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ㆍ이랜드’ 환골탈태 나선다

2013-11-28 김정명 기자 kjm@fi.co.kr

SPA사업 정상화에 올인…

올해 패션부문에서 연간 매출 2조원을 돌파하는 제일모직과 이랜드가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패션 시장을 대표하는 두 기업이 대규모 조직 개편 및 사업 구조조정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업계 관계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추이를 살피고 있다.



제일모직과 이랜드의 큰 변화는 올 한해 동안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동안 두 회사 모두 외형 성장을 뒷받침하는 성장 동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 모두 SPA를 주축으로 공격적인 신규 투자를 했지만 기대만큼 효율이 나오지 않는 점도 비슷하다.



두 회사는 올해 대표이사와 주요 임원진에 변화를 주며 도약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펼쳐왔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연말 윤주화 사장 부임 이래 체질 개선에 몰두해 왔으며 이랜드 역시 6월 최종양 사장이 패션부문 총괄로 복귀하면서 변화를 예고했다.
내달 1일자로 삼성에버랜드로 이관되는 제일모직 패션사업은 곧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그룹 사장단 인사가 끝나면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윤주화 사장은 제일모직 패션부문 대표이사로 이동한 올 한해 내부 구조 정비에 공을 들였다. 주로 글로벌 통합 생산관리 시스템과 재무구조 개선 등에 역점을 뒀다. 이 과정에서 신규 사업('준지 디퓨전')이 잠정 유보되고 '에잇세컨즈'를 전개하는 개미플러스유통을 합병했다. 이후 대규모 투자가 동반되는 '에잇세컨즈'의 직영 매장 확장이 중단되고 복합쇼핑몰 입점 등 효율 위주로 운영 기조가 바뀌었다.



효율 경영 위주로 기업 분위기가 바뀌면서 정구호 전무, 권오향 전무 등 주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제일모직을 떠나기도 했다.
삼성 내외부에서는 윤주화 사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윤 사장 이전까지 감성 위주의 경영을 해오면서 수익성 관리에 다소 약한 모습을 보였던 반면 윤 사장 체제 이후 구석구석까지 비효율 요소를 청산하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정지작업을 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여기에 아직까지 구조조정 요소가 많이 남았기 때문에 윤 사장이 추진중인 사안을 매듭지을 수 있도록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서현 부사장이 전격적으로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건희 그룹 회장의 자녀 중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이 각각 2011년 최고경영자로 승진한 가운데 이 부사장은 2010년 승진 이후 부사장에 머무르고 있다. 이 부사장의 패션 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관심이 남달라 삼성에버랜드로 이동하는 것은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사장 승진 여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게 내외부 입장이다.



대표이사를 누가 맡는지와 관계 없이 현재 제일모직의 최대 관심사는 '에잇세컨즈'의 효율화다.
지난해 704억원의 매출을 올린 개미플러스유통은 24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납입자본금을 모두 까먹은 상태다. 제일모직은 개미플러스유통에 2011년 6월 300억원을 출자한 데 이어 올해 1월 300억원을 지원해 모두 600억원을 쏟아 부었지만 올해에도 역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결과적으로 부실 사업부문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사업부 책임자 역시 초창기 김진면 전무에서 안선진 상무로 교체된지 1년여 만인 11월 초 다시 레이디스사업부의 김정미 상무를 투입했다. 때문에 제일모직은 사장단 인사 이후 후속 인선과 조직 개편을 빠른 시간 안에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큰 변화를 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제일모직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 내부에서는 입을 조심하는 분위기지만 굵직한 조직 개편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오가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에잇세컨즈'의 진로 결정과 사업 부문별 효율을 높이는 것으로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랜드월드는 지난 8월 국내 패션 사업 총괄로 자리를 옮긴 최종양 사장을 중심으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이랜드월드의 법인 대표이사는 여러 사업부 책임자들이 공동 대표를 맡아왔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는 최종양 대표를 중심으로 김연배 대표, 김성관 대표가 공동 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나머지 2명이 관리와 생산 전문가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최종양 대표 원톱 체제로 힘이 실린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박성수 회장이 지금까지 경영 스타일에서 벗어나 최종양 대표에게 권한의 상당부분을 위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년에는 최 대표의 보폭이 한층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 역시 내년 사업의 핵심은 SPA 사업의 활성화다. 이랜드는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대표 브랜드인 '미쏘'와 '스파오'를 글로벌BU로 승격시키고 일본과 중국에 매장을 오픈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국내 사업 역시 대규모 신규 점포 출점에 따른 비용 부담 때문에 2001아울렛과 NC백화점 위주로 매장을 열다보니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다. 슈즈SPA '슈펜'과 아웃도어 SPA '루켄'도 야심차게 론칭했지만 아직 성장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또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데코네티션 등 부실 사업 부문에 대한 효율 제고와 중국 사업부의 혁신도 핵심 과제다.



이랜드 관계자는 "외형적인 성장과는 별도로 그룹 내부에서는 혁신에 대한 경영진의 주문이 강하게 이어지고 있다"면서 "12월 2일 있을 그룹 출정식에서 큰 폭의 변화를 줄 것이라는 얘기가 돌면서 임직원 대부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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