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중국시장서 외면받는 한국 패션

2013-12-02 정인기 기자 ingi@fi.co.kr

데스크 칼럼 - 정인기 취재부장




중국 패션시장의 변화와 성장이 날로 새롭다.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로열티 높은 럭셔리 브랜드에서부터 가격경쟁력 높은 SPA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앞다퉈 이 시장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패션기업 뿐 아니다. 홍콩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유력 백화점에서부터 I.T, 랜 크로포트와 같은 셀렉트숍, 이케아와 같은 카테고리킬러 유통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패션#유통 강자들이 중국 시장을 마지막 보루로 여기고 전력투구하고 있다.



이들의 진출로 중국 내 패션시장 지도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올 한해 상하이에 새롭게 등장한 ‘명물’만 살펴보더라도 알 수 있다. 상반기 화이화이루에 홍콩 신세계가 오픈한 ‘K11’을 비롯 건너편 ‘iAPM’, 주광백화점 건너편 ‘REEL’, 구베이에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 LVMH의 아시아 총본사와 ‘L’avenu’. 또 최근 오픈한 홍콩계 셀렉트숍 ‘Lane Craford’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일본 ‘유니클로’ 플래그십숍에 이르기까지 종잡을 수 없는 변화가 이어졌다.



새로 오픈한 브랜드와 유통 채널은 규모와 첨단 시설 측면에서 첨단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하드웨어에 못지 않게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가장 앞서나가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랜 크로포드는 홍콩 매장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상품들을 대거 구성할 만큼 콘텐츠를 차별화 시켰으며, ‘유니클로’에는 일본 긴자점과 단 두 곳에서만 판매하는 특화 상품을 진열해 중국  시장에 대한 각별함을 표시했다.
또 초저가 브랜드 ‘GU’ 해외 1호점을 지하에 구성하는 등 중국시장에 대한 향후 전략을 나타내기도 했다.



오픈 초기부터 주목받았던 K11은 카페와 각종 레스토랑, 아트 작품을 적절히 구성함으로써 상하이 패션리더들의 발길을 단번에 잡아끌었다.



◇ 한국 패션기업, 여전히 제자리 걸음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에서 최첨단을 걷고 있는 중국 패션시장과 달리 한국 패션기업들은 여전히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랜드와 베이직하우스, 보끄레머천다이징 등 초창기 스타 기업은 외형적인 면에서는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변화하는 최근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성장동력 찾는데는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이랜드 그룹은 최근 2, 3선 도시 내 대리상 개발에 투자하고 있지만 이미 하향세로 접어든 ‘대리상 사업’에 주저하고 있다. ‘만다리나덕’과 ‘코치넬리’ 등 유럽에서 인수한 패션잡화 브랜드에 힘을 싣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후발 기업들은 더욱 쉽지 않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직진출과 간접진출을 되풀이 하면서 적자에 허덕이고 있으며, 현지 책임자를 찾지 못해 특정 기업 출신들이 회전문 인사를 반복한다.



더욱이 최근 상하이, 베이징 등 주요 도시에는 고속철도와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첨단으로 무장한 새로운 쇼핑 채널이 하루가 다르게 오픈하고 있지만, 브랜드 인지도와 영업력에서 열악한 한국 기업들은 배제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해 준다.



실제 올 들어 상하이에 오픈한 위에서 언급한 쇼핑몰에는 국내 브랜드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이를 반증하는 사례이다.



현지 관계자는 “아직도 책임자가 바뀌면 과거 본인의 경험에만 의지해 과거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일단 유력 백화점에 입점해 이를 기반으로 대리상 영업을 하겠다거나, 일단 유통망을 200~300개점 이상으로 늘려 볼륨화 시켜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결과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점포 오픈에 앞서 전문인력 양성과 소싱 인프라 구축 등이 현지화 되야하는데 이에 대한 투자에는 인색하다”며, “중국 시장 내 유통환경이 크게 바뀐 만큼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수익을 낼 수 없으면서 유통망만 늘어나서는 한국 본사에까지 큰 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전문기업과 합작이나 협력도 필요하지만 ‘내가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고 브랜드 운영 매뉴얼 등이 준비되지 않아 원활하지 않다.
또 글로벌 마켓 진출을 위해서는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보여주기 위한 플래그십숍도 필요하지만 중국은 물론 서울에서도 이에 대해 제대로 투자하지 않은 탓에 중국 유통업체에 어필하는데 한계가 있다.



홍콩계 리테일러가 주도가 돼 셀렉트숍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정보나 이들과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도 불분명한 것이 우리 패션산업의 현주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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