랜드를 영입하고 이 과정에서 선임 상품기획자(CMD)에게 직매입 권한을 부여해 적극적으로 유치 활동을 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롯데는 현재 기획하고 있는 신규 셀렉트숍을 연내 100개 매장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와는 별도로 검증된 홀세일 브랜드들은 단독 매장 입점 유치도 진행되고 있다. 아이콘서플라이 역시 현재 3~4개 백화점과 단독 매장 입점을 협의 중이다.
불과 2~3년 전만해도 백화점 바이어들이 홀세일 시장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이 있었지만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점에 감사와 박수를 보낸다.
재미있는 셀렉트숍 늘어나기를 기대
-원성진 슈퍼에이전시 대표

올해 리테일 시장에서는 홀세일 기반의 셀렉트숍이 더 많이 늘어나길 바란다.
최근 3~4년 국내 패션 시장에는 다양한 셀렉트숍이 생겨났지만 그 가운데 일부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문을 닫는 상황을 맞았다. 수익 모델과 장기적인 성장 계획 없이 무분별하게 트렌드에 편승한 때문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동안 시행 착오의 많은 요인이 셀렉트숍을 위탁 시스템으로 운영하면서 비롯됐다는 데에 많은 사람들이 인식을 같이한다. 한국 시장이 세계적으로도 주목 받으면서 해외 업체들의 관심도 높다.
특히 지난 연말 가로수길에 문을 연 ‘WP스토어’ 등 외국계 셀렉트숍이 진출하면서 홀세일 셀렉트숍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셀렉트숍은 특성상 적은 마진율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3~4배수를 기본으로 하는 제조 기반의 패션 기업들은 접근이 쉽지 않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공 모델에 대한 검증을 거친 만큼 홀세일 기반 셀렉트숍이 늘어나 리테일 시장 활성화에 동참해주기를 기대한다.
국내 홀세일 전문 전시회 완성도 높여야
-박장수 티라이브러리 대표

지난해 국내 패션 시장의 큰 이슈는 단연 패션 전문 전시회의 확대였다.
문체부와 서울시, 대구시 등 정부·지자체는 물론이고 다양한 민간 전시회까지 개최되면서 ‘아시아 패션 허브’가 헛된 꿈이 아니라는 희망찬 목소리까지 흘러나왔다.
올해 역시 지난해보다 규모와 횟수 면에서 더 풍성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패션 리테일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조금 더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우선 해외 바이어들의 이동 경로를 고려한 전시회 개최 일정과 적극적인 해외 홍보 등이 필요하다.
자체 전시회를 만드는 것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기반을 다진 전시회의 라이선스를 들여오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다. 정부나 단체에서 국내 브랜드의 해외 진출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을 찾을 수 있도록 한국형 홀세일 전문 전시회를 육성한다면 더 많은 브랜드와 기업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해외 진출 활성화, 협업 이루어져야
-최정욱 플래시드웨이브인코리아 대표

올해 1~2월 해외 패션 전시회에 참가하는 국내 홀세일 브랜드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는 것을 비롯해 적극적인 해외 진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플랙진’도 파리와 뉴욕 캡슐쇼에 참가해 해외 바이어들에게 브랜드를 알리고자 한다. 아직까지 국내 시장에서는 홀세일로 브랜드가 수익을 내기에는 시장 규모가 작다. 브랜드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라도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브랜드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위한 시도를 했으면 한다. 이 과정에서 에이전시와 쇼룸의 적극적인 활동과 기업과 기업, 기관과 기업의 다양한 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관련 기업간의 적극적인 정보 교류와 상호 협력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국내 홀세일 브랜드들은 대부분 규모가 작아 독자적인 해외 전시회 참가가 쉽지 않다. 패션 기업, 정부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 협력할 수 있는 모델과 시스템을 만든다면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인디 디자이너 자립 기반 만들어야
-권경현 디자이너그룹 대표

최근 3~4년간 시장의 주목을 받은 인디 디자이너들이 인큐베이팅 단계를 벗어나 전문 브랜드로 도약해야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서 많은 예산과 프로그램을 지원함에 따라 인디 디자이너의 저변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지원에 익숙해지다보니 디자이너들이 독자적인 성장 모델을 만드는데는 다소 소홀한 감이 있다. 결국 론칭한지 4~5년이 되도록 지원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디자이너들은 자체적인 수익 모델을 만들어 나가고 정부는 단계적 지원 모델 을 수립하는 등 상호 보완이 필요하다.
정부 지원을 통해 초기 기반을 쌓은 디자이너들은 일정 시점이 되면 지원에서 벗어나 자립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결국은 소비자가 인정하는 상품을 만들고 판매를 통해 수익을 내야 하는 사업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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