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스토리텔러’로 변신

2012-09-14 김하나 기자 khn@fi.co.kr

소비자들 브랜드 스토리에 관심 높아져




최근 패션 브랜드 디렉터들은 ‘소비자가 똑똑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소비자들의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문가 못지 않은 감각과 안목으로 브랜드를 선택하는데 여간 깐깐한 것이 아니다.



좋은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구매를 유발하던 시대는 지났다. 소비자들은 높은 값을 치르더라도 아이덴티티와 철학이 분명한 브랜드를 찾는다. 



최근 디자이너 브랜드가 주목 받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공장에서 획일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제품보다 디자이너의 땀과 노력이 베어난 브랜드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그리고 디자이너의 작업 과정과 스토리를 궁금해 한다. 이에 디자이너들이 똑똑한 소비자들을 위해 브랜드 스토리텔링에 나섰다.



◇ 디자이너의 영감을 팝니다
디자이너 아트숍 ‘aaA 프로젝트’는 지난 1일부터 9일간 ‘애프터 로리엣데이(After ROLIAT Day)’를 열었다. 애프터 로리엣데이는 홍승완 디자이너가 2004년 론칭한 브랜드 「로리엣」의 아카이브 전시회.



그 동안 아티스트의 습작·B컷·오브제 등을 공개하며 디자이너의 ‘영감’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해왔던 aaA 프로젝트는 그래픽 아티스트 이에스더, 정유미에 이어 세 번째 아티스트로 홍승완 디자이너를 선택했다. 패션 브랜드로는 「로리엣」이 첫 타자인 셈이다.



전시장에는 초크, 니퍼, 줄자 등 홍 디자이너가 직접 사용했던 작업도구들이 진열되어 있다. 벽면은 일러스트와 아트워크 프레임, 「로리엣」이 추구하는 브랜드 메시지가 적힌 아트월로 구성,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특히 바코드가 달린 증정용 룩북으로 ‘디자이너의 영감을 판매한다’는 의미를 재미있게 표현했다.



애프터 로리엣데이를 기획한 29CM 는 “브랜드 이면에 숨겨진 디자이너의 감성과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전시회를 준비했다”며 “10월에 있을 또다른 패션 디자이너와의 색다른 협업도 기대해달라”고 전했다.



◇ 젊은 장인의 ‘미니 공방’으로
‘한땀 한땀’ 장인의 손길을 바로 눈 앞에서 보는 기분은 어떨까?’



「골든프로그」 권덕근 디자이너는 궁금해하는 소비자들을 ‘공방’으로 초대했다. 지난 4월 신세계백화점의 제안으로 제품 공정을 직접 선보이는 시연회를 연 것이다.



「골든프로그」는 가죽 재단부터 봉제, 장식선, 엣지 코트까지 100% 핸드메이드로 완성하는 가죽 공예 브랜드. 소비자들은 럭셔리 브랜드 못지 않은 품질에 감탄하면서도 ‘정말 전 과정 수작업일까’ 의구심이 든다. 이에 권 디자이너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미니 공방’을 열었다. 그가 제조 과정을 공개한 아이템은 머니 클립과 여권 케이스. 특별히 ‘파이톤’ 가죽을 사용해 독특함을 더했다.



권 디자이너는 준비된 가죽에 봉제 구멍을 뚫고 스티치와 재단면에 약품을 바르는 마감 작업까지 선보였다. 직접 손 바느질한 ‘새들 스티치(말 안장 제조에 사용하는 공법으로 견고함이 특징)’는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권 디자이너는 “공예 브랜드는 결과물보다 공정 과정에서 진정한 가치가 빛나는데, 그 과정을 알아주는 소비자들이 있어 힘이 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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