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16 김묘환 CMG 대표
한국 패션산업 선진화를 위한 어젠더 – 리테일 시대 생존 전략
지난 호에서 도시화의 형태가 서구 사회 패션산업에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었는지에 대해 간단히 언급했었다.
패션산업은 철저하게 도시형태에 맞추어 진행돼 온 산업이다. 패션 리테일과 관련되어 가장 중요한 준거 구조는 두말할 나위 없이 도시다. 패션은 기본적으로 동시대의 생활상을 반영하거나 특정시기의 생활상을 차용해오는 문화 표현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산업인 관계로, 사회발달의 동인을 제공해온 1차 사회적 문화적 중심지인 도시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이러한 분석의 대표적인 형태가 지금도 패션 도시라 일컫는 파리, 런던, 밀라노 같은 대부분의 유럽의 도시들이고 적어도 패션산업의 사이클 상으로만 보면 원료에서 가공 그리고 시장에 이르는 모든 프로세스가 도시라는 준거구조 안에서 자급자족이 가능한 완벽한 산업구조라는 사실이 패션산업과 도시의 상관관계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패션산업은 도시산업?
자족적 일자리를 제공하고, 물질의 교환이라는 일상의 문제를 끊임없이 해결해 나가고, 생활의 질을 개선시키고 하면서 개인과 집단의 사회적 성장과 삶의 수준을 향상시켜 나가는데 있어서 최적화된 사회집단인 도시 속 리테일 시설의 트렌드 지향적 발전은 적어도 20세기 패션 리테일에서는 모범답안과 같은 라이프스타일 구조를 제시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20세기 산업혁명의 결정체라는 자동차산업이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선진국에서 개인의 휴대품처럼 되어버린 1970년대를 기점으로 해서 도시의 개념도 사용자 측면에서 확장되기 시작한다.
더 이상 패션 리테일 프로세스가 도시 안에서 머무르지 못하는 준거의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생산자 프로세스에서 선진국들은 일찍부터 시장권역을 벗어난 프로세스 관리를 하기 시작했지만 자동차역명이 가져온 모터리제이션(Motorization)은 세상의 많은 것들을 변하게 만들었고 리테일 측면에서의 변화는 모든 프로세스에 있어서 그 어떤 변화보다도 다양한 변신을 불러왔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리테일시대의 변화는 단순한 모터리제이션이 야기시킨 변화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리테일 시대로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는 배경을 문명의 기술적 측면에서 본다면 세가지로 압축할 수 있겠다.
모터리제이션과 호모루덴스(Homo Ludens)가 결합하면서 리테일의 이동과 확장을 불러왔고, 20세기 미디어에 디지털이 접목되면서 정보발생에서 전달, 그리고 수용에 이르는 시공간의 개념이 완전히 압축되면서 똑똑한 인류(Digital Native) 들이 시장의 빠른 변화를 요구하면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현상,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속성을 걱정하기 시작한 착한 소비자들과 결합하고자 하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토콜의 대두가 될 것이다.
Homo Ludens, 똑똑한 인류 & 지속가능성벤치마킹 가능한 모델을 찾기 위해서 제시한 배경이 너무 진지하기 때문에 가벼운 패션리테일을 기대하는 분들에게는 정말 답답한 지경일 것이다.
리테일시대는 패러다임이 바뀐 것을 의미하고 플랫폼을 다루는 시대이다. 시즌 트렌드와 같이 맞아도 그만 안 맞아도 그만인 것처럼, 혹은 실수해도 보완책 동원이 가능한 마케팅 전술 논의를 하는 단계는 정말 아니다.
30여 년 성장하고 성숙하는 동안에 우리 패션업계는 너무 많은 전술적 수단을 채택하고 응용하면서 대단한 성과를 올렸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 보면 성장성에 한계가 있는 산업, 신과 동업하는 산업, 사람에 의존하는 산업 등등 부정적 평가와 함께 존재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그럼 도대체 선진국의 내노라 하는 글로벌 브랜드들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그들은 리테일시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비즈니스 모델에 궁극적 차이는 어디에서 나올까?

1세대, 2세대 그리고 3세대 SPA
리테일시대에 가장 적합한 패션 프로토콜은 SPA라고 많은 업계 경영자들이나 전문가들이 말한다. 매우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는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리테일시대에 적합한 비즈니스모델로 SPA를 거론하는 이유는 여러 해석 중에서도 ‘Direct Managed Store’의 개념이 리테일 시대에 가장 잘 부합되는 개념일 듯하다.
글로벌 SPA 브랜드들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일본 SPAC컨설턴트 겐수케 코지마가 정리한 비즈니스모델 도표를 한번 보자.
이 간단한 도표로 글로벌 브랜드들이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쉽게 구분되어 버렸다. 코지마씨는 <유니클로 증후군>이란 책에서 진화하는 SPA가 현재 3세대까지 와 있다고 말한다.
SPA의 계보를 뒤돌아 볼 때 출발부터 생산자중심 형태와 리테일 중심 형태가 혼용되어서 출발하였어도 지금의 리테일시대에 가장 근접한 모델은 3세대 SPA라고 생각하며 3세대 모델에 해당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H&M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H&M과 같은 3세대 SPA 모델이 현재 한국의 패션기업들에게 모두 적합한 모델은 절대 아닐 것이다. 각자의 브랜드 포지션과 접점의 고객들이 표출하는 성향과 맞추어서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이 최적의 모델일 것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H&M의 비즈니스 모델을 벤치마킹 한다면 놀라울 것도 없는 단순한 사실들이 나타난다. 하지만 쉽게 실천할 수 없는, 기업의 전사적 의지에 의해서 실행되어지는 강력한 행위들이 H&M의 비즈니스 모델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항상 최적의 비용을 유지하기 위해서, 혹은 의사 결정의 스피드를 위해서, 때로는 패션의 생명인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시장에서 버림받지 않기 위해서 아주 기본적인 실행을 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평범하지만 섣불리 따라 하기 어려운 전략을 지니고 있다.
패션리테일의 교과서 H&M
대리인은 적게 유지하려 애쓰고, 구매는 산업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정보를 토대로 크고 광범위하면서 전문성 있게 추진하고 반드시 합법적인 시장에서 합법적인 방법으로 진행한다는 교과서적이고 기본적인 사항이지만 이 시대에 생존할 수 있는 그야말로 유일한 방법론을 보여주고 있다. 그야말로 교과서적인 전략과 함께 보여지는 실천강령 또한 간결하면서 H&M의 시대정신을 잘 보여 준다.
간결하지만 끊임없는 개선과 늘 비용과 기업가정신에 입각한 팀플레이에 의한 가치중심적 실천. 고객이 받아들일 수 있는 트렌드와 크리에이션을 제시하고 늘 새롭게 보여지는 매장 창조, 그러면서 항상 마지막까지도 중요한 것은 퀄리티.
여기엔 환경을 생각한다는 기본적 이념과 정당한 노동력을 정당한 지불에 의해 교환한다는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지금 리테일 시대엔 우리가 H&M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일 게다. 패션은 상품이 아니다. 그 상품으로 표현하고 행동해내는 생활상이다. 이번 주는 상품을 만드는 제조업자들에게는 필요없는 이야기였다. 다음 주는 그래도 변하고 싶은 패션인들과 상상할 수 잇고 실천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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