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29 스페인 = 이광복 통신원
2013 바르셀로나 브라이덜 위크

연일 신문지상을 도배하고 있는 스페인의 어두운 경제 이야기는 호러무비의 결말을 상상하는 것 만큼이나 사람을 오그라들게 한다. 버블 부동산과 높은 실업률, 매일 돌아가면서 각 부 장관이 출연해서 연금삭감이나 긴축을 발표하면서 날마다 여기저기에서 일어나는 시위는 이제 이웃들의 일상생활처럼 낯설지가 않다.
이런저런 뉴스로 불안하고 어지러운건 정작 스페인에서 사는 당사자들이 아니라, 멀리서 보고 있는 스페인에 친인척을 둔 한국 분들이다. 마치 연평도에서 미사일이 떨어졌을 때 한국에 난리라도 나는 줄 알고 출장 가는 아들을 말리던 스페인 엄마처럼.
이 즈음의 소용돌이치는 상황 속에서 자라의 소식이 들려왔다. 올 1/4분기 순이익이 4억 3200만 유로로 전년대비 30%나 증가했다는 소식이다. 그러므로 자라의 소유주 아만시오 오르테가가 유럽 제일의 부자로 등극했고 세계에서 4번째의 부자가 되었다는 소식이다. 스페인 축구가 아일란드를 4대 0으로 물리치고 역시 축구 강국임을 다시금 확인시켜주고, 스페인이 무디스로부터 한 번에 3단계 강등당하는 치욕을 당하는 등 오늘 하루의 뉴스는 드라마틱하게 업 다운을 되풀이 하는 제트코스트가 따로 없다.
어렵다 하면서도 자라 같은 메가톤급 브랜드는 블랙홀 처럼 주변을 흡수하듯이 소규모 브랜드들의 자취를 없애는데 커다란 몫을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패션계 만이 아닌 웨딩업계에서도 나타난다. 웨딩계의 자라로 불리는 프로노비아스그룹은 불경기라는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올 1/4분기에만 러시아, 베네수엘라, 남아프리카 등지에 9개의 매장을 오픈했다. 비록 스페인 내에서의 실적은 저조하지만 총 매출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국외 판매가 이 같은 성장을 튼튼히 받쳐주고 있다. 웨딩계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웨딩 컬렉션은 1800여명의 국내외 프레스와 초대객들에게 보여주는 큰 행사로 1년 내내 웨딩계에 화제가 될 만큼 명성이 자자하다.
바르셀로나 브라이덜 위크는 매년 한 차례 열리는 전시와 컬렉션으로 스페인의 웨딩계가 다른 유럽보다 선두에 서게 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해주는 플랫폼이다. 경기가 위축되기 전만 해도 모든 웨딩의 축은 바로셀로나에 있는 듯 유럽 유명 브랜드가 바로셀로나에 모여 앞다투어 컬렉션을 개최하곤 했는데 올해는 참가 브랜드도 대폭 줄고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다.
실제로 작년에 결혼식으로 소비한 비용이 전년대비 12.7%나 줄었다는 통계다. 아직 데이터는 나오지 않았으나 올해 들어 더욱 비용이 줄었다고 하니 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는 것이 이상할 것 도 없다. 참고로 결혼 비용은 평균 14.400 유로이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마드리드가 제일 높아서 17.550 유로이고 낮은 곳의 평균 비용은 12.000 유로이다. 이 중 반 이상은 피로연에 사용하는 비용이다.
20여명의 디자이너와 이 모든 디자이너를 다 합한 것 만큼의 파워를 자랑하는 프로노비아스의 컬렉션을 통해 2013년 웨딩 드레스의 트렌드를 전망해 본다.
카르라 루이스의 독특한 주름에 주목을 해 볼 수 있다. 미디스커트에 규칙적인 듯 불규칙적인 듯 잡은 드레이프는 넓게 퍼지지도 슬림하게 떨어지지도 않은 실루엣과 이상적인 믹스를 이루면서 특이한 드레스로 인상을 주었다. 은색의 샤이닝한 실의 자수벨트와 네크의 장식이 포인트다.
튤로 드레이프만 가득 잡은 드레스가 트렌드의 대세가 아님은 이번에 대거 등장한 레이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후란크 사라비아의 네크레스 대용으로 사용된 네크레이스는 아무런 장식 없이도 레이스 만으로도 충분히 화려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니발 라구나가 다시 바로셀로나로 돌아왔다. 꾸튀르적인 패턴을 무기로. 대담하게 대각선을 가로지르는 라인과 커다란 리본을 장식으로 달고 깃털 장식으로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주는 바탕 스커드와 레이어드된 드레이프 드레스가 좋은 매치를 이루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늘 여성스러우며 엘레강트한 디자인의 헤수스 페이로는 장식보다는 튤로 풍성함을 주는 드레스를 많이 디자인한다. 헤어 장식과 소매가 뛰어난 복고풍의 디자인이 돋보인다.
늘 예술적인 표현을 웨딩 드레스에서도 서슴지 않는 라이몬 분도의 이번 컬렉션은 많이 절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아함보다는 개성을 강조한 라이몬의 신부는 앞트임이 있는 레이어드 드레스에 드레이프를 잡은 어깨와 슬림한 실루엣이 특징. 프로노비아스에 아직은 필적할만한 규모는 아니나 짧은 역사에 비해 급성장한 대표 브랜드. 이번 컬렉션은 대범하게 파스텔 톤을 대거 무대에 올려놓았다. 은은한 사틴의 광택과 퍼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드레스 컷팅 또한 빼 놓을 수 없는 이번 컬렉션의 재미다.
빅토리오&루키노는 진정한 꾸튀리에로 칭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항상 오리지널리티가 가득한 드레스를 제안해주고 있다. 헤어에서 사사로운 장식 메이크업 그 위에 레이스의 소매. 그들이 매년 찾아낸 드레스와 헤어를 보는 재미는 웨딩 컬렉션 중에서 단연 톱이다. 프로노비아스 그룹과 디자인 계약을 맺고 있는 엘리 사브의 드레스는 화려함을 최고로 꼽을 수 있다. 샨티이 소재를 드레스 전체에 붙여 명품다운 품위를 지켜주었다.
뒤태는 웨딩 드레스에 있어 앞모습 만큼이나 중요하다. 결혼식 내내 신부의 등만 지켜봤다고 할 정도로 등을 보여주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대담하고 섹시한 드레스의 뒷모습은 고혹적이기까지 하다. 자개 스팽글로 된 자수 드레스는 키가 받혀주는 신부에게 더할 나위 없는 인상적인 드레스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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