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어떻게 대형 매장을 움직이나?

2011-09-01 김정명 기자 kjm@fi.co.kr

수 십년 쌓은 노하우 매뉴얼화…‘사람’에 투자



몇 해 전 한 중견 캐주얼 업체는 매장 대형화를 기치로 내걸고 자사 3개 브랜드를 통합해 660㎡(200평) 규모의 복합 매장을 열었다가 1년도 되지 않아 문을 닫았다.



당시 이 회사 사장은 “대형 매장은 단순히 하드웨어로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서 바로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면서 “대형 매장은 매장 구성부터 판매 인력까지 모두 새로운 시스템으로 구축해야 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라고 결론 내렸다.



최근 유통업체들이 글로벌 SPA브랜드 ‘모시기’에 열을 올리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국내 브랜드는 찬밥 취급하면서 해외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해서 각종 특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여론의 뭇매를 감수하면서까지 유통업체들의 저자세가 이어지는 까닭은 그들이 확실히 고객을 불러모으고 돈을 벌어준다는 데 있다.



유통업체들의 행태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인정해야 할 부분은 우리에게는 그들과 견줄만한 파워 브랜드가 없다는 점이다.



리테일 현장관리 노하우 배워야
글로벌 SPA 브랜드와 국내 브랜드 사이에는 분명히 큰 갭이 있다. 특히 리테일 현장관리에 대한 노하우는 그들이 적게는 20년에서 많게는 50년 가까이 쌓은 경험의 산물이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백화점과 프랜차이즈에 의존한 유통구조 탓에 전문적인 리테일 관리에 익숙하지 못하다. 평균 66~99㎡(20~30평) 매장을 운영하다가 갑자기 660~990㎡(200~300평) 이상 대형 매장을 관리하려다 보니 여러 부분에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스웨덴 「H&M」의 경우 다른 SPA 브랜드보다도 리테일 관리에 철저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1650㎡(500평)이 넘는 초대형 매장도 이들에게는 단지 하나의 점포에 불과하다.



「H&M」이 매장 운영에서 가장 큰 비중을 두는 부분은 바로 ‘사람’이다. 현재 「H&M」이 국내에 운영하고 있는 매장은 모두 5개점. 오픈을 앞두고 있는 IFC몰과 압구정점을 합쳐도 7개 수준이다. 하지만 30명이 넘지 않는 본부 인력에 비해 현장 판매 인력은 400명이 넘는다. 규모가 작은 매장도 50명이 넘고 가장 많은 매장은 100여명에 달한다. '인원=비용'으로 따지는 경영 논리로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하지만 「H&M」은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가 효율로 이어진다는 논리를 펼친다. 그래서 판매사원 근무는 오픈조, 오후조, 마감조 3개조로 나뉘어서 정해진 8시간 근무를 벗어나지 않는다. 국내 브랜드 판매사원의 고유 업무중 하나인 속칭 ‘까대기’로 불리는 상품 박스를 옮기고 분류하는 작업도 직원들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한 장비들을 사용한다. 근무 여건이 좋다보니 자연스레 판매사원들의 선호도가 높고 이직율이 낮다.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보수 역시 업계 평균 이상이다.



실력과 성과를 우선하는 인사 정책도 인기 만점이다. SA(세일즈어드바이저)로 시작했어도 3개월만에 VM(비주얼 머천다이저)으로 보직을 옮길 수도 있고 DEPT(디파트먼트)매니저로 승진을 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전체 직원을 관리하는 점장은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물론 이에 따른 책임 역시 점장의 몫이다. 노력 여하에 따라 실력을 인정받고 책임과 권한을 갖기 때문에 업무 성취도 역시 높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H&M」 채용 공고가 나면 지원서가 넘쳐난다. 판매사원을 모집하는 데 4년제 대학 패션전공 학생들도 줄을 이어 지원한다. 판매사원을 부수적인 역할로 취급하는 국내 브랜드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비주얼 머천다이징을 특별히 강조하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국내 대부분의 브랜드가 본사의 스탭 부서로 VM팀을 운영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H&M」은 1개 점포에 10~15명의 상주 인력이 매장을 관리한다.



또 다른 경쟁력 요소는 재고를 전혀 남기지 않는 영업 전략에 있다. 세일즈 플래닝에 따라 상품을 입고하고 판매 가용 기간을 정해 탄력적으로 할인율을 적용한다. 마지막 시즌오프 행사까지 끝나고 나면 매장별로 시즌 재고가 채 몇 박스 되지 않는다.



복잡한 과정을 일일이 표현할 수 없어 간략하게 요약했을 뿐이지 실제 이 안에는 수십년의 판매 데이터 분석과 기온, 강수량 등을 접목한 판매 예측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H&M」은 전세계적으로 시즌 재고를 해당 국가 안에서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으로 시즌을 마감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패션 산업의 재도약을 위해서라도 해외 브랜드들의 리테일 노하우를 연구하고 적용하려는 노력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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