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습과 변혁

2013-12-23 김소희 말콤브릿지 대표 rosmary1@paran.com

김소희 칼럼





일을 하던대로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안정감을 주는 일이다. 일을 관습적으로 처리한다는 것, 이것은 때로 우리에게 편리함과 효율성을 안겨다 준다. 오전 9시에 출근하는 습관, 이맘 때면 품평을 하는 습관, 이맘 때면 세일이 이뤄지고, 이맘 때면 분기 실적을 정리한다는 암묵의 시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매사에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끝없이 회사에 눈치를 봐야할 것이다.



경력자가 되어갈수록 관습은 계급 같은 것이 되어 버린다.
신입들이 어리버리하는 순간에도 경력자는 이맘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혹은 제품기획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이런 면들은 때로 조직 내에서 높이 평가되고, 그만큼 관습을 잘 알수록 그는 속칭 ‘뭘 좀 아는 존재’가 되어 버리곤 한다. 



그러나 이렇게 굳어버린 관습은 변혁이 필요한 시기엔 참으로 부술 수 없는 난감한 벽이 되어버린다. 더 이상 관습대로만 하는 것이 통하지 않는 시대, 아니, 관습대로 하다간 큰일날 것 같다는 위기감이 고개를 드는 시대가 되었을 때에도 사람들은 어쩐 일인지 하던대로 일을 처리해나가기 때문이다.



그들이 게을러서일까? 아니면 변화를 두려워하는 시대착오적 인물들이기 때문일까?
이 같은 의심들 때문에 경기가 안 좋을 때일수록 팀워크나 조직에 대한 멤버십은 깨져 버리기 쉽다. 왠지 오늘날의 불경기가 ‘그들 때문’이라고 여겨지는 요소는 모든 조직마다 존재하기 마련이고, 이런 위기 상황에도 그런 요소를 버리지 못하는 그들을 보면 원망과 분노 같은 것들이 쉬이 평소의 안전수위를 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던대로 하는 이유는 그들이 게을러서이거나, 변화를 거부하는 답답한 인물이어서가 아니다. 그들은 하던대로 할 수밖에 없다. 왜냐면 그동안 그들이 조직에 기여해온 모습, 자신이 인정받았고 자신이 조직에 보탬이 되었던 모습은 바로 여태까지 해왔던 일들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애사심이나 자존심 때문에 더욱 하던 대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실, 애초에 변혁이 누구의 몫인가를 생각할 때, 이는 직원이나 중간 관리자의 몫이 아닌, 오롯한 기업가의 몫이다. 기업가가 아닌 그 누가 기업이 어떤 방향으로 혁신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겠는가. 누구나 기업가처럼 행동할 수는 없으며, 만약 모두가 기업가처럼 행동하려고 한다면, 그 조직은 어떤 전략도 실행할 수 없다.



변화와 혁신이란 모두에게 힘든 과정이다. 처음 깃발을 내건 사람도,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사람도 앞으로 겪게 될 많은 시행착오와 리스크들을 나누어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간혹 이런 과정들이 두려워 하던대로 하려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을 설득하는 내부 마케팅(internal marketing)이란 개념이 기업활동에서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2013년이란 힘든 한해가 지나간다. 이 시기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몇 가지 외면할 수 없는 교훈들이다.



첫째 경기가 풀리기만 바라는 것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것, 더 이상 경기가 풀린다고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에 지갑을 열지는 않는다는 것, 둘째 더 이상은 해오던 방식이 통하지 않는 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는 디렉션을 정하는 것 그 이상으로 조직 내의 소통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변화의 작업이란 집을 짓는 작업과 같다. 급하다고 벽돌부터 쌓아서는 집이 되지 않으니, 우리는 별 수없이 바닥을 다지고 골조를 짓는 작업부터 해야한다. 그리고 집을 지은 뒤에도, 마감, 도배, 최소한의 인테리어를 갖추어야 집이 완성되니 긴 여정의 처음과 끝을 선명히 그려내지 못하면 혁신은 성공하기 어렵다.



어느 역술가가 2014년 국운을 말하기를, 갑오년은 청마의 해로, 진취적이고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이 복을 얻을 것이라고 한다. 패션계에도 들판을 달리는 말처럼 청마지세로 진취적인 움직임들이 모색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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