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동반성장 ··· 甲 횡포에 乙 두번 운다

2012-05-04 김우현 기자 whk@fi.co.kr

백화점, 실적에 급급 입점 브랜드에 수시 할인행사 강요

봄 세일을 망쳐 시름이 깊은 패션업체에게 백화점이 또다시 할인 행사를 강요해 입점업체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할인 행사를 하면 백화점은 수익을 얻지만 입점 브랜드는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속빈 강정식 장사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는 소통과 합의로 동반성장을 이끌자는 범정부 차원의 사회적 합의에 역행하는 것일 뿐더러 상생 실천을 외면한 채 자기 배만 불리면 그만이라는 극단적 이기주의의 전형 이라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굴지의 L백화점은 지난달 실시한 봄 정기세일 매출이 기대 이하에 머물자 입점 브랜드들에게 또 한번의 파격 할인 행사를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월 초까지 쌀쌀한 날씨가 지속 되다가 봄을 건너 뛰고 곧장 초여름 날씨로 이어져 봄 시즌 매출이 부진하자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백화점들이 입점 브랜드에게 할인 행사를 강요하고 있는 것. 재고 소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 할인행사를 수용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이익도 없으면서 시도 때도 없이 남발되는 할인행사 자체를 무의미 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시스템이 사입 아닌 위탁 구조인 상황에서 백화점은 할인행사를 통해 수수료 라도 챙길 수 있지만 입점업체의 경우 남는게 없이 오히려 인건비 등 추가 비용이 들어가 혹을 붙이는 꼴” 이라며 “백화점에 입점해 영업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무턱대고 부탁을 외면할 수 만은 없어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L백화점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경쟁사인 S, H 백화점도 득달같이 달려들어 할인 행사를 요구할 것이 뻔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따라서 요즘처럼 어려운 때일수록 동반성장 취지에 발맞춰 상대적 강자인 대형 유통업체들이 고통을 나눠갖는 자세가 아쉽다는 지적이다. 동반성장의 근본 취지가 약자를 배려하고 부의 편중으로 인한 양극화를 해결해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데 있기 때문이다.



여성복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앞장 서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을 주창해온 L백화점이 올 초 대표이사가 바뀌면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다소 무리하게 매출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 같다”면서 “신임 대표 부임 후 의욕이 앞서 실적만을 쫓다 보면 자칫 매출 지상주의에 빠져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매년 성장을 거듭하며 두자릿수 이상의 이익을 올리고 있는 백화점이 수익 악화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입점 브랜드의 입장을 먼저 헤아려 줘야 한다는 논리다.



대형 패션사, 부자재 납품 단가 일방적으로 10%씩 깎아



또 패션업체가 협력업체에게 행하는 횡포도 문제가 되고 있다.
대형 의류업체인 K사는 최근 부자재를 납품하는 협력업체에게 연간 납품액의 10%를 깍아 줄것을 요구했다. 이 업체가 K사에 납품하는 부자재의 연간 금액이 3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여기서 3억원을 제한 27억원에 납품 계약을 체결하자는 일방 통보인 셈이다.



“그동안 원재료 가격이 오를때도 제품가에 반영하지 못한채 벙어리 냉가슴 앓듯 납품해 왔는데 자기들이 힘들다며 그마저 10%를 더 깍아 달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억지 주장”이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거래를 끊겠다는 식으로 무언의 압력이 느껴져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안선다”고 하소연 했다.
또 다른 대형 의류업체의 A브랜드는 글로벌 SPA브랜드와 대항하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경쟁력 있는 옷값을 책정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협력업체에게 상식이하의 납품가를 요구해 원성을 사고 있다.  A브랜드의 프로모션 업체들 역시 어쩔수 없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납품하면서도 거래 관계가 끊어질 것을 염려해 울며 겨자먹기로 이 같은 불공정을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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