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강소화(强小化)

2013-12-02 김소희 말콤브릿지 대표 

김소희 칼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큰 회사’와 거래하고 싶어한다. 되도록이면 대기업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하고, 되도록이면 구멍가게보다 큰 유통체인 마트에 가고자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여서, 되도록 규모가 큰 업체들과 계약을 맺으려 하고, 되도록이면 이름있는 기업에서 실력을 다진 인재를 뽑길 원한다.



규모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신뢰를 의미해왔다. 사실 딱히 선명할만한 판단 기준을 가지지 못한 경우, 규모가 크다는 것만큼 안정감을 주는 기준도 없기는 하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우린 규모나 명성에 한 두 번 속아본 것이 아니다. 대기업 제품이라 믿고 샀다가 말도 안 되는 서비스를 경험하게 되는 경우라던지, 유명한 식당이라더니 그저 그런 음식을 팔고 있다던지, 유명한 사람이라더니 실제 일해 보니 허당이라던지 등등 때로 명성이나 규모 같은 것은 실질적 퀄리티와 그다지 부합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요컨대 규모나 명성 같은 것은 판단을 위한 하나의 중요한 근거는 될 수 있지만, 절대적 근거는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규모나 명성 위주로 흘러오며 갖은 문제를 양산해왔다. 대기업들의 프랜차이즈 횡포, 백화점의 가혹한 수수료는 물론, 사람이나 기업에도 불필요한 거품과 허세가 중요한 자기관리인양 자리잡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패션기업만큼은 적어도 이런 부질없는 풍토에서 자유로워야 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많은 기업들이 아직도 신규 론칭을 말할 땐 1000억원을 꿈꾼다. 많은 기업들이 아직도 규모 늘리기에 급급하고, 불필요한 허세를 구축하는데 쓸데없는 시간과 돈을 낭비한다. 언제부턴가 소비자만을 바라보던 패션기업들이 소비자보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업계 내의 정치적 입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듯 보인다.



패션기업이 갈 길은 ‘풀무원’ 이 걸어가는 길과 유사해야 한다. 두부와 콩에 포커스를 둔 풀무원은 ‘바른먹거리’ 이외의 사업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리고 더 좋은 먹거리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여러 가지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낳고 있다.



풀무원은 제일제당이나 대상그룹과 비교할 때 대기업은 아니지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강소(?小) 기업이다. 실제로 풀무원 두부나 콩나물이 다른 제품에 비해 비쌈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팔려나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처럼 암울한 불경기의 터널 한복판에 놓여있을 때, 기업이 강소화되어 있다는 것은 비교할 수 없는 강점으로 다가온다. 살뜰한 운영과 독보적 강점을 작은 체구에 담은 기업이니, 불경기라 한들 그다지 휘청거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잭 트라우트(Jack Trout)는 그의 책 ‘Big Brands Big Trouble’에서, 대체 기업이 꾸준히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많은 기업들이 신년 목표를 잡을 때마다 늘 ‘성장률’이라는 것을 산정하지만, 그다지 가능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것일 수 있다.



그는 많은 기업들이 잘못된 길로 접어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성장은 옳은 길로 나아갈 때 생기는 부산물이지, 성장 자체가 가치있는 목표일 수는 없다. 그는 강요된 성장은 브랜드에 피해를 입히는 실책의 근원이 된다고 지적한다.



창의력도, 아이덴티티도 모두 잃어버린 채 커다란 몸뚱이를 갖게 된 기업은 그야말로 골칫거리다. 지금 다시 도마위에 올려야 할 것들은, 패션 브랜드가 존재해야 하는 본래의 의미, 그 의미를 추구하기 위한 적정의 규모, 그리고 장기적 성장을 바라볼 회심의 아이덴티티 같은 것들이다.



지금의 불경기가 너무 멀리 내보낸 패션기업들을 본래 자리로 돌려놓을 마지막 기회가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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