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09 이슬 기자 ls@fi.co.kr
명확한 법 조항 없어…터무니 없는 배상 요구도

‘ooo 가방’, ‘ooo 티셔츠’ 등 연예인의 이름이나 이미지를 사용해 상품을 홍보하는 행위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일부 연예인들이 오픈마켓을 상대로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것에서 나아가 소규모 상인이나 오픈마켓 셀러들을 대상으로 큰 액수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
‘퍼블리시티권’은 영화배우, 탤런트, 운동선수 등 유명인이 자신의 성명이나 초상을 상품 등의 선전에 이용하는 것을 허락하는 권리를 말하는 것으로, 초상권보다 더 넓은 의미를 가진다.
개인의 인격권을 존중받을 권리에서 나아가 경제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대중들에게 상품의 가치를 지니는 유명 연예인에게 해당되는 권리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명확한 법 규제가 없을뿐더러 이를 법적인 권리로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도 없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일부 하급심 판례에서 ‘퍼블리시티권’을 일부분 인정하기도 하는 추세지만 정확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소규모 상인들을 상대로 악용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오픈마켓이나 블로그 등을 통해 연예인 이름이나 이미지를 사용한 셀러들을 수집하는 업체가 생겨나거나 법무법인에서 전담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곧바로 합의금이 적힌 내용증명을 발송한다는 것.
심지어 수년 전에 올린 글들까지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하며, 수 백 만원부터 수 천 만원 선까지 높은 금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면서 금액을 조금씩 낮춰 합의할 것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현재 온라인 상에는 내용증명을 받았다고 하소연하는 글들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그 중 한 판매자는 “연예인 ooo씨의 이름을 빌려 ‘ooo 귀걸이’라고 상품 판매 페이지에 적어 놓았다. “한 달 동안 이 귀걸이는 3만 5000원 가량 판매되었다. 원가를 빼면 1만 5000원 정도 남는 수준”이라며 “요구하는 합의금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또 다른 판매자는 “대행사에서 블로그를 관리해줬는데 2년 전에 연예인 이미지를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대행사와 계약이 끝난지 오래됐고, 해당 내용을 삭제했는데도 계속해서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다. 발품을 팔아 알아보고 있는데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실제로 이러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에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손수호 인덕대 교수는 “연예인의 성명, 초상, 음성을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법적인 제제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한 배상은 우리나라에선 외국과 다르게 실손해액만 배상하면 된다. 큰 금액을 요구하는 경우는 합의를 끌어내려고 하는 것”이라며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면 한국저작권위원회를 통해 전문적인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제이앤유 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엄진 변호사는 “퍼블리시티권을 규정하는 법이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기 때문에 소송까지 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내용증명을 받았다고 해서 두려움을 갖기 보다는 ‘해당 연예인의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않았고 이미지 향상에 도움을 줬다’는 등 반론의 여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엄 변호사는 “앞으로는 소속사와의 계약을 통해 합법적으로 연예인을 홍보에 활용하는 방법이 대안이 될 것이다. 이 경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여러 명의 셀러들이 공동으로 실시권을 구매하면 서로 윈윈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퍼블리시티권을 둘러싼 여러 가지 분쟁이 늘어나면서 논의 자체가 없어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면서 “현재로선 법 규제가 미미해 혼선이 많다는 점과 앞으로의 실효성을 고려해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러한 상황에서 오픈마켓이 이번 소송과 관련해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옥션과 G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와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은 지난달 26일 장동건, 김남길, 배용준, 소녀시대 등 연예인 59명으로부터 각각 11억 8000만원과 5억 9000만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
해당 연예인 측은 오픈마켓에 등록된 셀러들이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함에도 불구하고, 오픈마켓이 이를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옥션과 지마켓, 11번가의 쇼핑몰 페이지 하단에는 ‘ooo(해당 쇼핑몰 이름)은 통신판매중개자이며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니다. 따라서 판매자가 등록한 상품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로 인해 오픈마켓은 상품 구매나 하자 책임을 회피한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 것도 사실.
하지만 오픈마켓 측에서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수많은 셀러들과 상품들을 일일이 제재하기 힘들 뿐더러 셀러 게시판 등을 통해 연예인 초상권과 관련한 당부를 지속해왔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퍼블리시티권 침해에 대해 그동안 안이하게 생각해온 것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법적인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것”이라며 “퍼블리시티권을 남용한 사례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나아가 셀러들부터 소비자들까지 이 권리에 대한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신속하게 법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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