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패션산업 정책, 방향 잃고 표류

2012-08-09 정인기 기자  ingi@fi.co.kr

25조 규모 핵심산업에 대한 마스터플랜 부재





역량있는 신진 육성책 없는 ‘폐쇄된 서울컬렉션'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서울시 패션 산업 육성책이 표류하고 있다.
국내 패션산업은 80% 이상이 서울시에 집중돼 있다. 실제 국내 패션 시장 규모 34조원 가운데 25조원이 서울시에 편중되어 있다. 이미 서울시는 2008년 오세훈 시장 당시 “서울이 세계 5대 패션 중심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이자 희망”이라고 밝히고, 연간 약1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했었다. 올해도 서울시는 서울패션위크와 동대문 상권 활성화 지원 등 11개 사업에 86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애초의 야심찬 공약과는 달리, 서울시 패션 산업 정책은 방향을 잃고 말았다. 정책을 집행할 담당 공무원들의 전문성과 인재 감식안의 결여 뿐 아니라, 패션 산업의 중요성과 비전에 대한 이해마저 떨어지는 상태. 세계 시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해야할 '한국 패션 산업 '의 비전을 보지 못하고, 탁상행정으로 나무만 보는 편협한 일처리로 제대로 된 육성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
'패션인사이트'는 몇몇 핵심 사안에 대한 현안 과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 시대흐름과 거꾸로 가는 서울패션위크



서울패션위크는 서울시 패션 산업 육성책 가운데 대표적인 행사이며, 매년 60억원 안팎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 행사는 보여주기식 ‘컬렉션’에 편중돼 있다. 전문가들은 " 산업 활성화로의 연계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묘환 CMG 대표는 “세계 패션 산업은 비즈니스 컨벤션 시대로 가고 있다. 파리 프레타포르테, 후즈넥스트, 트라노이를 비롯, 베를린 B&B, 도쿄 IFF 등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세계 유명 패션 도시들이 단순한 컬렉션 행사에 그치지 않고, 컨벤션을 중심으로 시장 흐름을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자이너 컬렉션도 중요하지만 결국 패션의 생명력을 강화시키는 것은 산업으로 리드해가는 것은 비즈니스 컨벤션이라는 것이다.



또 컬렉션을 열더라도 자국 디자이너만 참여하는 폐쇄적인 성격으로는 '세계 속의 한국 패션'을 키워갈 수가 없다. 런던, 파리, 뉴욕 등 대표적인 해외 컬렉션의 경우, 자국 디자이너 비중이 30% 안팎에 그치고 있다. 서울을 세계 5대 패션 도시로 키우기 위해서는 서울컬렉션 참가 디자이너부터 내국인 위주인 폐쇄성을 벗고, 과반수 이상을 해외 디자이너로 개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참신함과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 컬렉션 방향도 소수의 기득권층 디자이너 중심을 벗어나, 역량있는 신진 디자이너들을 키우는데  포커스가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 패션계 중진들의 중론이다. 최근 국내 패션시장에도 셀렉트숍 유통이 활성화되고, 디자이너와 메이저 브랜드의 콜래보레이션이 활성화되고 있어 역량있는 신진 육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것이다.



◇ 서울시 예산은 패션 인프라 구축에  쓰여야



예산 사용처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 서울시 예산은 인프라 구축에 쓰여야 시장 파이를 키울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일회용 개별 컬렉션에 서울시 예산의 많은 부분이 쓰이고 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정부나 지자체 예산은 국민 세금인 만큼 공공의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면서 "개인 디자이너의 명예를 위한 행사로 진행되는 컬렉션에 지자체 예산이 지원되기 보다는 실질적인 비즈니스가 일어나 패션 산업 활성화로 연계되는 행사쪽으로 지원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션 컬렉션 행사 후 비즈니스로 연계되는 행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매력 높은 해외 바이어를 선별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부대 행사 가운데 하나로 치부하고 있는 패션페어를 바이어 수요에 맞는 전문 전시회로 육성해야 한다. 최근 구매력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내수 바이어를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 무엇보다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상표 등록과 무역, 세무, 소싱, 쇼룸 등과 관련된 지원 사업은 국내 신진 디자이너를 육성해 서울을 아시아 패션 허브로 만드는데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 뉴욕 패션산업을 리드하고 있는 뉴욕패션위크(www.nycfashioninfo.com) 웹사이트만 보더라도, 행사 일정과 소개는 물론 디자이너 및 소싱 지원, 바잉 조건에 맞는 디자이너 쇼룸 검색 등 산업 전반이 상호 교류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장 2개월 앞으로 다가온 행사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정보를 찾아볼 수 없는 서울패션위크(www.seoulfashionweek.org)와는 대조적이다.



◇ 사후 대책 없이 서울패션센터 폐쇄



서울시는 지난해 연말 명확한 설명없이 서울패션센터를 폐쇄했다. 서울패션센터는 그동안 서울시 패션 산업 육성정책 관련 실무를 대행하던 단체였기에 공식 발언 없는 갑작스러운 센터 폐쇄는 당황스러웠다. 물론 감사 결과 도덕성과 내부 시스템에 대한 문제가 심각했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명확한 설명이 없었다.



대신 서울시는 직접 전문업체를 선정, 관리하면서 패션산업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패션 관계자들이 7개월여를 기다렸지만, 아직까지 서울패션위크의 마스터플랜이나 참가 디자이너 심사 기준도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월 서울시가 올림픽 공원에서 급작스레 개최한 춘계 행사는  제대로 된 상담실도 없는 가운데, 바이어도 준 상태에서 행사용 천막까지 찢기는 등 '민망한 졸속 행사'란 평가를 피할 수 없었다.



그런가하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2012 추계 서울패션위크' 행사(10월 22~27일)도 8월 7일 현재까지도 장소나 디자이너 선정 등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행사를 디자이너연합회 뜻에 최대한 맞추어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패션계 일각에서는 "국민의 혈세를 대표성이 불분명한 임의 단체에 이끌려 또다시 졸속적으로 행사를 치르려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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