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25 정인기 기자 ingi@fi.co.kr
이상 기후·라이프 스타일·경쟁 치열 등 외부환경 급변

올 상반기부터 계속된 판매부진이 겨울 핫 시즌까지 이어지면서 패션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이상 기후와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 △글로벌 SPA와 대형유통 PB등 강한 외부환경 변화가 지속적으로 압박해 옴에 따라 기존 기득권 세력의 입지가 급속히 약해지거나 새로운 강자가 출현하는 패션시장의 일대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최근 10년간 국내 패션시장을 주도해온 유니섹스 캐주얼이 「유니클로」와 같은 글로벌 SPA와 인터넷 브랜드에 직격탄을 맞고, 잘 나가던 아웃도어 마저 수급조절 실패로 하향세로 접어들자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중견 기업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반짝 추위가 왔지만, 부진한 판매율을 만회하기 위해 가격인하에 들어감에 따라 이익율마저 급감하고 있다. 패션기업들은 통상 정상가 판매율이 30% 전후일 때 세일에 들어감으로써 인기 상품은 리피트에 들어가고, 부진상품은 최대한 소진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23일 현재 겨울 상품 판매율이 10% 초반에 머물고 있어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지난해 겨울이 유난히 춥고 길었고, 특히 아웃도어 등 일부 복종에서는 재고가 부족해 판매하지 못했던 아쉬움 때문에 물량을 대폭 늘렸다. 11월 중순까지 이상 기온이 계속되자 대다수 기업들이 판매율에 비상이 걸렸으며, 너도 나도 앞다퉈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가격할인으로 물량을 밀어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 동안 고성장을 거듭했던 아웃도어 브랜드까지 할인에 들어감에 따라 중저가 및 어덜트 캐주얼 등 볼륨 비즈니스를 펼치던 기업들은 마진을 포기하면서까지 재고 소진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중견 캐주얼업체 사장은 “소비 침체나 날씨가 주 원인이라면 시간이 지나면 호전되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전체적인 경기 침체도 일부 영향을 끼치겠지만, 근본적으로 새로운 경쟁자에 의해 고객을 빼앗기고 있다. 과다한 물량을 인지하고 있지만, 이미 길게는 1년 전, 짧게는 6~7개월 이전에 결정한 사안이기 때문에 조절할 수 없다. 1년전 기획, 좀더 나은 가격경쟁력을 위한 해외생산, 물량공세 등 과거의 패러다임으로는 경쟁력을 갖는데 한계가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과거 고정관념 버리고 새로운 ‘얼터너티브’ 마련할 때
외부환경이 급변하고, 기존 사업모델이 한계에 직면함에 따라 기업들은 새로운 대안을 찾기에 분주하다. 상품기획 방식에서부터 유통채널,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묘환 CMG 대표는 “97년 외환위기 때는 유동성 위기로, 2002~2003년에는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해 어려웠다면, 지금은 얼터너티브(alternative)의 부재로 인한 위기다.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백화점과 지역상권을 벗어나 다원화되고 있는데, 유통은 여전히 백화점과 대리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또 소비자들은 절대적인 가격지향과 유니크한 인디비주얼을 추구하는 극단적인 소비성향을 나타내고 있는데, 기업들의 상품기획 방법은 여전히 과거 데이터와 시즌 기획에 머물고 있다.
「유니클로」 「자라」 등 글로벌 브랜드에서 배워야 할 것은 디자인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제 때에 매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판매현장 중심의 프로세스 혁신이라는 것을 재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여년간 제조자 중심의 시장이 리테일러 중심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환경변화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한다면 새로운 시대, 새로운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주요 기업 경영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반면 그렇지 못한다면 중견기업이라도 시대에 뒤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사업계획 설계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신규 출시를 계획했던 사업들은 대부분 보류되고 있으며, 외형 중심의 설계가 아닌 내실 위주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1년전 기획 & 생산, 중심상권 위주 초기 유통망 전개, 스타 마케팅 등 과거와 같은 브랜드 전개로는 더 이상 성공할 수 없다는 것도 일반화 되는 등 패션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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