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06 최은시내 기자
소규모 독립 출판물·문구·음반 등 라이프 스타일 아이템 총집합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홍대 거리. 하지만 그곳에서 조금만 벗어나 합정역 방향의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서면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조용하면서도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자그마한 커피숍들이 드문드문 자리한 이 골목에 소규모 독립 출판물 셀렉트 숍 ‘유어마인드’가 있다.
골목을 찾았다고 해서 숨바꼭질이 끝난 것은 아니다. 간판 하나 없어 눈치껏 찾아간 건물은 입구마저 뒤쪽에 숨어 있다. 엘레베이터도 없어 5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가 서승협 대표를 마주하자 “찾기 힘들었다”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불평도 잠시 뿐. 매장 안으로 눈을 돌리니, 새파란 하늘이 그대로 들어오는 커다란 창문, 햇살 가득 담은 화사한 공간이 펼쳐져 지난 수고는 이내 잊혀진다.
서 대표는 웃으며 “이 숍은 우리가 취급하는 소규모 출판물, 독립 출판물과 닮아 있다. 찾기 어려운 곳에 있지만 일단 발견하면 기대 이상의 가치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76㎡(23평)의 공간에는 4개의 테이블 위에 국내외에서 수집한 독립 출판물이 가득하다. 창문 반대쪽 벽면에 복층높이의 선반이 있어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등록되어 있는 책의 가짓수는 1200 종, 이 중 800여 종은 절판과 입고가 반복돼 상품회전율이 높은 편이다.
서 대표는 “내가 직접 만든 책, 내가 좋아하는 책을 소개하기 위해 셀렉트 숍을 기획했다.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2009년 온라인 숍을 먼저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하루에 800명에서 10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접속하는 것을 보고, 소규모 독립 출판물에 대한 수요가 많다고 판단해 1년 뒤 지금 이곳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고 말했다.
책 외에도 음반, 문구, 가방 등 문화·패션 상품을 취급한다. 독자적 감각과 색을 보유하고 있다면 굳이 범주를 구분하지 않는 것이다.
여러 장르의 브랜드와 함께 이벤트를 기획해 소비자와의 소통을 도모하기도 한다. 지난 6월에는 도자기 브랜드 「라보레이버」, 의류 브랜드 「스프링크로커스」, 가방 브랜드 「디스이즈나이스, 나이스이즈굿」과 함께 ‘작업실(임시) 가게’를 열어 책, 가방, 도자기와 양초, 의류 등을 판매했다.
서 대표는 “상업공간이 아닌 개인 작업실을 꾸며 손님을 맞았다. 찾기 쉬운 곳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놀라웠다. 그 밖에 크고 작은 행사를 두 달에 한 번 꼴로 진행한다”며“앞으로도 기회가 닿는대로 여러 형태의 이벤트를 열어 교류의 장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Interview with 서승협 대표>
오프라인 숍을 스토어 겸 작업실로 쓴다던데?
다른 회사나 브랜드의 의뢰를 받아 온라인 홈페이지를 만드는 일을 같이 하고 있다.
글도 꾸준히 쓰고 있는데, 소규모로 출판해 직접 판매하기도 하고 기획 도서를 만들기도 한다. 오는 9월에는 문학동네에서 책에 대한 감상을 담은 에세이집을 발간할 계획이다.
소규모 독립 출판물의 매력은?
희소성이 높다는 점이 아닐까? 메이저 출판물은 최소 1000권 이상 출간하는데 비해 소규모 출판물은 최대 출판 권수가 1000권인 곳이 많다. 적게는 100권씩 뽑아낼 때도 많다.
인기가 많으면 재출간하지만 내용은 달라진다. 내용을 더 보태거나 구성을 달리하기 때문에 소장가치가 더욱 높아진다.
앞으로의 계획은?
올 하반기 네 번째 ‘언리미티드에디션’이 열린다. 이 행사는 ‘유어마인드’의 연례행사로 소규모 독립 출판 브랜드들이 한 자리에 모여 판매도 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작년에는 논현동 쿤스트할레에 60여 개 브랜드를 한 데 모아 진행했는데 2400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올해에는 많은 사람들이 더욱 다양한 브랜드들을 만나볼 수 있도록 기획 중이다.
<FOCUS! ‘유어마인드’ 추천 도서>

여우모자_김승연 글/그림
늘 혼자였던 소녀가 어느날 우연히 여우를 만나 겪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엄마 몰래 아기 여우를 돌보기 위해 모자인 척 머리에 쓰고 다니는데, 이 일로 인해 마을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고 조금씩 세상과 소통해 나간다.
한글판과 영문판 두 가지 버전으로 출판됐으며 무염소 펄프지를 사용해 눈처럼 새하얗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최근에는 단편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돼 지난 3월 제1회 CJ애니메이션기획전 ‘움직여라, 그림책! MOVE! MOVE! MOVE!’에 소개됐다.
작가인 김승연 씨는 홍익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했으며 충무로 국제영화제 상영관 포스터 디자인을 맡은 실력파다. 차세대 디자인 리더 지원을 받아 ‘여우모자’를 독립 출판 형태로 선보였다.
2009년에는 영국 디자인 전시회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출품한 후 바이어들의 눈길을 끌어 프랑스, 영국, 그리스 등 유명 출판사와 출판계약을 맺기도 했다.

3그램_수신지 글/그림
「3그램」은 젊은 나이에 암 투병 생활을 했던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그래픽노블이다.
수신지 씨는 스물일곱이 되던 해 가을, 난소암 진단을 받았다. 제목인 ‘3그램’은 난소 한 개의 평균 무게로 보통 사람들은 의식하지도 못하는 무게를 엄청난 삶의 무게로 감당해야 했던 작가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이 책은 주인공이 난소암 증상을 느끼고,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 병원 문을 나서기까지의 이야기가 에피소드별로 기록되어 있다. 힘겨운 투병 생활이지만 작가는 과장 없이 담담하게 풀어냈다.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찾아내 독자를 미소짓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그가 건네는 긍정적인 메시지들이 읽는 사람들의 가슴마다 훈훈하게 젖어든다. 처음에는 서울애니메이션센터의 창작만화 지원작으로 선정되며 독립 출판 형태로 소량 제작됐지만,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서 눈에 띄어 프랑스에서 출판되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열린문학이 출판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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