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구스’ 열풍과 브랜드 가치

2013-11-21 김정명 기자 kjm@fi.co.kr

기자의 시각 - 김정명 기자

'웨나다구스' '흄나다구스' '폴나다구스' '스나다구스' '이나다구스'…
최근 인터넷 패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름 붙여진 국내 브랜드 패딩 아이템에 대한 별칭이다.



지난해부터 캐나다 패딩 브랜드 '캐나다구스'가 큰 인기를 끌면서 대박을 터트리자 국내 브랜드들은 발빠르게 이를 모방한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10여개 브랜드가 '캐나다구스'와 비슷한 스타일의 패딩 점퍼를 출시했다.



하지만 일부 브랜드는 참고를 넘어 '도용' 수준의 카피를 한 것으로 나타나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최근 '디젤매니아'를 비롯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캐나다구스'를 카피한 국내 브랜드들을 일일이 정리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네티즌들의 갑론을박 또한 뜨거웠다.



100여 건이 넘는 해당 게시물의 댓글 내용을 살펴보면 '국내 브랜드는 스스로 브랜드이기를 포기하는 것 같다', '국내 브랜드들이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켜줬으면 좋겠다' '어차피 서로서로 카피하는 것은 다 알지만 이건 도가 지나치다'는 식의 비판 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심지어 한 네티즌은 '이제 너무 많아서 이름 붙이기도 어려운데 그냥 '코리안 구스'로 통일하자'는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어떤 브랜드가 대박 아이템을 만들어 인기를 얻으면 비슷한 상품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한 브랜드에서 출발해 유행이 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모티브를 얻어 더 나은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것과 단지 인기에 편승하기 위한 카피는 구분되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새는 동대문 도매업자들도 카피 보다는 자신만의 강점을 개발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데 패션 기업, 브랜드라는 데에서 아직도 저 정도의 카피 상품을 만드는 걸 보니 민망하다"고 했다.



최근 패션업체 경영자들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시장은 갈수록 싸고 트렌디한 경쟁력을 갖춘 SPA와 높은 브랜드 가치를 지닌 헤리티지 브랜드로 양분되고 있는데 이대로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을 것 같다는 절박한 마음에서다.



올 겨울 인기를 끌고 있는 '네이밍 패딩'은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하나의 아이템을 집중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면에서 경쟁 브랜드보다 나은 차별화 요소가 있어야 한다. 결국 요소요소 공을 들일 수밖에 없게 된다.



소비자들도 이런 노력을 알아 차렸는지 대부분의 제품이 시장에서 호평 받고 있다.
'캐나다구스'는 지난 50년 동안 다운 점퍼를 만들며 조금씩 완성도와 브랜드 가치를 높여왔다. 똑똑하기로는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국내 소비자들이 100만원이 훨씬 넘는 가격을 아낌없이 지불하는 것은 단지 연예인 한가인이 입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제 국내 패션기업들도 '캐나다구스'의 외면적인 스타일을 베끼기 보다 그들이 50년 넘도록 구축해온 브랜드 가치가 무엇인지, 어떻게 그런 가치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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