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산업 외면한 ‘패션 축제’ 이제 그만

2011-10-20 정인기 기자 ingi@fi.co.kr

지자체 전시행정 아닌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방안 찾아야



‘패션 산업’과 연결고리가 부족한 ‘전시성 패션 행사’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지난 17일부터는 서울 학여울역 SETEC와 삼성전자 본관에서 서울패션위크가 진행됐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부터는 부산에서 프레타포르테가, 12일부터는 대구패션페어가 열렸다. 패션쇼 뿐 아니라 3개 행사 모두 패션 브랜드를 참여시킨 가운데 전시회도 동시에 구성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행사에 대한 패션 및 유통업계의 관심은 냉랭했다.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된 서울패션위크만 보더라도 여전히 디자이너들만의 잔치였다. 몇몇 인지도 있는 디자이너 패션쇼에는 지인들과 고객, 초청 연예인들이 더해지면서 쇼장을 가득 메웠지만 그것 뿐이었다. 예년에 비해 예산이 줄어 바이어를 많이 초청하지 못했다는 주최 측의 변명처럼 해외 바이어들도 현저히 줄어 들었고, 중간 고사와 일정이 겹쳐 단골손님이던 대학생들도 많지 않았다. 여전히 패션페어 전시 부스는 절반 이상이 비어 있었고, 비즈니스 상담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려웠다. 서울시는 서울패션위크에 연간 40억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지방 행사는 더욱 심각했다. 아시아 대표 컬렉션이란 거창한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지만 대학생들의 졸업작품 발표회를 모은 대학 패션페스티벌과 신진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대구패션페어는 영세한 규모와 행사 목적도, 참가 기준도 없이 참가업체를 모집한 탓에 전문 전시회라고 말하기조차 민망하다는 것이 방문객들의 공통된 평가였다.  행사장을 찾은 중국 바이어들은 “시간이 아깝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대구패션페어에도 매년 10억원 이상의 세금이 투입되는 행사다.



국내 패션 행사가 이처럼 디자이너들만의 잔치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행사 주최자가 모두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되면서 전시성 성격이 더욱 확연해지고 있다. 더욱이 엑스코와 벡스코 등 전시장 임대사업자가 행사를 주최하면서 ‘일단 부스를 채우고 보자’는 식의 임기응변식 행사가 반복되고 있다.



행사장을 찾은 한 패션 전문가는 “단일 행사에 투입되는 10~20억원의 예산은 적은 것이 아니다. 행사 기획 단계부터 시장의 욕구를 제대로 분석한다면 산업 육성에 도움이 됨은 물론 한국 패션산업에 대한 대외 이미지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유통구조 변화에 걸맞는 기획 아쉬워
국내 패션 유통 시장은 최근 많은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원 숍 원 브랜드’와 ‘패션기업에 의한 백화점 내 위탁판매’, ‘프랜차이즈 대리점’ 등 과거 20년 이상 시장의 일반적인 유통형태가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반면 백화점의 직매입 상품 비중은 늘어나고, 디자이너 브랜드를 편집한 셀렉트숍들은 하루가 다르게 확장되고 있다. 상품기획 방식도 국내외 유명 브랜드를 사입해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구성하거나 디자이너와 콜래보레이션 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 패션유통의 변화를 감안한다면 국내 패션 행사도 실질적인 거래가 일어나는 내실있는 행사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패션쇼도 제너레이션넥스트 등 일부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듯이 글로벌 감각을 갖춘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새롭게 기획한다면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매년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전시회는 국내 패션 메이저 기업과 유통기업을 위한 ‘브랜드 및 콘텐츠 소싱페어’로 만든다면 국내 바이어는 물론 중국, 일본 바이어까지 스스로 찾아올 수 있는 전문 전시회로 육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들이 요구하는 브랜드와 상품을 엄선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정부 예산은 행사 기획과 바이어를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데 투자하고 참가업체에게는 비용을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공짜로 참가해서는 제대로 된 비즈니스 상담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국내 패션유통 환경이 전환기를 맞이한 만큼 정부의 패션산업에 대한 예산도 시장흐름을 제대로 반영해 패션산업을 육성시키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는 것이 패션업계의 전반적 요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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