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01 정민경 기자 jmk@fi.co.kr
정민경의 What's up

전야제를 시작으로 화려한 개막을 알린 2012 추계 서울패션위크는 지난달 22일부터 7일간 대단원의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서울패션위크 대미를 장식한 여성복 컬렉션에서는 건축적인 설계가 돋보이는 미니멀리즘을 기본으로 다양한 실루엣이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컬러는 블랙, 화이트를 중심으로 화려한 패턴, 컬러의 과감한 조화가 돋보였고, 친환경적 에코 스타일, 활동성을 강조한 스포티즘 룩 등이 강세를 보였다.
이번 서울패션위크는 서울 광장에서 열린 전야제를 비롯해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의 서울컬렉션, 활력 넘치는 신진 디자이너의 무대 제너레이션 넥스트, 페어 참가 업체의 비즈니스 맞춤형 프레젠테이션 쇼 등으로 볼거리가 풍부했다. 하지만 여러 장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행사로 인해 혼선을 빚기도 했다. 야외 텐트에서 열린 지난 행사의 문제를 보완해 이번에는 실내에서 진행했지만 장소가 협소한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특히 모델 하우스를 컬렉션 장으로 꾸민 자이 갤러리는 런웨이 길이가 10m 밖에 안되고, 관객도 100명을 채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비좁았다. 패션쇼를 열기에는 부적절한 장소였으나, 디자이너들은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제된 여성미, 화이트 컬러로 표현
남성복으로 시작한 패션위크는 지난달 24일 본격적인 여성복 컬렉션이 시작되며 한층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전쟁기념관에서는 박춘무, 문영희, 박승건, 이석태, 이상봉 디자이너의 서울컬렉션이 진행됐고, 자이 갤러리에서 열린 제너레이션 넥스트는 조주연, 구연주/최진우, 이지연, 김세희 디자이너가 무대를 수놓았다.
여성복 컬렉션의 스타트를 끊은 박춘무 디자이너는 이번 시즌 한국적인 실루엣을 바탕으로, 단순화 시키는 작업에 집중했다. 한복 바지처럼 통 넓은 팬츠, 한복 치마처럼 허리선 없는 튜브 톱 드레스, 저고리처럼 진동선 없는 재킷 등이 연속적으로 등장했다. 얇은 면과, 실크, 가죽 소재를 사용해 한국의 고유한 정서를 모던하게 표현했다.
이석태 디자이너는 모든 의상에 화이트 컬러를 이끌어냈다. 보이시한 스타일로 시작한 쇼는 민화, 타투 프린트 등이 사용됐고, 강렬한 컬러 윈드 브레이커 등으로 연출한 스포티즘으로 마무리했다. 모델이 쓴 베레모의 레이스 디테일은 피날레 드레스와 어우러져 인상적이었다. 이처럼 디자이너들은 약속한 것처럼 화이트 컬러를 메인으로 선택해 ‘하얀 봄’이 시즌 트렌드로 떠오를 것을 예고했다. 이와 함께 오버 실루엣 코트, 스포티한 윈드 브레이커, 가벼운 소재의 트렌치코트 등도 주요 아이템으로 부각됐다.
이 날 저녁에는 W호텔 ‘우바(Woobar)’에서 디자이너와 국내외 바이어, 프레스가 참석한 가운데 웰컴 리셉션이 열렸다.
◇스토리 담은 특별한 무대가 빛나
여성복 컬렉션 둘째날에는 다양한 콘셉과 스토리가 담긴 무대로 열기를 이어나갔다.
서울컬렉션은 홍혜진, 정훈종, 안윤정, 최지형, 백지애, 송자인, 서영수 디자이너의 쇼가 있었다. 전반적으로 블랙, 네이비, 화이트가 매치됐으며 정확한 선을 보이는 그래픽 패턴과 옵아트 모티브가 정제된 느낌을 줬다. 최지형 디자이너는 모던하게 재해석한 1950년대 크루즈족의 알래스카 여행기를 담았다. 순수하고 경이로운 알래스카 자연의 모습과 원시 민속 부족의 색다른 문화를 통해 알래스카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자이갤러리에서는 떠오르는 신진 디자이너 박혜인, 계한희, 박수우, 김수진의 제너레이션 넥스트가 펼쳐졌다. 이들은 참신하고 특별한 무대를 연출해 감동을 자아냈다. 특히 박수우 디자이너는 뛰어난 기량을 뽐내 눈길을 끌었다. 지저귀는 새 소리와 비트있는 음악이 뒤섞인 가운데 모델들이 나왔다 사라지는 퍼포먼스로 시작된 컬렉션은 밀리터리 점퍼, 비비드한 컬러 코트를 입은 모델들이 군무를 추듯 절도있는 워킹으로 마무리됐다.
이 날은 서울패션페어에 참가한 싱가포르 브랜드들이 자이 갤러리에서 프레젠테이션 쇼를 가졌다. 비비드 컬러 튜닉 드레스가 주를 이룬 「AWOL」, 모던한 디자인에 메탈릭 소재를 활용해 미래주의적인 컬렉션을 선보인 「MAE PANG」, 미니멀한 디자인에 라이트 핑크, 화이트, 블랙 등 단조로운 컬러로 표현한 「PAULINE.NING」 등 여성복 브랜드가 먼저 등장했다. 골드 컬러 패브릭을 심플한 디자인의 캐주얼 룩으로 표현한 남성복 「COUPE-COUSU」, 흔들린 사진을 프린트로 옮긴 듯한 패턴과 PVC 소재 점퍼 등을 선보인 유니섹스 브랜드 「DEPRESSION」, 눈부신 크리스털과 원석으로 꾸며진 클러치를 선보인 「HELIOPOLIS」 등이 S/S 컬렉션을 통해 정열적인 남국의 패션을 선보였다. 싱가포르 브랜드는 싱가포르 섬유패션연합회와 국제기업청의 후원 하에 2010년부터 3년 연속 서울패션페어에 참가해 싱가포르의 패션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다양한 부대행사 함께 풍성한 패션 축제로
26일의 서울컬렉션은 정혁서-배승연, 김석원-윤원정, 홍은주, 박윤정, 지춘희 디자이너는 전쟁기념관에서 임선옥, 박병규 디자이너는 자이갤러리에서 무대를 이어갔다. 특히 이 날은 친환경적인 콘셉, 전원풍의 디자인, 내추럴 컬러의 목가적 스타일 등이 주를 이뤘다. 지춘희 디자이너는 순수한 소녀에서 영감을 얻어 비밀의 정원을 연상케 하는 콘셉의 컬렉션을 선보였다. 정원을 모티브로 사과 상자 등 무대 세트가 설치됐고 이윽고 환한 미소를 띈 모델들이 런웨이를 걸어 나왔다. 피날레에는 배우 황신혜 딸 박지영 양이 모델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27일의 컬렉션은 용산 전쟁기념관, 서교동 자이갤러리의 주 행사장 외에 신세계백화점, 청담동 등 서울의 이곳 저곳에서 열렸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문화홀에서는 김동순, 신장경, 박윤수, 진태옥, 박종철, 손성근의 오프사이드 쇼가 진행됐다. 도심의 백화점에서 열린 컬렉션은 관객들에게 색다른 이벤트가 됐다. 자이갤러리에서는 김홍범, 송유진, 주효순의 서울컬렉션이 열렸다. 양희민의 컬렉션은 오후 9시 늦은 시간에 청담동 클럽 엘루이에서 화려한 무대를 연출했다.
전쟁기념관에서는 곽현주, 이승희, 양희득, 최복호의 컬렉션을 끝으로 도네이션 런웨이, 제43회 중앙디자인 컨테스트가 진행됐다. 수익금 전액을 ‘세이브 더 칠드런’에 전달하는 기부 행사 도네이션 런웨이는 디자이너들의 의상, 소품을 판매하는 바자회로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호응으로 마무리됐다.
28일 패션위크의 마지막 날은 이도이, 김철웅, 오은환, 박항치, 정희석, 강기옥의 쇼가 펼쳐졌다. 메인행사장 전쟁기념관을 찾은 패션인들은 주말 늦은 시간까지 디자이너들을 응원했다. 쇼 장은 컬렉션을 보러 온 관객들로 붐볐고, 미처 들어오지 못한 이들은 복도에 마련된 스크린에서 생중계되는 패션쇼를 관람하며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다.

Lie sang bong / 이 상 봉
Review 여성복 컬렉션 첫 날의 마지막을 장식한 이상봉 디자이너의 쇼는 그의 인기를 대변하듯 엄청난 인파가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컬렉션 메인을 장식한 모티브는 나비. 이상봉 디자이너는 변화와 재탄생의 상징인 나비에서 영감을 받아, 나비의 다양한 형태적 요소들과 복고적인 요소를 현대적인 실루엣과 입체적인 모양으로 표현했다.
나비 그림자를 등지고 시작된 컬렉션은 화려한 무늬, 둥근 어깨선, 잘록한 허리를 강조한 페플럼 룩이 주를 이뤘다. 형형색색의 나비가 그려진 룩으로 시작한 쇼는 자연스럽게 크고 작은 형태의 하운즈투스 체크 무늬로 흘러갔다. 레드, 블랙, 그린 등 다채로운 컬러의 조화로 분위기를 이끌어가더니 마지막에 이르러 나비와 체크 무늬 두가지를 조합하는 등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줬다.
다양한 소재와 디테일로 입체적이며 조화로운 결합에 중점을 둔 컬렉션은 마지막에 이르러 입체적 모형에 나비가 달린 그린 컬러 드레스가 등장하자 플래시 세례가 쏟아져 나왔다. 맨몸 같은 바디 수트 위에 화려한 나비가 그려진 우비를 입고, 커다란 우산을 쓴 모델이 연이어 등장한 피날레 또한 주목을 받았다.

ANDY&DEBB / 김 석 원·윤 원 정
Review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심사위원으로 친숙한 디자이너 김석원과 윤원정 듀오의 컬렉션은 성숙한 여성미를 특유의 우아한 실루엣으로 극대화해 감탄을 자아냈다.
이번 시즌 「앤디앤뎁」은 빈티지 플레잉 카드의 다채로운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트럼프 여왕 프린트의 넓은 소매 원피스로 시작된 쇼는 조커 프린트의 블라우스, 트럼프 카드의 뒷면을 재디자인한 롱 베스트, 점프수트 등 흥미로운 이미지가 새겨진 의상이 연이어 등장했다. 일러스트 작가 강나루의 작업으로 재탄생된 킹, 퀸, 잭, 조커 등 트럼프 이미지를 쇼 전반에 차용한 것.
쇼가 시작되기 전 무대 전면에는 기하학적 무늬가 생겼다 없어지길 반복하는 영상이 재생됐다. 블랙, 화이트 컬러로 구성된 패턴은 미니 드레스, 턱시도 수트 등에 적용되어 나타났다.
이번 컬렉션은 「앤디앤뎁」 특유의 명확한 구조미와 더불어 흐르는 듯한 러플 장식 등 자연스러운 실루엣이 조화를 이뤘다. 시폰, 오간자, 실크 등 부드러운 소재를 주로 사용했으며, 블랙과 크림 아이보리 컬러가 대비를 이루면서 선명한 레드, 그린 컬러가 포인트 역할을 했다. 단정한 앞모습과 달리 과감한 트임과 태슬로 장식된 뒷모습 또한 반전미를 선사했다.

CHOIBOKO / 최 복 호
Review 컨셉코리아의 주역 최복호 디자이너의 컬렉션은 작품 전반에 걸쳐 회화적 요소가 가득했다.
이번 컬렉션은 객석이 쿵쿵 울릴 정도의 진동음과 함께 블랙 컬러 의상을 입은 5명의 모델이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사라지는 퍼포먼스로 시작했다. 이번 콘셉은 조커에서 영감을 받은 ‘Why so serious?’였다 쇼 전반에 걸쳐 음악 사이에 조커의 멘트가 흘러나오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다양한 컬러와 패턴을 녹여내 새롭고 과감한 믹스매치를 선보인 「CHOIBOKO」는 여성스러운 드레이프를 가미한 의상, 턱이 잡힌 여유로운 실루엣의 팬츠 등 블랙 컬러가 메인으로 등장했다. 이윽고 다채로운 컬러와 패턴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다양하고 복잡한 패턴이 레드, 오렌지, 그린 등 비비드한 컬러와 조화를 이뤘다. 의상 뿐 아니라 레깅스, 가방까지 완벽하게 패턴이 어우러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그재그 무늬, 도트 무늬, 기하학적 형태 등 다양한 무늬와 컬러를 함께 녹여냈고, 패치워크, 아플리케 등의 기법을 사용한 특유의 소재 표현과 이를 가로지르는 선의 하모니가 멋졌다. 피날레에서는 모델들이 의상에 맞춰 갖가지 모자를 쓰고 등장해 플래시 세례가 이어졌다.

Steve J & Yoni P / 정 혁 서·배 승 연
Review 「Steve J & Yoni P」의 컬렉션은 인디밴드 이랑의 생생한 라이브 음악으로 시작됐다. 무대 위에서 밴드가 흥겨운 노래를 부르는 가운데 웃음기를 띈 얼굴의 모델들이 차례로 등장했다.
이번 시즌 테마는 ‘#pear 11’이다. 부둣가 마을을 둘러싼 이야기를 담은 컬렉션은 플로럴 프린트와 자수, 레이스가 트리밍된 데님, 오가닉 면 소재 등으로 「Steve J & Yoni P」만의 부드러운 포크를 표현했다. 쇼 전반의 분위기는 ‘찬란한 햇살이 내리 쬐고 하얀 모래가 반짝거리는 해변가,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고 가늘게 딴 데이지 꽃 목걸이를 맨 웃음기 가득한 소녀가 평화롭고 서정적인 노래에 맞춰 걷는다’라는 소녀의 이야기에 맞춰 흘러갔다.
레이스가 트리밍된 화이트 컬러 드레스에 귀여운 왕관을 쓴 모델은 자연 속을 걷는 듯 느리지만 경쾌하게 걸어 나왔다. 키치한 의상과 더불어 타투이스트 노보의 익살스런 바디페인팅이 눈길을 끌었다.
방송에 자주 출연해 이미 연예인이나 다름 없는 인기 디자이너 정혁서, 배승연의 컬렉션에는 이들의 절친 이효리, 박시연, 이하늬 등을 비롯, 많은 셀러브리티가 찾았다.

the studio K / 홍 혜 진
Review 홍혜진 디자이너의 「스튜디오케이」 컬렉션은 레이어드 실루엣과 입체적인 라인에 대한 디자이너의 해석을 엿볼 수 있었다.
건축적인 테일러링과 남다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스튜디오케이」의 이번 시즌 콘셉은 ‘반투명 콘크리트(Translucent concrete)’.
투명하게 비치는 콘크리트 블록으로 제작된 조형물처럼 의상의 앞뒤면 디테일은 서로 연관되어 나타났다. 네이비 컬러에 큐브를 형상화한 입체적인 화이트 라인을 더하는 방식으로 구조적인 실루엣을 연출했다. 큐브 라인은 연속 육면체 패턴으로 변해 곳곳에 매치됐다. 의상 일부분에 포인트로 쓰거나, 스트라이프 형태로 변형하거나, 전체를 뒤덮은 패턴 룩을 연출하기도 했다. 외곽선과 형태를 구분하는 아웃라인이 심플한 의상 속에서 강한 디테일로 등장했고, 입체적인 층을 가진 의상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뒀다. 쇼 전반에 걸쳐 맥시 스커트, 재킷, 셔츠 드레스 등의 아이템이 앞뒤 하나의 모습으로 보이는 디자인, 여러 겹의 아이템이 층층이 쌓여진 느낌으로 비치는 디자인 등 투명한 원단과 불투명한 원단이 골고루 등장했다. 네이비, 블루, 베이지 등을 전면에 내세웠고 오렌지, 화이트 등의 컬러로 강조했다.

LIANG S.J. / 장 기 석
Review 서울패션페어에 참가한 여성복 브랜드 「LIANG S.J.」는 자이 갤러리에서 프레젠테이션 쇼를 진행했다.
이번 시즌 ‘punch in and out’을 콘셉으로 1960년대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페미닌한 드레스와 매니시한 수트가 공존했다.
수트 룩에서 팬츠는 그레이, 블랙 컬러로 절제된 중성미를 보여준 반면 재킷은 네온사인이 번진 듯한 프린트, 물감을 물에 풀어놓은 듯한 컬러, 그래픽적 요소 등으로 생기를 불어 넣은 것이 매력적이었다.
미니멀한 디자인에 컬러 스트라이프, 플라워 프린트, 기하학적 무늬 등 다양한 패턴을 가미한 드레스도 등장했다. 여성스러움과 중성적인 무드가 함께 피어난 「LIANG S.J.」 컬렉션은 화사한 꽃처럼 밝은 드레스의 향연으로 끝을 맺었다.
장기석 실장은 “국내외 바이어, 프레스를 대상으로 한 프레젠테이션 쇼인 만큼 과감한 디자인을 내세우는 것보다, 비즈니스에 특화될 수 있도록 전체적인 퀄리티 표현에 가장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LIANG S.J.」쇼에는 해외 바이어, 프레스를 비롯 백승주, 김진희 아나운서와 노은지, 장주희, 이설아, 오수진 기상캐스터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